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삼거리에서 Feb 08. 2024

회사는 총각 놀이터

18화. 실패로 본 성공 비법ㅡ대기업 편


(길어요. 읽지 마소. 시대상, 시균이가 어떤 자인지 알고 싶다면 보시오.)



채용만 해주면 미친듯이 일하고 싶었다. 면접에서, 저 안 뽑으면 큰 손해 보는 겁니다. 큰소리. 입사. 과연 일에 미쳤고 퇴근 후 노느라 미쳤다. 성격이지만 총각이었고 미칠 대상 녀도 없었다. 고대 후문 자취방 가봐야 홀로. 회사는 놀이터 스토리 뽑아 보니



■ 전무님, 실망했어요



1988년


첫 직장 럭키소재.

첫 회식


전무님 벽쪽에 왕처럼 한 상

좌우로 일렬 마주보고 상차림. 각 10여 명. 중앙은 비우고. ㄷ 자 형태


신입사원 막내

석 끝 자리서 전무님과 첫 대화겸 질문


"전무님, 저 입사 두 달이나 지났어요. LG가 인재 중시한다던데 신입사원 환영 회식 한 번 안 해 주나요? 실망했습니다."


좌중 갑자기 썰렁. 전무가 나를 오라 해 앞에 앉히더니 소주병 까더라. 선물용이라 사각. 사이다 컵으로 연실 콸콸 따라주더라. 얼큰하다


"전무님, 저 노래하고 싶습니다."


그래. 해 봐.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 추는 고래 한 마리. 어깨를 흔들며 덩실 덩실. 사업부 회식이 계회에 없던 신입사원 환영식으로 돌변한다. 신입 한풀이. 수십 명 회식 자리서 막내가 혼자서 신명ㅋㅋㅋ. 가라앉았던 분위기 업업 다들 노래 한 곡조씩. 중앙 좁은 자리에서 둘이 셋이 여럿이 어깨 걸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덩실덩실


"전무님도 한 잔."

"전무님도 노래 하나 하시죠."


윗 분들 깜짝 놀라서. 안 돼. 전무님 술 못 하셔. 전무님 노래 안 하셔. 신입인 내가 어캐 아나. 전무님과 회식 처음이잖아. 두어 번 더 권한다. 알고 보니 술 한 잔도 못 하신다. 진짜 노래 안 한다고. 봐 줘야지 어쩌겠어. 헌데 이런 사람 처음 본다. 회식이래봤자 업무의 연장 같아서 눈치보기. 조용히 배 채우고 사라지기식이겠지


그날 전무님 대만족, 윗 분들도 신나게 놀았다. 그날 난 회사에 내 존재를 알렸고 이후 전무님과 나는 일대일 업무 파트너가 된다. 사수, 대리, 과장, 부장, 이사 다 생략 그야말로 나 그리고 전무 독대. 술 말고 업무


무슨 신입이?


이전 글 봐봐


근데, 너 왜 반말해. 나 독자거든


무료가 그렇지 뭐. 너두 그러렴. 말 놓는 거 나쁜 거 아님. 금방 익숙해져


그래? 아닐 걸?


봐봐. 지금 서로 반말 중이잖아


어랏, 그렇네


하고 있어서 잘 알지. 아이들과 친구하기. 시균아 안녕. 내 이름 부르라 하고 서로 말 놓기. 200여 명. 초중고. 여대생도 셋. 브런치스토리에도 둘. 루나와 기선이는 내 친구. 브런치북 '시균아 안녕' 보렴



여수, 늘 술로 뻗다



김포공항. 소형 제트 비행기. 달에 한 번 여수행. 석유화학단지. 엘지가 대성메탄올 회사 인수 합병. 메탄올 생산 그리고 VCM 생산 공장 건축 중. 후자가 주력


시균이 임무. VCM 원료인 EDC 수입. ethylene dechloride. 액체. 미국, 중동서 수 십만 톤 거대 배로 나른다. 공장 바다쪽으로 부두. 배 접안, 파이프로 공장 내 탱크로 이송


여수


오후 업무 본 후 퇴근. 회식. 돌산도에 횟집.

공장 직원 20여 명과 서울서 출장 온 나

본사 직원 환영 겸한 공장장 및 직원 모임

첫 회식. 1:20이라?그래, 방어하느니 선공. 식사는 뒷전. 한 명씩 앞자리 다가가 무릎 꿇는다. 1:1 대작. 연달아. 안주는 먹는 둥 마는 둥


다음날 아침. 깨 보면 임직원 숙소 아파트. 어찌 된 건지, 어찌 왔는지 기억 없다. 필림 끊긴 거. 직원이나 부장님 차 얻어 타고 출근.

공장. 구매부 직원 이종혁씨. 내게 엄지척 날린다. 시균씨 최고란다. 공장장님 커피 주시고, 다른 직원들 다 최고란다. 달에 한 번 패턴 똑같다


나 술 체질 아니다. 고대 신입생 때 술 배웠고 늘었다. 최고 소주 3병. 군대 가서 술 끊겼다. 최전방 철책에선 술 자체가 없기도 하거니와.  어쩌다 전역자 회식 때 마시고. 복학해서는 간간이. 그러다 입사하며 폭음 재개. 좋아서 마신 거 아니다. 가장 효과적인 업무 협조는 술이다. 기왕 먹는 거 즐겁게 먹기로. 공장은 혼자 20명 상대라 차라리 빨리 뻗기로 했을 뿐. 본사서 사무실 동료와도 퇴근 후 즐겼다. 1차, 2차, 3차는 대개 호텔 디스코장, 룸싸롱, 가라오케. 실컷 놀다 새벽 두 시쯤 파장. 다음날 출근해 정 속이 뒤집히면 트윈타워 양호실 침대서 오전. 달에 한 번쯤. 주에 이삼일 만취



국제적으로 놀기



주거래선. 일본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그리고 미국 휴스턴 오시덴탈컴퍼니


한 번에 10억짜리, 한 달에 두세 번, 1년에 몇백 억의 가격을 그때그때 결정한다.

구매 회사에서 가격 결정권을 자진 자가 있고, 그 사람이 키맨이다. 키맨에게는 이렇게 한다.

일반적으로는 이렇지 않다.



ㅡㅡ일본인



영업에 나는 없다.


1990년.

여의도에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LG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할 때다.

63빌딩서 그룹 빌딩으로 이사.


나는 석유화학 원료 수입 담당이다.

주 거래선은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거래가 많은 미쓰비시와 술자리가 자주 있다.

청와대 근처 서울 최고 요릿집인 삼청각에서 어느 날,


우리 둘, 저 쪽 셋.

