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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Jul 23. 2022

덕질이 바로 추앙이다

사랑의 단계에 관하여....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염미정은 말한다. 나를 추앙하라고, 한 번도 채워져 본 적 없는 나를 채워달라고. 추앙은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믿어주는 것을 말한다. 염미정은 구 씨에게 술을 그만 마시라고 하지 않고 어디서 뭘 했는지 말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옆에서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것뿐이다. 드라마를 보고 생각했다. 그런 관계가 가능할까.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나도 구 씨를 추앙하고 있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추앙의 사전적 의미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염미정의 대사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면서 팬이 되어 덕질을 하는 것이야말로 현실 속 추앙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현실의 구 씨, 손석구 배우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그의 연기를 응원하고 지지하고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내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면서 여자임을 잊은 순간이 있었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아이들을 위주로 살아가는 생활이었다. 그런데 드라마에 몰입하고 구 씨에게 구며 들면서 나의 연애세포를 일깨웠다. 맞아 나 이런 거에 설레는 여자였지.


"이게 뭐야?" 구 씨가 있는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고 남편은 입을 삐죽 내밀 었다. 구 씨는 남편의 질투 세포도 일깨웠나 보다. 고백하건대 사실 우리 부부는 정서적 이혼 상태에 가깝다. 남편은 능력 있고 착한 사람이고 나도 한눈팔지 않는 성실한 노력파이지만 그저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아빠 엄마일 뿐 부부 사이임을 잊은 적이 많다. 당연히 설레고 떨리는 기분은 느껴 본 지 오래다. 대신 자주 말다툼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건 바로 서로에게 원하는 바가 아주 많지만 채워지지 않기 때문일 거다. 내가 남편을 추앙한다면? 방금 이 문장을 쓰고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지만 이제 우리의 사랑도 추앙이라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인가 싶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종류는 일종의 단계를 거치면서 변화한다. ( 기준) 처음 남녀가 만나서 설렘을 느꼈던 단계,  보이려고 노력하고 밀당하며 알아가는 단계,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단계, 그리고 서로에게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치부도 드러낼  있는 단계. 나는 지금의 남편과 8년간의 그리고 7년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모든 사랑의 종류를 모두 경험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도 싫고 저도 싫은 그래서 사랑의 정체 단계다…. 그다음 내가 나아가야  사랑의 단계는 추앙인가.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고 바뀌거나 해주길 바라지 않고 그저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이?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뇌과학은 사랑을 3단계로 나눈다고 한다

아무튼 나의 해방 일지라는 인생 드라마가 나의 인생에 미친 추앙이라는 화두는 신선하고 새로운 활력소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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