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제마 10k를 뛰었다. 올해 마지막으로 참가한 마라톤 대회다.
페이스 5분 09초, 기록 51분 40초, 비공식 성별 순위 371위, 코스 전체 순위 2,763위다. 10k는 2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는데 나름 만족한다. 목표 페이스가 500이었지만 페이스와 거리를 모른 채 뛴 거치고 509면 선방했다.
GPS가 튀어서 앱에서 안내해 주는 페이스가 전혀 맞지 않았다.
나는 별다른 장비가 없다. 뛴 거리만큼 모은 마일리지로 구매한 러닝화가 전부다. 그러니 휴대전화 GPS가 튀거나 일시적으로 앱 오류가 발생하면 대충 맞춰 뛰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자세에 집중하고 평소 케이던스를 감각으로 찾아서 뛰어야 한다.
게다가 JTBC 서울마라톤은 병목이 심하고 혼잡도가 높았다. 중간에 휴대전화 세팅을 다시 할지 몇 번을 고민했지만, 사람에 치이기도 했고 나 또한 사람을 제치고 나가지 않으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10k는 페이스메이커가 필요 없는데 막상 페이스와 거리를 인지할 수 없게 되니 당황스러웠다. 급한 대로 주변 참가자의 자세와 체형을 보고 내 호흡에 맞는 사람을 페이스 메이커로 삼고 뛰었다.
다리가 보이면 양화대교인가, 국회의사당이 보이면 여의도인가 하며, 날 좋은 날 서울 구경 나온 사람처럼 뛰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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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7천 명이 참가해서 국내 마라톤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시민도, 참가자도 불만이 많았던 대회였다. 참가비 수익만 수십억임에도 적자라는 말을 믿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운영하고 개최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죽기 전에 죽을 것 같은 풀코스를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동마 때처럼 부질없는 다짐을 한다.
이제 마라톤 대회는 가지 말자.
사진 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