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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Apr 03. 2024

[공연] 올모스트 메인 리뷰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시각화한 연극

오랜만에 대학로 연극을 보러 갔다.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졸업을 한 후에는 대학로 연극은 먼 얘기였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대학로에서 즐긴 연극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으며 날씨도 봄의 시작을 알리듯이 살짝 더웠지만 상쾌했다. 대학로는 다채로운 연극 문화와 예술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곳으로 작은 극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자들의 열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대규모 공연장이 주는 웅장함과 압도감이 있지만 대학로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도 있기에 오랜만에 만나는 연극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고, 나 자신을 새롭게 충전시켜 주었다.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사뭇 난해한 연극이었다. 오랜만의 연극이어서 그런지 다소 과장되고 격한 연기에 살짝 당황을 하긴 했지만 이 과정 또한 연극이라는 장르를 경험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익숙하지 않다는 점은 역으로 나의 시야의 확장을 가져왔다. 


<올모스트 메인>이 난해하게 다가왔던 이유 중 하나로 인간에게 있어서 설명하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룬 연극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총 9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구체화한 <올모스트 메인>은 사랑에 대한 색다른 시선, 난해함, 당혹감 등을 제공해 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연극의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맥락과 상황의 설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각본에 담는 것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연극이 사뭇 난해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갑자기?’와 같은 장면들이 몇몇 있었는데 이럴 때일수록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면서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이 과정을 통해 연극이 어떠한 얘기를 하고 싶은지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특히 사랑이라는 주제를 포함하고 있는 연극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이 연극을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양한 맥락, 상황에 따라 같으면서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사랑에는 다양한 형태와 정의가 있고, 연극은 이러한 다양성을 탐구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에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은 연극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 중 하나인 사랑을 다룬 연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정적인 공감과 이해를 제공하여 인간의 복잡한 사랑의 세계를 탐색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랑을 시각화함으로써 우리는 그 감정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뇌리에 박힌 인상적인 대사와 장면들도 많았다. ‘돌려줘! 돌려달라고. 너한테 준 사랑 다 돌려줘.’ 처절하게 외치는 장면들부터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아픔을 느끼게 되는 장면, 과거의 연인이 세월이 지나 모습과 마음이 바뀐 장면 등 사랑을 시각화하기 위한 치밀한 각본이 뇌리에 박혔다.


이해하기 어려운 은유적인 방식으로 표현된 사랑부터 직관적이면서 다소 과장되고 유치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랑까지, 결국 이들이 보여주고 싶은 입체적이고 난해하면서도 모순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은 곧 우리의 삶을 이루면서 평생을 이해하고 싶은 감정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극을 보았다 해도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을 100퍼센트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하면 다소 과장되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연극이 관람객들마다 다양한 평을 받겠지만 표현하고 싶은 본질적인 내용은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결국, 사랑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힘이며, 이를 이해하고 나누는 것이 우리의 인간적 연결을 더욱 강화시키는 길이라는 점 말이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9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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