못 보던 일본인 한 명을 내 앞에 앉힌다.


한국 출장 온 김에 인사시키려고 데려왔단다.

소주를 권커니 자커니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갑자기 앞에 일본인이 옆으로 쓰러진다.

깜짝 놀라서 보니 눈알이 뒤집혀 허연 흰자위로 바뀌고 입 전체에서 허연 거품을 푸걱푸걱 내뿜는다. 인사불성.


술 먹다 이러는 건 처음 본다.

우리 쪽에서 화들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니,

다른 일본인이 괜찮단다. 죽진 않는단다.


대자로 누워서 입에 게거품을 무는데, 이머전시인데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원래 술을 한 잔도 못 먹는단다.


그럼 말을 하지 왜 못 먹는 걸 먹냐 했더니

내가 좋아하니 같이 먹은 거란다.


한 잔도 안 받는 체질인데 반 병이나 마시다 뻗은 거다.

소름이 오싹.


그 후 그 일본인이 일본에서 전화하면 웬만하면 오케이다.

석유화학 원료는 제품명이 같으면 다 똑같다.

같은 제품을 경쟁해서 팔자니 목숨 거는 거다.

진짜 목숨을 거는 거다. 


일본 회사가 다 그런 건 아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엘지 드봉 화장품이 태평양 아모레 화장품과 사풍, 제품명, 디자인... 다 다르듯이



ㅡㅡ미국인



영업에 나는 없다.


LG 쌍둥이 빌딩에서 근무할 때다.

나는 석유화학 원료 수입 담당이다.


주 거래선 중 옥시덴탈 미국 회사가 있다.

롱텀 베이스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인 제조사다.

1~2년 한 번 정도 술자리를 갖는다.

신입사원인 내겐 첫 번째.


삼청각.

대통령 사는 청와대 근처 대한민국 최고 요릿집.

산사면에 여기저기 객실을 지었다. 입구에서 소롯길로 오른다. 잘 다듬은 상고머리 같은 잔디로 온통 푸르고 드문드문 키 작은 소나무가 술좌석 정취를 미리부터 돋운다.


우리 셋, 저 쪽 미국인 둘.

임원과 중견 관리자다.

둘 다 키 크고, 체격 좋고, 잘 생겼다.

그중 한 명은 무슨 스키라며 체코계인가 미국인이다.


권커니 자커니로 시작해 부어라, 마셔라 단계다.

이때쯤이면 소변 봐줘야.


화장실 가서 문을 여니

밥 무슨 스키가 양변기에 얼굴을 박고 꺽꺽 댄다.

오바이트.

내가 들어온 줄 모른다.

계속 꺽꺽 올린다. 심하다.

다가가서 등을 두르려 줘도 얼굴도 못 돌린다. 인사불성이다.

우리 기분 맞추려고 미국인이 우리 식으로 단시간에 소주를 마셔댄 거다.

한국 맡은 미국인이 가엽다.

다음 날 아침 미팅에서 슬쩍 떠보니 기억을 못 한다. 필름이 끊긴 거다.


미국 사람이라고 일본 사람 못지않다. 

일본 상사야 남의 제조사 제품 사다 파니까 그렇다 쳐도 미국 회사는 세계적인 제조회사다. 자기들이 굳이 안 굽혀도 된다.

그래도 이 정도다.


휴스턴에 자리한 세계 굴지의 기업도, 거서 비행기 타고 꼬박 하루를 날아온 천하의 미국인도 영업에 나는 없다. 바이어인 상대만 있다.


30여 년 전 얘기지만 원리는 같을 거.

영업에 나는 없다.



ㅡㅡ한국인



거래를 트려고 하는 한국 상사가 둘 있다.


하나는 삼성물산.

거래가 없었지만 한 달에 한 번쯤 영업맨이 찾아온다.

꼭 둘이서 한 조다.

꼭 감색 정장에 머릿 기름 바르고 넥타이 곧게 매고 구두는 반짝반짝 금방 닦은 거다.

한 번도 약속 시간 어긴 적 없다.

내게 정보를 주고, 내가 정보를 주면 메모한다.

미팅할 가치가 있다.


하나는 LG상사. 같은 그룹사다.

거래 트자며 수시로 찾아온다.

꼭 혼자서 온다.

늘 후즐그레하다. 전날 술 먹었다는 걸 안다. 재킷은 벗고, 넥타이는 풀리고, 구두는 닦기나 하는지 모를 정도.

아무 때나 찾아온다. 때로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다.

그가 주는 정보가 없다. 내가 정보를 줘도 관심 없다.

미팅할 가치를 못 느낀다.

세 번째 오더니 같은 그룹인데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짜증을 낸다.

비싸서 안 된다고 했더니 그룹 돈이지 니 돈이냐며 화를 낸다.

네 번째 오더니 이번에 거래 안 하면 신상에 안 좋다고 협박한다.

비싸서 안된다고 했더니 쌍욕 하면서 주먹질할 태세다. 이 정도면 깡패다.


삼성이나 LG나 같이 술 먹은 적은 없다.

삼성은 술 한 잔 하자고 여러 번 청했지만 정중히 거절했고, LG는 후환이 걱정돼서 안 먹었다.


내가 맡은 석유화학 원료의 수입은 전량 수입이고 우리 회사가 첫 수입이다. 삼성과 LG는 그 원료의 국제 거래에 문외한이다.


석유화학 원료의 수입은 주로 롱텀 베이스 계약으로 거래한다. 미쓰비시 상사, 옥시덴탈이 롱텀 계약자다.

롱텀은 가격보다 안정적인 물량이 우선이다. 롱텀 물량 계약은 사장, 전무, 나 셋이 결정했다.


스팟은 누구와든 수시로 거래한다. 가격이 우선이다. 롱텀이든 스팟이든 가격은 전무, 나 둘이서 결정한다.  

일본이 싫지만 감정으로 거래하진 않는다.


LG 상사는 스팟이었고 늘 가격이 비쌌다.

그룹사건 뭐건 회장 일이고 내 일은 양질의 원료를 안정적으로 경쟁적인 가격으로 공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룹 회장이 직접 와도 비싸게 사라 하면 안 할 판이구만.



미스 코리아 지하에 모였더라


미쓰비시상사 에구찌는 우리 둘을 2차 술 접대로 강남 룸싸롱에 데려간다.

쭉쭉빵빵 몸매 죽이다 못해 미스 코리아급. 얼굴은 죄다 탤런트. 20대 초중반.
세상에, 대한민국 최고 미녀는 여기 지하에 다 모였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말 붙이기 수줍어 양주만 벌컥벌컥.
처음 간 강남 룸싸롱은 너무 신기했고 긴장되었다. 허나 대화는 저급했고 행동도 딱 그만큼이다. 값 비싼 양주에 흠뻑 취해 마이크 잡고 목 터져라 노래 부르고 잔잔한 음악이 깔리면 부르스 고. 허나 1차부터 너무 마셨다.  가누지 못하였으니.



