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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an 24. 2024

회장님 택일하시죠ㅡ연봉 2배나 2계급 특진

16화. 실패로 본 성공 비법ㅡ대기업 편

(자랑 아니요, 그럴 나이 지났다. 교훈, 반면교사 있으면 가져가시오)



1997년 3월



-누구?

-LG 그룹 인사 임원입니다. 당장 회사 복귀하세요


-사표 썼어요

-O과장은 그만두면 안 돼요. 복귀하세요


-사표 썼다니까요. 근데 누구신데 복귀하라 마라 하시는 거?

-그룹 회장 누구 직속 임원입니다


-이제 상관 없어요. 사표가 장난 아니잖아요

-왜 사표?


-사직서에 썼잖아요. 근데, 제가 그만둔 걸 어떻게 그룹에서 알고?

-미래 경영자로 선정 됐어요


-그게 뭔데요?

-비밀이다. 만든 지 1년 됐다. 회장 직속이다. 그룹이 커져서 친인척만으론 경영이 어렵다. 해서 계열사별로 선정했다. 회장님 특별 관리한다


사표 쓰기전에 진작 말해 주시죠

ㅡ무슨 계획은 있나?


ㅡ아니요. 10년만에 휴가라 푹 쉬고 알아봐야지요

ㅡ잘 생각해 보자. 전화 다시 하겠다


이렇게 일주일 매일 전화 온다. 미래 경영자로 꼬시다가 안 되니까


재무는 안 해봤으니까 재무부서로 보내줄테니까 더 배우자

재무요? 그거 은행 가서 돈 빌리는 거던데요? 그게 뭘 배울 게 있나요. 은행 찾아가서 죽치고 기다리는 게 일이더만요.

제가 뭐라고 이리 신경쓰다니 감사 드립니다. 솔직히 다 말씀 드리지요. 10년 미친듯이 일했어요. 성과 으니 그룹까지 알게 되었을 거고요. 그 성과가 그냥 나왔을까요? 입사 때 목표 있었어요. 50세에 LG 그룹 주력 회사 사장. 60세까지 10년 회사를 10배, 100배 키운다. 대학 3년간 준비했어요. 경영학, 회계학, 무역학, 영어 회화, 기초지만 일어, 중국어. 현실. 대리 진급 1년 일찍 되더라고요. 것도 합병 당하면서 혼자만 특혜라면서. 개인 사정으로 원주 왔어요. 회사가 바뀌다 보니 굴러온 돌. 별별 더런 당했죠. 4년 정년 채우니 과장 진급. 새로 생긴 차장 직급때문에 4년 해야 부장돼요. 임원도 이사, 전무, 부사장, 사장 4단계에서 하나 상무 하나 더. 따져 보니까 60세 돼야 사장. 임원은 해먹겠지만 50세 넘어서까지 사장 결재 받으라고요? 한편 제 체력이 따를까요? 일주일에 삼 일은 술 만취. 술 안 좋아하지만 먹어야 해요. 그래야 사내 협조, 거래선이 따르거든요. 업무만 가지고는 안 되는 문화 아시잖아요. 사장 되기도 전에 쓰러져 죽거나 병원 신세질 겁니다. 이제 됐죠? 그러니 그만 전화 하세요


안 되니까 원하는 회사, 원하는 부서 찍어라. 어디든 보내준다고. 그도 안 통하니까 제발 복귀하라고 하소연. 자기가 다친다고. 그렇겠군. 회장 직속 특별 관리면 회장에게 보고해야 할 테니까. 싹을 잘라야겠다


그럼 제안 하나할게요. 회장님께 보고 하세요. 연봉 두 배 주거나 2계급 특진. 둘 중 하나면 복귀하겠습니다. 미래 경영자로 선정했다는 건 실적이 그만큼 좋았다는 거,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고 남들보다 더 벌어줬으니까 돈으로 보상해 주세요. 곤란하면 지금 과장 2년차. 부장으로 발령내 주세요. 원래 없던 차장 생략하는 거니까 그룹도 손해 나는 거래 아닐 거


