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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 rain Nov 17. 2024

아파트. APT.

 '88'

 팔팔 올림픽이 생각나시나요? 대학교 1학년 때니까 30년이 훌쩍 넘었네요. 이 숫자는 올림픽을 얘기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나와 새로운 집으로 이사 가기까지 남은 날짜입니다. 아내와 제가 원해서 전세를 1년만 연장하기로 했었고, 새로운 임차인이 88일 후에 들어옵니다. 저희는 이사를 가고, 또 다른 가족은 이사를 오고. 두 가족에게 이삿날까지 남은 날짜가 88일이지요.  


 군대를 제대한 큰 아들은, 내년에 복학합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아들의 대학까지는 1시간 반이상 걸립니다. 공대생 아들은 복학하면 일주일에 두 번은 전공과목 퀴즈를 볼 예정입니다. 왕복 3시간인 등하굣길을 줄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게 아비의 마음일까요? 

 네이버부동산으로 검색하여 찾은 매물을 보유한 부동산에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 집 재정에 맞는 집이면서 교통은 편리하고, 너무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 정도의 빚이면 감당할만하다 싶은 집들은 우리가 생각한 조건들에 맞지 않았습니다. 또 네이버를 검색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습니다. 올림픽공원역 근처에 오래되었지만 수리가 되었고, 지하철이 가까운 집을 찾았습니다. 재래시장도 가까웠습니다. 가격을 조정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지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격을 후려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빚을 지자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부동산을 열심히 공부한 적 있는 친척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세대수가 너무 작기 때문에 절대 사지 말라는 조언에 더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을 벗어나 신도시급의 서울에서 가까운 지역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신축 아파트들은 깨끗했고, 단지 내에 헬스장 도 있었습니다. 매도인이 내놓은 여러 곳의 부동산 중에서 어느 부동산에서 전화를 할까 망설이다가 매물을 소개한 문구가 과하지 않는 곳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여러 곳을 임장을 하고 마음에 든 집을 선택했습니다. 돈을 어디에서 꾸면 될지 찾아보려는 순간 부동산 사장님의 메시지가 왔습니다. 집값보다 많은 금액의 근저당이 잡혀있는 등기부등본 사본이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풀옵션에 딱 살고 싶게 인테리어를 한 집이었는데 분양가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집주인이 세 곳의 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지인 찬스를 써서 이런 집을 사도 되냐고 물어보니, 살 수는 있으나 안전하지 않으니 다른 집을 더 알아보면 좋겠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매수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힘이 주욱 빠졌습니다. 


 아파트 매수를 생각하면서 부동산 관련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채널이 참 많았습니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다. 아니다 올라갈 것이다. 관망하다가 나중에 사는 것이 좋다... 상반되는 내용의 채널들을 보면서 집을  매수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아내 주도적으로 이사를 다녔고, 한 두 번 보고 바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참 어렵네요.  불현듯 은퇴시점이 멀지 않은 지금 사는 동네를 떠나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싶었습니다. 

 이제 아파트 위치, 가격을 다시 정하려고 합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리라 스스로를 위로해 봅니다. 


 부동산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매수심리, 총세대수, 전세보증보험, 단지 내 커뮤니티, 직주근접, 몸빵, 역세권, 숲세권... 이제 이런 용어들이 익숙해졌습니다. 

 조급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예비해 두신 새 장막을 찾아가는 지금.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88일 후, 가족이 감사할 있는 집으로 이사합니다. 안전하고, 직장과 학교가 전보다 가깝고, 적은 빚을 지고, 지하철이 가깝고, 산책할 곳이 있고, 도서관과 시장이 가깝고... 그런 아파트로 갑니다. 

 이 와중에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이 노래가 머릿속을 맴도네요. ^^

"아파트, 아파트...."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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