ㅡㅡㅡ



몇 달 후 다시 술자리.


으레 그렇듯이 1차는 소주로 때운다.
또 강남 거기 룸싸롱 가자고.
올커니, 기다렸던 바.
저번엔 아무것도 몰라서 소주에 양주에 부어라 마셔라 술에 골은 데다 절정 미녀의 마약 같은 향기에 취해 인사불성.
이번엔 일부러 덜 마셨다.
소주잔을 얼른 덮고 냉큼 따라나선다.

이번에도 녀 넷.
그러니까 남 일 대 녀 일 짝지어서.
헌데 일본 맨과 나 대하는 게 다르다.
맨들에겐 온갖 교태에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일어는 스미마센밖에 모르누만 한국말, 일본말 서로 알아듣기는 하는지.
나에겐 무덤덤 사무실서 업무 보듯이.

어랏, 이게 뭐 하는 거?
가만, 저번에도 이랬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일 상사맨들은 우리 말고도 접대가 일이고 돈도 그들이 낸다.
난 몇 달만에 나타나고 녀들 보기엔 뜨내기로 얻어먹는 처지.

암만 그래도 그렇지.

그들은 유부남 난 총각 아닌가. 철전지 원수 일본 놈 대 토종 한국산 아닌가. 논개는 못 될지언정 역차별이라니.
허나 내가 혼자서 열불 나면 뭐 하나.
돈 내는  건 그들이고 단골도 그들인걸.

암만 그래도 그렇지 이게 뭐야.

지들이 접대받는 거야. 우리 둘 접대하러 여기 데리고 온 거 아녀? 그럼 녀들에게 확실히 교육해야지. 녀는 내게 곁도 안 주고 말이야.

에라이, 술 기분 낼라고 먹지 잡치려고 먹나. 자리를 박차고 확 뛰쳐나가고 싶다.
그렇지만 나름 애쓰고 돈 써 마련한 귀한 자리다. 녀들도 그렇다고 모른 척하는 건 아니고 생글생글 웃기는 하고 돈 벌라고 험한 자리 뛰어든 동생뻘이다. 판 깨지 않으려고 치미는 부아를 애써 가만히 참는다.



ㅡㅡㅡ



몇 달 후 다시 술자리.


역시나 2차 강남 거기 가잔다.
단칼에 No!
내가 미쳤니 또 거기 가게.
녀가 절색이면 뭐해. 너들만 신경 쓰고 난 개털이구만.
그리고 우리 둘 맘대로 2차 맥주, 양주 그리고 나이트클럽 데려가서 땀 뻘뻘 흘리며 미친 듯이 뛰고 놀았다.

일 맨들은 맹숭맹숭.

그 후로 일 맨들은 다시는 룸싸롱 가자는 소리 안 한다.
고럼, 영업하는 니들이 내게 맞춰야지
바이어인 내가 너들 기분 맞추냐.ㅎㅎㅎ


ㅡ90년대 직장 얘기다. 시대가 그랬다. 여성 비하나 추켜세울 의도 손톱만큼도 없다. 실상이 그랬다는 거.


석유화학 원료 수급 시장은 일본 상사 독무대. 그들을 끼지 않고는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

거간꾼일 뿐이나 원료보다도 운반선을 꽉 움켜쥐어 공급자, 수요자 양측 모두 힘이 없다. 극일은커녕 따라가기도 어려운 처지.


ㅡ녀들 보기에 내가 친일파 같았으리라. 일본 놈한테 술 얻어 먹다니.

몰랐던 거 아니다. 일부러 민족 감정을 철저히 눌렀다. 거래는 거래다. 힘을 키워야 한다.


ㅡ녀들은 나름 영업에 나는 없다에 충실한 거다. 마담이 시켰겠지. 돈 내는 놈이 왕이라고. 다 떠나서 총각이 좋냐, 유부남이 좋냐. 그러면서 위안.ㅋㅋ

ㅡ강원도 촌놈에 최고급 룸싸롱은 첨 가봤고 그들과 술 할 때마다 술에 절었다. 다음날 술 깨면 이상하게 룸 가는 길, 룸서 나오는 길만 필름이 끊겼다. 그때나 지금이나 두 번 갔던 거기가 어딘지 전혀 모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해외 출장은 놀다 오라는 거야. 부장님이 그러더라. 입사 2년차 첫 해외여행



일본 어린애라니



첫날 숙소 잡는다. 동경 한가운데 어드메. 어디고 호텔 객실 만실. 페레스 트로이카 고르바초프가 일본에 떴다. 지구를 양분한 대빵 중 하나. 공산주의 원조국이 자본주의로 변신 시도 첫 공산당 대빵. 세계 언론이 동경으로 총 출동. 일류 호텔에 방 하나. 헌데 스위트룸. 일주일 출장비 탈탈 턴다. 아파트 30평 넓이. 아, 이런 멋진 방, 뷰에 혼자라니.


다음날 미쓰비시가 나를 태워 본사로. 스위트룸이라니 다들 깜짝 놀란다. 이제 거지라 했다. 제일 보고 싶었던 녀. 수 백 번 통화 녀. 모시모시, 스미마센 외에 영어가 서투나 상냥 싹싹 조용. 그녀가 어떤지 자리인지 그거부터 봐야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녀도 날 무척 반긴다. 업무래야 내 업무 관련 임직원 소개


저녁 산다고. 돈 없는데 고맙다. 나중에 서울서 소주 사줄께. 헌데 무슨 요정인지 고급이다. 기모녀 녀가 내 옆에 무릎 꿇고 앙증 자기 주전자로 자기 잔에 술을 연실 따른다. 정성 바쳐 시중. 오, 술맛 나네. 부어라 마셔라. 밤 늦도록. 만취


차로 자리를 옮긴다. 지하. 내려가니 중앙에 소파에 빙둘러 앉은 남자 대여섯. 내 담당 미쓰비시 상사 직원은 날 남기고 가버리고. 여긴 어디?이건 무슨 시츄에이션?하나씩 불려간다. 내 차례인듯. 방으로 데려간다. 좁다. 잠자는 데 아님? 잠시 후 녀 등장. 앗, 응응하는 데다. 나갈 수도 없다. 돈 한 푼 없고 어딘지도 모르고 술기운에 몸도 못 가누고.

