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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Jun 28. 2023

자신을 먼저 돌보세요.

상담을 받았어요 1

 학교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에 주차할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코앞 주차장과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후미진 주차장. 선택의 순간, 사람을 만날 일이 적은 곳에 주차를 했습니다. 차량 한 대가 서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5층까지 걸어 올라갔습니다. 계단에서도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5층에 올라 복도를 지나가는데 몇 명의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먼저 인사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학생들이 익숙할만한데 아직도 낯설 때가 있습니다. 

 "아... 쉬고 싶다."


 5회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간단한 온라인 검사를 하고 대면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상담예약시간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습니다. 접수 데스크에서 신상에 대해 간단히 기록하고 상담을 받으려는 이유를 기재하였습니다. 


 "상담을 받으시려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상담자의 질문에  "번아웃을 막고 싶어요." 바로 답을 했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후미진 곳에 주차합니다. 

  "학교의 관리자가 바뀐 이후, 피로를 자주 느꼈습니다. 관리자의 업무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결재가 난 기안에는 '이력변경'이 표시되었는데 기안을 프린트해서 비교해 보아도 무엇을 고쳤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pc 화면을 자세히 살펴보니 enter 커서의 위치가 수정되어 있더라고요. 이후 기안을 여러 차례 검토해서 결재를 올렸어요. 한 번은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샀더니 식중독예방을 위해서 관리자에게 먼저 보여주고, 시식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좋겠다고...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업무방식이었지요. 그럼에도 직장에서는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어요." 


 상담자에게 이야기를 쏟아내었습니다. 직장, 가정, 교회... 이 세 가지 축에서 제가 하고 있는 역할들과 이에 따른 부담감,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와 당혹감, 연로하신 부모님에 대한 염려 등을 듣고 상담자는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상담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메고 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상담자는 제게 물었습니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시겠어요?"

 "K-Pop 댄스를 배우고 싶어요"라고 답한 제게 상담자는 "여기서 무언가를 더 하시겠다는 거예요?"라고 물었습니다. 상담자는 내 짐이 가벼워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빼기를 연습해 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번아웃직전까지 간 이유가 무엇일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의 답변에 상담자는 통찰이 빠르다고 하였다.  그리고 상담자는 내게 말했습니다. 

 "누군가를 돌보기 전에 선생님 자신을 먼저 돌보시면 좋겠습니다"

  상담자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저를 돌보는 첫 번째 '빼기'는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관리자에게 대면 보고 빼기입니다. 제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동의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듣는 시간을 빼려 합니다. 생각만 해도 시원해집니다. ^^

 

 '자기 돌봄'과 '빼기' 올여름은 이 두 단어로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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