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편 내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사유의 사유⟫를 마치고 난 뒤, 어느덧 석 달이 지났네요. 이렇게 예정보다 일찍 찾아오리라 생각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브런치라는 재미난 공간과 그곳에 살아 숨 쉬는 독특한 작가・독자 모든 분들을 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슨 별일이 생겨 찾아온 것은 아니구요, 여전히 그대들이 각자의 위치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늘은 차마 넘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오랜만에 소식을 남기자니 제가 무슨 특별한 사람인 것 마냥 괜한 생각도 드네요. 그럼에도 주인장 없는 오두막에 때마다 들러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을 느껴 따로 인사를 남깁니다. 저는 요즘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시집을 내기 직전 단계에 다다라, 독립 출판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매일매일 느끼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벌써 표지나 내지 디자인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이며 약간의 추가 및 수정만을 남겨두고, 시간에 쫓기지 않기 위해 여유를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예정대로라면 늦어지더라도 팔 월에는 제 시집이 세상에 나올 것 같다는 말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립 출판인만큼 쉬운 것이 하나 없었는데 그럼에도 여러분께 말씀드린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신이 들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시집 제목이라도 미리 발표합니다. 라고 써놓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합니다. 늦어도 팔 월이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여러분께 공개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네요. 하루하루가 그렇지만 잠은 제때 들지 못하고, 그 잠은 그리 길지 않으니 발표하기에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을 듯합니다.
처음 시를 써내려 간 날부터 여섯 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마침내 시집을 내기로 마음먹은 날까지 어기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비록 시라는 문학에는 정답이 없을지언정,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책임을 전가하지는 말자'라는 다짐 아래 꼬박 모은 몇 십 편의 시를 곧 공개합니다.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모집할 계획입니다만 말은 이래 써놓고 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라 어찌 될지는 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혹여나 설날엔떡국 요놈이 조금이라도 취향에 맞으셨던 분께서는 공지가 올라오면 한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여느 날 불쑥 또 찾아올 테니 그때가 되면 더 깊은 세상에서 만납시다. 문득, 다들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들렀습니다. 모두들 잘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