한 눈에 어리다. 갓 초등 졸쯤. 잘 봐줘야 중딩. 너무 어리다. 가엽다. 너 몇 살. 영어로. 전혀 못 알아 듣는다. 유 에이지. 모른다. 유. 모른다. 일본말로 너 몇 살. 말 않는다. 서비스하려고만. 만취하면 몸이 말 안 들어. 게다가 아이와 하라니. 이게 일본?스톱. 됐다 하고 나가라 하고 잠든다



미스 타이완은 가리오케



삼일 째. 대만행. 미쓰비시 직원 동행. 내 일정표는 나 홀로인데 굳이 따라붙는다. 허긴 비행기 삯도 체류비도 없다. 호텔 스위트룸 하룻밤에 다 날린 떨거지


대만 도착. 타이페이 모텔급서 여장 풀고. 포모사 본사 견학. 대만 VCM 업체. 거래처 아니나 알아두면 손해 아닌. 저녁 먹고 어느 거리. 좌우로 가라오케 화러한 간판이 줄러리. 한눈에 일본인 위한 유흥가. 한 업소.

크지는 않아서 중앙 무대와 소파 테이블 너댓. 아가씨 칠팔 명. 단골인 듯 무척 반긴다. 미쓰비시 일본서 나 대동한 일본인, 대만 미쓰비시 첨 보는 일본인, 그리고 한국 미쓰비시서 날라온 내 담당 에구찌. 넷이서 하나씩 녀들 끼고 양주 마셔라, 부어라. 녀들 하나같이 일류. 미스 코리아, 아니 미스 대만급. 일단 영어, 일어 능통. 잘하는 정도 아닌 원어민 수준. 딱 보니 여대생. 마담은 탑 오브 더 탑. 녀는 20대 후반쯤 내 또래. 내 파트너. 한꿔얼런 최고란다. 일본인 싫다고 귓속말. 중국이나 한국이나 피해자라고. 역시 대학생 맞다. 돈 벌러 나왔지만, 주고객이 일인이지만 속은 제대로인 거. 배짱 맞는다. 나도 대학 졸업한 지 2년밖에 안 되었다고. 너 마음 안다고. 부루스 타임. 춤 배운 적 없으나 살포시 안고, 안기고 뮤직 타면 그게 부루스지 별거 있나. 달아오르면 오른 다리로 슬쩍 녀 허벅지 사이로 끼우고 부드럽게 올리고


이튿날 낮, 타이페이 관광 시켜준다. 시내 절.

볼 게 별로다. 시내 오토바이 매연 그득. 어디나 부릉부릉. 휘발류 흰 연기 뿜뿜. 대기가 늘 뿌옇다. 시끄럽다. 일본보다 지저분. 저녁 먹고 같은 가라오케. 이틀째 출근이라 반갑다. 양주 덜 먹고 자리를 즐긴다. 대화 재미나다. 부르스 절로 댕긴다. 마담이 추자고 내 손 잡아 이끈다.  추며 귀엣말. 밤 12시쯤 전화하란다. 영업 끝나니 둘이 따로 보자며 전번 메모를 주머니에 찔러준다. 엥, 마담이 왜? 난 뜨내기 것도 내일 한국행인데?볼 일 없는데?오히려 그래서? 그렇군


숙소로 돌아 와 내심 결혼할 녀와 국제 통화. 별 사이 아니나 서로 결혼 상대인 걸 안다. 전화 끊고 한참을 고민. 마담이 기다릴 텐데


(결혼 계획 녀와는 그후 헤어진다. 엄마가 아니란다. 성격이 강하다고. 너와 못 산다고.  맞는 말. 엄마는 늘 내가 약대 가기를 바랐고 녀가 약대여서 인사 시킨 건데, 당연히 오케이일 줄 알았다.)


인도네이사 녀 스토리는 뺀다




----------------




너무 술만 먹고 노는 거 같아서 일 갖고 놀기 사례 하나 낑군다



마케팅으로 한바탕 놀기



원주영업소. 배배 꼬인 줄이 본사 마케팅만으론 풀리지 않는다. 비상 대책. 영업소 독자 마케팅 개발



우 시균이 총각 대리. 좌 과장님. 소금강 야유회





매출 이익 2배의 원리



1부. 무식한 놈이 소 잡는다.

2부. 현장에 답이 있다.

3부.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준다.

4부. 마케팅은 조삼모사




1991년. LG 화장품 원주영업소에서 대리로서 영업을 처음 시작했다.

임무는 대리점에 화장품 판매 및 관리.

그전 4년은 서울 LG화학 구매부에서 석유화학 원료 수입 담당.


첫 일주일 영업소 사무실에서 본사 매출 파악.

영업소에서 대리점으로 파는 게 본사 매출.

경리가 대리점에 전화해서 사장에게 통사정한다.

영업소로 주문 좀 해달라고, 정 주문 안 하면 영업소가 알아서 주문 넣겠다고.

경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하냐고?

이렇게 안 하면 매출이 안 된다고 한다.


일주일 후 원주 대리점 첫 방문.

월 자체 매출이 2천만 원.

대리점이 화장품 전문점에 파는 게 자체 매출.

근무 인원 물어보니 사장 1, 총무 1, 경리 1, 미용사원 4명이니 총 7명.

1인당 평균 월 300만 원 자체 매출.

어, 이걸 팔고 7명이 어떻게 먹고살아? 여기에 내 월급도 포함되었는데.

본사에서 석유화학 원료 수입할 땐 나 혼자 한 달에 50억 수입했는데.

물론 업종, 품목이 다르긴 하지만.


사장님한테 물었다.

남냐고?

별로 안 남는단다.


다시 물었다.

그럼 왜 하냐고?

별로 하고 싶지 않단다.


그럼 두 배로 팔면 남냐고 물었다.

남는단다.

단, 회사에서 제품 밀어내면 안 된다고.

그간 밀어내서 안 팔리는 재고가 창고에 꽉 찼다고, 더 받을 공간도 없다고.

창고 보니 화장품이 천장까지 꽉 들어찼다. 맞다.

밀어내기 즉 매출 푸시란 영업소가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대리점 의사에 반하여 제품을 대리점으로 밀어내는 행위. 이로 인해 대리점은 본사에 갚아야 할 채권이 늘고 대리점 수입인 장려금을 제대로 못 받게 되어 큰 손해가 생긴다. 이를테면 14%에서 10%로 줄어든다. 그러니 대리점은 극도로 싫어한다.


그럼 두 배로 팔고 안 밀어내면 남냐고 물었다.

그러면 대리점 할 만하단다.

매출 2배에 장려금이 10%서 14%로 늘면 익은 3배 된다.


