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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ul 17. 2024

저 안 뽑으면 큰 손해보는 겁니다

31화. 실패로 본 성공 비법 2권


ㅡ대기업



84년. 대기업 사장 목표로 3년 준비.

87년. 가을. 대학 졸업. 지원한 대기업  다 합격. 뭔가 손해 본 느낌. 연수 다 안 들어가고 삼성물산 하나 남았다. 여기마저 포기하면 대기업 취업 시즌 지난다. 밤 꼬박 샌다. 비몽사몽 용인 연수원 입소. 1일차 연수. 귀에 안 들어 와. 종일 고민. 뭔가 손해본 느낌. 취침 못 하고 밤 꼬박  샌다. 이틀 잠 못 자니까 머리가 깨질 거 같다. 새벽. 더 이상 생각 안 나. 엉뚱한 결론. 입사 하기도 전에 이리 고민이면 이 회사 오래 못 다닌다. 즉시 가방 싸서 연수원 탈출.



ㅡ증권회사



증권회사. 급여 최고. 인기 최고. 어느 정도냐. 고졸 여 창구 직원이 최고 신부감. 우리사주에 투자 수익에 거금. 하물며 대졸 직원 말해 무엇하리. 대신증권 최고 인기. 포함해 10여곳 거의 다 지원. 모집학과. 경영학과. 경영학 석사 MBA 우대. 나 경영학 부전공. 영문학 전공. 대신 무역학 1년 반, 회계학 1년, 영회화 수준급. 어디든 알아볼 거야. 면접은커녕 죄다 서류 탈락. 아니, 말 붙일 기회는 줘야 할 거 아냐.



ㅡ다시 대기업



아니구나. 다시 대기업 지원. 다 서류 합격. 면접 다 탈락. 공통 질문 하나. 생긴 거 멀쩡, 취업 잘 되는 영문과인데 뭐 했어? 그냥 쉬었어요. 삼성 탈주는 말 못 하잖아. 증권 회사 다 탈락 자존심 상해 말 안 해. 건강이든 뭐든 문제아로 본 거.


이리 1년 가까이. 슬슬 똥줄 탐. 이러다 대기업 취업 못 하는 거? 해 넘어가면 취업 삼수생. 왜 이래. 왜 날 못 알아 봐. 그건 벌써 없어짐. 뽑아만 주면 열심히, 아니 죽어라 일할 텐데. 제발 뽑아만 주라. 일 진짜 진짜 진짜 하고 싶어.



ㅡ신생 회사



88년. 신문하단 광고. 럭키소재. 럭키금성그룹 계열 신생회사. 이런 회사도 있어? 신문에 광고라니. 것도 쪼가리 뒷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 못 됨. 역시나 면접. 똑 같은 질문. 졸업하고 뭐 했어. 쉬었어요. 진짜였거든. 후배 둘 자취방에 낑궈서 종일 방바닥에서 뒹굴었거든. 무려 일 년을. 까짓 대기업 준비 더 할 거도 없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짧게 해봐. 딱 한 마디. 저 안 뽑으면 큰 손해 보는 겁니다. 또 떨어질 거 알았거든. 면접 한두 번 보냐. 어차피 떨어질 거. 하고 싶은 말 하라 했으니까 처음 그 말 입 밖에 뱉음. 진짜 일하고 싶다, 뽑아만 주면 죽어라 일하겠다. 이건 안 했어? 존심이 있지. 내가 왜 구걸 해.


일주일 후. 우편물. 출근하란다. 우라아아아. 합격이다. 합격. 1년만에 받은 합격 통지서. 너무 너무 너무 연수원 입소일이 기다려진다.



ㅡ2년 후



블랙 무슨 데이. 주가 대 폭락. 증권회사 창구 여직원, 대졸 직원, 지점장들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투자자 손해 끼쳐서? 자기 돈, 대출 박박, 부모 형제 자매, 친척, 친구 끌어들이고, 처가집. 다 망함.



ㅡ너는?



신나게 죽어라고 일했지. 

헌데



https://brunch.co.kr/@sknohs/1350



ㅡㅡ10년 후



https://brunch.co.kr/@sknohs/1311



ㅡ날 왜 뽑았는지 지금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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