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보면 어디 모자란 애 같아."
- 모자라다. -
내가 정의하는 모자라다는,
남들 다 덥다는데 혼자 춥다고 할 때, 엄마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오늘은 드디어 전기장판과 전기포트를 치울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이제 춥지는 않다.
후각과 미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음식을 차가운 맛으로, 뜨거운 맛으로 먹고 있다.
머리가 묵직하다.
뇌가 멈춘 것 같다.
누가 뇌에 마취 주사를 놓고 간 건 아닐까.
알코올 안에 넣어놓은 뇌처럼 몽롱하게 들뜬다.
감기가 아니라 변종 코로나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거실 창문 앞에 잠깐 쪼그리고 앉았는데 후끈한 공기가 훅- 들어왔다.
5월.
계절의 여왕인데, 누가 그에게 이다지도 후끈한 입김을 불어 넣었는가.
우리 여왕, 몸이 다 녹아 버리겠네.
당장 그 입 다물라, 숨을 거두시게.
5월의 기운,
아직 나에게는 모자라단 말이다.
사진 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