전국 및 원주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인 태평양 아모레는 얼마나 파냐고 물었다. LG 드봉은 2위라는 건 알고 있다.

화장품 전문점 판매, 방문 판매 다 합치면 훨씬 많이 판단다.


근데 왜 우린 그렇게 못 파냐고 물었다.

우린 안 된단다.


안 되는 이유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이유가 많다.




-----




안이될방!

안 되는 이유보다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나하고 같이 2배 팔아보자고, 밀어내지 않겠다고 했다.


대리점 사장이 내게 화장품 아냐고 묻는다.

화장품도, 영업도 초짜지만 2배라고 해봤자 4,000만 원이라고, 1억도 안 된다고 했다.

경쟁사는 파는데 우리가 못 팔라는 법 있냐고 했다.

사장님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본다.


그 날 원주대리점 목표를 정했다. 혼자서. 더 이상 대화가 안되니까.  


1. 자체 매출 월 4,000만 원

2. 본사 매출은 자체 매출 이하


왜?


그래야 대리점이 많이 남으니까.

그래야 대리점에 쌓인 재고가 줄어드니까.

그래야 대리점이 알아서 본사로 주문할 테니까.

그래야 내 월급, 내 밑에 직원 월급 나올 테니까.

그래야 영업이 괴롭지 않고 재밌을 테니까.

우리가 시장점유율 1위 하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


어떻게?

모르지만 어떻게든.

아는 건 시장, 고객, 제품이 있다는 건 확실.


원주 대리점, 춘천대리점, 제천대리점, 여주 대리점, 농협 위탁대리점 2곳.

그렇게 일주일간 관할 대리점을 다 둘러보니 상황이 대동소이.


각각 다 목표 설정. 자체 매출 2배, 본사 매출은 자체 매출 이하.


매출 부진, 푸시, 채권 악화, 수입 감소, 의욕 상실의 악순환. 리를 단칼에 끊어야 했다.

병이 아닌 대수술이 필요한 암이었다.

빨간색으로만 보이는 빨간 안경 대신 파란색 안경으로 보아야 했다.

서울 본사에서 화장품 제품 교육 일주일, 대리점별 첫 순회 방문 일주일이 화장품 경력의 전부니까

빨간색 안경은 애초에 가진 게 없었다.




-----------------




현장에 답이 있다. 바닥을 훑자.

판을 새로 짜라. 하던 거 그만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자체 매출 목표 2배.

어떡하나?

모르면 배워야지.



저인망으로 바닥 훑기.



ㅡㅡㅡ화장품 전문점=화장품 코너 분석



원주 대리점 관할 화장품 코너 120여 개.

경리에게 리스트 달라해서 독수리 타법으로 엑셀로 표를 짠다.

코너명/월 외형/월평균 LG드봉화장품 매입/점유율/전화번호/담당 미용사원/점주 나이/원하는 것/2배 매출에 필요한 것.....

영업소서 채울 수 있는 건 하고 빈칸은 물어보고. 채우기로



ㅡㅡㅡ그리고 대리점으로 go



아침 10시부터~저녁 6시 퇴근 때까지.

미용사원 Beauty Consultant 약칭 BC 4명을 1명씩 번갈아가며 담당별, 코너별 집중 분석.

한 코너당 평균 4분. 타깃 코너는 10분~20분 점주 성격까지 체크.

처음 몇 개 하니까 눈치채고 대리점 사장님이 약속 있다며 자리를 피한다.

코너 속 사정은 BC가 훤하니까 현 단계서 사장은 필요 없다.ㆍ

코너가 주로 필요로 하는 것은 화장품 샘플 달라, 소비자 판촉물 달라 두 가지.

소비자 판촉물은 화장품 사면 소비자에게 증정하는 사은품. 화장솜, 유리컵, 치킨 타월 등 싸고 양 많은 거.

그걸 코너 점주에게 왕창 주면 매출 2배 하겠냐고 물으면 고개 절레절레. 어차피 공짜로 주는 거라 당연하게 여긴다고.


파헤치다 보니 매우 중요한, 다들 알고 나만 모르는 포인트 발견.


화장품은 권유 판매 비중이 크다는 것.

소비자가 아모레를 주로 찾지만 코너 점주가 드봉 권해 팔면 팔린다는 .

점주가 권하기에 따라 코너 내 제조사별 시장점유율이 등락이 크다는 .

그럼 점주가 원하는 ?


일단 소비자가 달라니까 판촉물. 그다음 자신에게 필요한 거.

둘 중 하나 선택하라면?

둘 다 달란다는 게 대리점  미용사원, 총무, 경리 공통 답변.

오케이 늦었으니 오늘은 정도 하고.


그런 식으로 4개 대리점 1주일에 독파. 위탁대리점은 주력 시장 아니니 빼고.

400여 개 코너 파악.



ㅡㅡㅡ그러고 나서 코너 순회



영업소 영업사원이 지역 몇 위내 대형 코너 외에는 크고 작은 코너를 방문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핵심 상권, 변두리 상권 / 점유율 높은 곳, 낮은 곳...대리점 당 20% 정도 20여 개 화장품 코너.

주인은 대형점은 소수고 거의 아줌마나 아저씨, 소형점은 대다수가 대개 아줌마나 시집갈 나이 된 아가씨.


애로 사항은?


아모레는 소비자가 찾는데 드봉은 권유해서 팔아야 하니까 힘들다..

소비자 판촉물 부족하다. 더 달라.

미용사원 판매 지원해달라. 저녁 바쁜 시간이나 특별한 볼 일 있어서 가게를 비울 때 대신 봐줄.

점주 판촉물. 점주가 생활에 필요한 것. 유리잔 세트, 프라이팬, 다리미판


더 바라는 건?

사장이 코너에 안 온다. 대리점 사장을 봐야 판촉물을 더 준다.

오케이! 미용사원 말과 현장이 대체로 일치.


그런 식으로 2주가량 4개 대리점 관할 코너 80여 개 방문.



ㅡㅡㅡ다음은 영업소 자원 파악



판촉이 정해졌다.


한 달 단위로 한다.

소비자 판촉이든, 점주 판촉이든 화장품 매입 금액 조건이 붙는다.

즉 얼마 매입하면 어떤 거 준다.

본사가 판촉물을 정한다. 영업소는 배분 역할.


ㅡ판촉물을 대리점별, 코너별 매입 금액에 따라 할당

ㅡ전국이 천편일률. 경쟁사도 마찬가지. 단, LG가 판촉이 세다.



그리고 영업소 재원 파악.


