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아- 나뭇잎 반짝이는 것 봐. 이쁘지?"
날씨 좋은 날, 남의 아이 손을 잡고 잠깐 걸었다.
“개미, 개미”
공원길 벌레란 벌레는 다 챙길 기세였다.
이제 좀 걷기 시작해서 그런가, 뭐든 다 신기한가 보다. 아니면 그림책에서만 보던 걸 진짜로 보니, 정답 맞히듯 신이 나는 건지도.
아이가 없어서인지 아이 마음을 더 모른다.
“우리 ㅇㅇ이 개미 좋아해? 하나도 안 무서워?”
자기도 작은데, 더 작은 건 다 만만한 모양이다. 겁도 없이 손가락부터 들이대는 모습이 어지간히 귀엽다. 그냥 예쁘다.
꽃, 돌멩이, 지렁이, 개미.
가만 보니, 바닥에 있는 것부터 본다.
키가 작아서 눈높이가 다른 거구나.
자기 키에 닿는 것부터 먼저 보는 나이. 다 큰 나는 안 보며 사는 것들. 아니, 놓치고 사는 것들.
날 좋다며 하늘 올려다보고, 바람 분다고 나뭇잎 쳐다보는 건 나에게나 중요하지, 그 아이에겐 뭐 재미난 일이겠는가.
남의 아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요만큼이면 얘 눈높이쯤 되나- 슬쩍 시선을 맞췄다.
“이모도 어디 보자. 개미가 얼마나 많은지.”
아이가 또 쪼그리고 앉는다.
“개미, 개미.”
그 눈에, 개미는 얼마나 크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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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걸 들여다보던 아이의 눈높이.
거기서 한참 멀어진, 키도 다 커버린 나는, 내 눈높이에 있는 것만이라도 잘 보고 살고 있는가.
걷다 보면, 사람 얼굴은 잘 보지 않는다. 굳이 표정을 섞고 싶지 않다. 관심도 없지만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자를 쓰는 날엔 이상하게 시선이 사람에게 붙는다.
그들이 내 눈을 못 본다는 자신감, 모자 아래 숨긴 시선의 자유.
옷차림을 훑고, 술기운 오른 얼굴을 읽고, 담배를 낀 손가락을 본다.
그들의 하루를 넘겨짚는다.
걸음걸이로, 자세로, 생활을 짐작한다.
눈높이만 달라진 게 아니구나.
더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구나.
나이가 들어버렸다.
저들은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괜히 자세를 고치고,
조금 더 단정하게 걸어본다.
사진 출처: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