대리점에 소비자 판촉 지원 2% 정도. 품의하면 점주 판촉 2% 정도 가능하니 합 4%

2% 가지고 샘플, 소비자 판촉물 주고

2% 공기 청소기, 도자기 세트 점주 판촉물 주고

점주 판촉과 소비자 판촉의 공통점.

얼마 매입하면 어떤 거 준다. 조건부.

적게 매입하면 조금, 많이 매입하면 그만큼 더.

경쟁사도 비슷.


거꾸로 접근하면?

먼저 점주가 필요한 걸 선택하라 하고 그다음에 거기에 맞는 매입을 하라면?


매입 부담 없다면 당장 사고 싶은 것은?

싼 거 말고 엄청 비싼 거 주면?

대형 TV, 대형 냉장고, 대형 세탁기... 주로 대형 TV. 메이커 삼성이나 LG 것

소파, 큰 옷장... 주로 대형 가구. 메이커 보루네오 것.  

LG전자 원주지점 한 장 짜리 큰 카탈로그, 보루네오 원주 대리점 가서 한 장 짜리 큰 카탈로그 입수.

각각 몇십 개나 100개 일괄 구매하면 얼마 DC?

소비자 가격에서 평균 35% 정도 DC 가능.

결제는? 선불 아닌 배달 후.





사무실로 돌아와서 계산기 두드리기.


원래 재원은?

영업소 4%+대리점 3%=7%


더 가능한 재원은?

영업소 추가 투자 2%+대리점 추가 투자 3%

대리점은 장려금 현재 10% 받고 있는 걸 14% 받으니 남는 거 4% 중 3% 투자.

한 번 채권 정상화되면 악화되지 않는 한 내내 14% 받고,


더 가능한 재원은?

코너 10%


다 합치면

23% = 영업소 4%+영업소 추가 투자 3%+대리점 3%+대리점 추가 투자 3%+코너 10%


즉 100만 원 매입하면 23만 원 재원.

파격적이다. 근데 이걸로 매출 2배?

약하다.

머리 쥐어짤 타임. 짜고 또 짜고. 별 무대책 시간만 흐르고.


그러다 불현듯 3개월 모으면?

어, 그렇네! 판촉을 매달 한 번하란 법 있나?

3개월에 한 번 하면?

그러면 영업소 46% = 18%+대리점 18%+코너 10%

여기에 LG전자, 보루네오 평균 DC 35% 감안하면 70%=46%/0.65



100만 원씩 3개월 매입하면 소비자가 70만 원짜리 LG 전자제품이나 보루네오 가구 무엇이든

300만 원씩 3개월 매입하면 소비자가 210만 원짜리 LG 전자제품이나 보루네오 가구 무엇이든

500만 원씩 3개월 매입하면 소비자가 350만 원짜리 LG 전자제품이나 보루네오 가구 무엇이든 

1,000만 원씩 3개월 매입하면 소비자가 700만 원짜리 LG 전자제품이나 보루네오 가구 무엇이든


원래는 월 500만 원 매입하면 월 7% 35만 원 재원으로 다음 달에 소비자 판촉물로 샘플 주고 컵 주고, 점주 판촉물로 유리잔 세트 하나 주는데.

근데 3개월 점주 판촉은 46% 230만 원 재원으로 소비자가 350만 원짜리 가전제품이나 보루네오 가구를 준다.

코너 부담은 단 10% 35만 원. 코너 입장에선 90% 세일가로 구입하는 셈.  


앗, 바로 이거다! 3개월 점주 판촉. 이거면 2배 매출 가능하겠다.


근데 이론 아냐?

누가 이런 거한 적 없잖아?

바로 시장 반응을 확인해 봐야겠다.



---------------------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준다. 그 다음 내 걸 취한다.

시장 반응 확인은 필수. 

용 쓸 때 쓰자. 그러면 보상이 오래 간다. 아니면 곧 대가를 치른다.





앗, 바로 이거다! 3개월 점주 판촉. 이거면 2배 매출 가능하겠다.


근데 이론 아냐?

누가 이런 거 한 적 없잖아?

바로 시장 반응을 확인해 봐야겠다.



3개월 점주 판촉 - 화장품 코너 테스트



LG, 보루네오 카탈로그 들고 코너로 직행.

반응 테스트.

순서가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얼마 팔면 어떤 거 준다.

이번엔 먼저 갖고 싶은 거 골라라.


1. 먼저 카탈로그를 보여주고 골라보라고.

2. 500만 원짜리 LG전자 제품을 고른다.

3. 사주겠다. 대신 3개월간 매달 매입 500만 원에 50만 원만 내라.


하겠단다.


문:결제 가능한가?

답:가능하다.


문:샘플은 조금밖에 못 준다. 소비자 판촉물은 아예 없다.

답:괜찮다.


문:아모레 샘플, 판촉물로 드봉 팔아야 한다.

답:그러겠다.


문:월 외형이 1,000만 원인데 그러면 매입가로 650만 원. 드봉 한 달에 50만 원 매입했는데 어떻게 매달 드봉만 500만 원 매입하나?

답:가능하다.


문:못 팔아도 반품 안된다. 결제는 해야 한다.

답:반품 안 한다. 결제한다.


문:재고 쌓이지 않나?

답:열심히 팔면 된다. 3달 후 남으면 몇 달 더 팔면 된다.


문:네 달째부터 매입이 확 줄지 않나?

답:아니다. 화장품이 구색 장사라 팔기 시작하면 주문은 계속해야 한다. 스킨 나가면 로션 팔기 위해서 스킨 주문해야 한다. 권해서 손님이 아모레를 드봉으로 바꾸면 계속 드봉 쓰기 쉽다. 드봉이 마진도 좋고 판촉물도 많다.


문:왜 무리하나?

답:시집갈 때 가져가려고.


앗, 시집갈 때 가져간다고?

혼수 가구 장만하려고. 또는 새 가구 장만하려고 모든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거다.


그걸 아무도 안 준 거다.

당장 팔아먹으려고 싼 거만 줬지 혼수, 가구 걱정은 내가 처음 해 준 거다.

화장품 코너 점주는 거의 전부가 여자구만.

시집갈 때 된 아가씨가 반, 아줌마가 반, 아주 드물게 몇 명만 아저씨.



3개월 점주판촉안 작성



ㅡLG전자, 보루네오 가구 카탈로그에 있는 거 어떤 거든 사준다.


단, 화장품 코너 점주는,

3개월간 매월 얼마씩 매입하고 대금은 매월 완불한다. 반품 안 된다.

판촉물의 인도는 2개월째 되는 달이다.

판촉물 대금의 10%만 투자한다.

계약 어기면 판촉물 대금 변상한다


대리점은 매달 판촉물 대금의 7%를 투자한다.


미용사원은 1명당 카탈로그 2장 즉 LG전자. 보루네오 가구를 가지고 화장품 코너에게서 계약서를 받아 온다.


대리점과 화장품 전문점간 계약서



원주 대리점 반응



대리점 사장 극구 반대.


화장품 화 자도 모르는 게 멀 안다고. 속으로 거부감.

왜 이런 걸 하는데? 속으로 귀찮게.

코너가 왕창 매입하고, 점주 판촉물은 받아먹고, 결제는 안 한다.

결제하더라도 재고 쌓여서 4개월째부터 장사 망친다.

왕창 매입했으니까 샘플, 컵... 소비자 판촉물 더 달란다. 안 줄 수 없다. 돈 더 든다.

내 반론. 그럼 이대로 갈 건가?

이익 형편 없어 하기 싫은 거 억지로 하고, 밀어내고, 재고 쌓이고, 채권 모가지 차고, 회사는 담보 더 넣든지, 돈 빌려서 갚든지 요구하고.....

코너가 약속 안 지키면 내가 개인적으로 책임진다. 회사가 아니고. 내 월급이든 적금이든 내가 책임진다.


미용사원 적극 반대.


이걸 어떻게 설명하고 약속받나?

내 반론. 먼저 카탈로그 보여주고 고르라 하고--> 그거 드릴 테니 3개월간 얼마 매입, 결제하겠냐 하고-->하겠다면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끝. 그게 머가 어려워.

아님 이대로 갈 건가? 아모레는 그냥 사가고, 우린 맨날 미용사원이 코너에 가서 직접 팔아야 하고.....

우리도 점주가 알아서 팔 때가 되지 않았나? 그래야 미용사원 일이 줄지 않나?

그렇게 설득해도 약속 안 지키면 사장님한테 자기들만 혼난다며 여전히 반대.

좋다. 코너가 약속 안 지키면 사장님은 내가 책임진다.




전체 대리점 회의 소집



사장들 단체로 반대.

코너가 약속 안 지키면 내가 개인적으로 책임진다. 회사가 아니고. 내 월급이든 적금이든 내가 책임진다.

통과.




전체 미용사원 회의 소집



코너별 계약 요령 교육. 순서가 중요하다고 교육.

먼저 카탈로그 주고 마음대로 판촉물 선택-->3개월 매입 조건 제시--> 계약서 작성



결재



품의 써서 과장님, 부장님 결재받고.

재원 조금 더 쓰고 매출 목표하고 대리점 재고 왕창 줄여 대리점 이익 팍팍 내준다는데 사인 안 할 이유 없다.




-----




3개월 점주 판촉 개시



한 달 내내 미용사원들이 카탈로그 2장 갖고 계약하는 게 영업.

지점은 인원 지원하고 진척도 확인하고.

계약되면 대리점 사장 확인하고.

한 달 후 계약 금액만 평소 3개월치 매출의 1.5배.

코너 계약률 40%

계약 안 한 나머지 60% 코너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평소 매출.

전 코너 다 합치면 평소 매출의 2배.


2달 후 대금의 50% 받고 전자제품, 보루네오 가구 트럭으로 배달해 주고.

3달째 결제 완불.

계약 코너 열외 하나 없이 100% 약속 이행.


예를 들어서 여주의 한 화장품 코너.


350만 원짜리 보루네오 천연가죽 소파를 사달라고.

작성한 표 보니 코너 월 외형이 판매가로 1,000만 원. 월평균 드봉 매입이 20만 원이 채 안 된다.

그럼 매달 500만 원씩 3달 매입해야 하는데? 코너 판매가로는 770만 원인데 그게 가능해?

직접 차 몰고 코너 방문.

구멍가게 같은 코너. 안 되겠다. 거절하려니까.

혼수란다. 하겠단다. 믿어보란다.

할 수 없이 계약.

칼같이 약속 지켰다.


발령 석 달만에 전 대리점 정상화. 시장점유율 1위!


전체 대리점 재고 바닥, 채권 130%에서 80%로 왕창 줄고

장려금 10%에서 14% full로 받고

점주 판촉 투자비 전액 회수 및 그 후로도 내내 14% 장려금.

매출 2배에 장려금 10%-->14%이니 이익은 3배로 급등.

대리점 사장님들 하나같이 만면에 웃음.


우려했던 계약 후 네 달째부터도 매출 고고.

코너 점주 말대로 화장품이 구색 장사라 빠지는 거 계속 주문해야 하고, 습관 되어 계속 드봉 권유 판매. 드봉 아진이 아모레보다 좋기도 하고.

소비자도 써 보니까 좋으니까, 아모레와 차이 없으니까, 아모레보다 싸니까. 처음 바꾸기가 어렵지 알아서 찾는다.


과장님 이하 영업소는 매출 저절로 되니까 분위기 최고.

경리는 대리점에 매입 부탁할 일 없고, 주문받느라 신나고.

나는 포상 휴가로 직원과 일본 여행.

진급에도 당근 기여했겠죠?ㅎㅎ


3개월 점주 판촉 몇 달 후 아모레 지점장 볼 일 있어서 만나니 드봉 때문에 못 살겠다고.

허긴 영서 지역 코너 40%가 매장마다 LG 제품 잔뜩 쌓아놓고 죽어라고 팔아대니 죽는소리 할 만.

것다가 LG 드봉 파는데 태평양 아모레 판촉물 쓰니 속으로 열불 날 거.

그 정도니 시장점유율은 자동 LG가 1위로 등극!

한 번 발동 걸리니 그렇게 일 년 죽 가더라구요.


원주영업소 온지 5년 지나서 서울 본사 마케팅부로 발령낸다길래 자진 퇴사하니까 LG그룹에서 바로 전화오더라구요. 미래 경영자로 선정했으니까 바로 복귀하라고. 그룹 내 어느 회사든, 어떤 부서든 가고 싶은데로 보내주겠다고.

거절 했습니다.

왜냐구요?

그건 다른 스토리라서 다른 길로 빠지니까 여기서는 이만.




-----------------



마케팅은 조삼모사




뭐든 원리를 깨우치면 응용이 가능.

3개월 점주 판촉 성공에서 근본 원리가 있다면?


조삼모사 

朝三暮四


도토리를 원숭이에게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니까 화내고,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준다니까 좋아했다는 고사성어.


총비용은 같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천양지차.


같은 비용으로 비용보다 큰 효과를 내야 마케팅. 그래야 매출이 늘고 이익도 같이 는다.


비용 써서 쓴 만큼 매출. 이건 버티기. 변신해야 할 때.

비용 써도 매출 하락. 이건 돈지랄.

변신 안 하면 사업 말아먹는다.


마케팅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조삼모사




■ 포상 일본 여행 두 번째



화장품 불티나게 판다고 사업부장 포상 일본 여행. 이번은 단체. 내 여직원 포함 다른 영업부서 몇과 함께. 년 수 백 억 혼자 수입과 달리 화장품 원주서 판매. 년 20억 쫄때기 장사에 국내 영업이라 일본서 접대 받을 일 없다. 그냥 관광. 온천 갔을 때 일본 여자들이 위쪽 귀퉁이에서 남탕 내려다 보는 게 신기할 따름. 벌거벗은 채 부하 여직원과 눈 마주쳐 야릇




서울 구경 시켜주세요



강릉출장소장으로 발령. 신혼. 결혼 다음해



----서울 구경



영업이사 방문. 산오징어 엄청 좋아하신다. 잘 모시고 다음날


건의 사항 있습니다


뭔가. 말해 보게


강릉 와 보니 출장소 직원  전부. 여의도 쌍둥이 빌딩 한 번도 못 가봤답니다. 매일 통화 하는데 담당 얼굴마저 서로 모릅니다. 여긴 물류센타 즉 창고 한 쪽에 사무실. 이래서야 대 LG 자부심 어렵습니다. 영업 지원보다 본사 여직원 넷 사기 진작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내가 어떡하면 되나?


하루 시간 주십시오. 직원 넷을 제 차에 태워 여의도 본사 견학 시켜 주십시오. 한강 뷰 빌딩 보고  업무 파트너 얼굴 직접 보고나면 업무 효율 훨씬 좋아질 겁니다


ㅎㅎㅎㅎ. 그게 건의 사항인가. 다른 건 없나?가장 시급합니다. 영업은 경쟁사와 전투. 지피지기 백전백승. 먼저 아군이 얼마나 크고 멋진  회사인지, 마켓쉐어 1위 경쟁사가 얼마나 코딱지만한 회사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 그래, 그거야 당연히 들어주지. 당장 다음주에 본사 올라 와. 오면 내 방 꼭 들르고


그럼 출장 처리해 주시는 거죠. 여직원들이라  월급에 예민합니다. 휴가 아닌 업무의 연장으로 처리해 주십시요


ㅎㅎㅎ. 알겠네. 알겠어. 수당, 교통비까지 품의 올리게

 

넵, 이사님, 충성. 대단히 감사합니다


영업 이사는 경상도 싸나이고 대빵 성격인 걸  알았기에 좋아할  줄 알고 건의한 거


이리하여 여직원 셋 태우고 강릉 촌에서 서울 나들이 했다는 전설ㅋㅋㅋ



---지상 최고 국도



강릉서 정동진 가는 국도. 동해바다와 해변 바위, 산이 어우러진 절경


강릉 출장소. 매출 규모 전국서 가장 적어 사업에 무슨 영향이랄 거도 없다. 운 좋으면 년에 한 번가량 사업부장 방문. 운이라니? 높은 사람 안 오는 게 최고 아닌감?아니, 챤스. 사업부장이 영양가 없는 촌구석에 왜 오겠나. 쉬고 싶은 거. 서울 뜨고 싶은 거. 그분도 위에 사장 있다. 매달 매출 목표에 쫒긴다. 그 위로 회장. 전무 진급 하려면 목표만 해서는 어렵다. 년말 가까우면  목이 위태함을 느낀다. 큰 지점 가본들 매출 밀어내기 모가지. 토해낼 지경. 곧 월말.이 달 마감도 만만찮다. 골 아프다. 갈 데는 없고 가만, 강릉을 안 가봤네?근데 서울서 강릉?너무 멀어. 앗, 비행기. 비서에게 다음날 비행기 표 끊으라 하고 내게 전화. 내일 보자고


그게 강릉이고 그게 사업부를 책임진 임원의 처지. 근데 그런 사업부장을 붙들고 매출 걱정 시키면 기본이 안 된 거. 매출 1%도 안 되는 거. 우선 전날 매출 목표 100%를 다 맞추어 놓는다. 공항 도착


사업부장님, 환영합니다. 여기서는 매출 걱정 마십시요. 이 달 매출 다 했습니다


어, 그으래?어떻게?아직 말일 마감 며칠 남았는데?


강릉까지  와서 매출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트레스 푸십시요


업무 보고 할 거 없다. 영업에서 목표 다 했구만. 대리점 방문 하잔다


동해대리점이 열심히 하는데 많이 어렵습니다. 거기 가셔서 대리점 사장 격려해 주시면 크게 도움됩니다


그리하여 내 차로 절경 국도로 모신다. 물론 최절경에서 차 세운다. 대자연의 풍광에 넋을 잃는다. 바닷바람에 스트레스 날린다. 대리점 방문 애로 청취. 다시 그 국도로 모신다


당장 대리점 지원 품의 올려


아시다시피 이쪽 대리점들이 시장이 작아 다 영세합니다. 전체를 지원하시면 출장소가 크게 힘 받습니다. 적은 돈으로 큰 효과 볼 수 있습니다


알았어. 품의해서 내일 바로 올려


매출 목표 했다. 스트레스 날렸고 기분 짱. 지원 당위성 밝히고 넉넉히 지원 요청 결재 올린다. 당연히 오케이


사업부장님은 꼼꼼 내성적. 마음에 응어리부터 풀어주는 게 답이었다



---태백산맥을 넘어라



원주영업소 발령 받고 이듬해 결혼. 그리고 다음해 강릉출장소장으로 발령. 고민하다 혼자 가기로. 대신 작전. 회사 일 해내고 가정도 지키고. 잠은 가능한 원주서 자되 업무 지장 없게

 

월. 원주영업소 출근해 일 본다. 강릉출장소가 원주영업소 직속이라 과장과 업무회의 하고 지원 물품 내 차에 챙기고


화. 새벽. 집에서 출발. 대관령 넘ㅇ니 강릉으로 출근. 강릉서 1박. 아침 제공  싸구려 여관. 딱 한 명 누우면 차는 쪽방


수, 목. 금 강릉출장소 출근. 쪽방서 잔다


토. 이른 아침 속초대리점으로 출발. 대리점, 화장품 가게 방문 상담 후 미시령 넘어 원주. 다음주는 동해대리점 방문. 삼척, 태백, 사북 화장품 가게 상담 후 원주


일. 휴일이니 원주


이러면 3일 원주, 4일 영동. 오히려 업무상  나은 점. 구석 구석 화장품 가게 사장과 알게 됨


일 년 출장소장 마치고 원주영업소장으로 발령


원주, 강릉 합 5년 근무. 그리고 사표

내 사업하며 놀기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