그건 안 된다


보세요. 실적이 뛰어나든 아니든 월급 똑같잖아요. 진급 똑같잖아요. 뛰는 놈 바보 만들잖아요. 적당히 일하면서 진급하는 게 잘하는 거. 그게 LG. (그룹 모토 인화. 럭키 Lucky그룹과 금성 Goldstar그룹이 합쳐서 LG 그룹, 창업주부터 동업 성공의 신화. 이게 그룹 성장의 원동력이기에 인화 중시. 일등 주의 삼성과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미래 경영자 선정한 거다


미래 말고 당장 해달라고요. 당장도 안 하면서 무슨 미래요. 10년 겪었어요. 복귀해서 또 10년을 그렇게 하라고요? 미래 경영자 타이틀 하나 가지고? 안 할래요. 인사 임원이시니까 저 같은 사람 시켜서 아니라 스스로 하는 거 잘 아실 거고요. 저 할말 다 했어요. 회장님께 전달하시면 이사님도 면피 될 거예요. 연봉 두 배 주거나 2계급 특진. 양자 택일하라 하세요




ㅡㅡㅡ




■ LG그룹 10년   



● 럭키소재, LG화학 서울 본사 구매팀. 수입 및 구매 업무 4(883~91)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고 여의도 본사에서 석유화학 원료 수입 업무, 원부자재 구매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주 업무인 원료 수입은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미국 회사와 거래했습니다. 영문 계약서 작성, 외국인과 가격 네고 및 결정, 외국 회사 고위직과 자사 사장, 부사장, 전무 연석회의에 참석, 회의 내용 번역해 회람, 해외 출장 등 국제 비지니스 언어인 영어를 사용했습니다. 사업부에 임원 외 영어회화가 가능한 상급자가 없고 임원도 영어가 약한 상황이어서 제가 외국인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한편 실무자로서 혼자서 신용장 개설, 선적 및 운항 점검 등 수입 실무와 부자재 구매 업무를 병행했습니다.   


에피소드 1. 일단 부딪혀라. 첫 출근 날. 제일 앞 줄, 유리 도어 정면이 제 자리였습니다. 사무실의 모든 방문객을 마주 봐야 했습니다. 한 달 지켜보니 유독 일본인들만 전무실로 직행했습니다. 여비서에게 물으니 전무님은 신 공장 건설로 엄청 바쁜데 선약 없이 인사차 들르는 게 대부분. 비서는 영어도 일어도 안 되니 허수아비. 제가 일본인에게 Excuse me, 차 한잔하자며 불러 앉혔습니다. 영어로 나에게 먼저 전화해라 그러면 전무님 스케줄 보고 약속 잡아줄게, 그게 서로 효율적이다 하니 땡큐 연발. 전무님도 굿. 그렇게 시키지도 않은 걸 시작하여 입사 반년만에 수입 실무, 중역 회의 참석, 가격 결정 등 중요한 의사 결정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시균이 신입사원. 컴퓨터 바로 뒤가 내 자리. 1988년



에피소드 2. 뿌리까지 판다. 원료 수입 업무를 맡고 보니 거래 조건이 CIF. 허나 배를 빌리는 용선과 운임, 선박 보험 등 사내에 이에 대해 아는 이 없고 자료도 전무. 종로에 해운협회가 있었습니다. 찾아가 자료실을 샅샅이 뒤지니 영문 용선계약서가 있었습니다. 한 부 복사해서 가져와 자습하며 모르는 건 일본인에게 나를 가르쳐서 써먹어라, 그러면 서로 유익하다며 졸랐습니다. 자료 공유 및 후임을 위해 처음 국문으로 번역해 파일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에피소드 3. 비상사태 대응하기.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하네 마네 예측 불허. 원료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마루베니상사 일본인이 첫 거래를 트기 위해서 1년여 저를 쫓아다녔습니다. 엄청난 폭우가 내리는 날 오전 그 일본인이 찾아와 스팟으로 5만 톤 물량을 조금 오른 가격, 당일 오후 6시 시한으로 오파 했습니다. 굴러 들어온 호박. 전무님께 오파대로 전량 컨펌하자고 즉시 보고. 전무님 가격 오케이, 양은 2만 톤만 잡자고 결정했습니다. 몇십 년만의 폭우로 마포대교가 넘칠 우려가 있어 오후에 다리 폐쇄한다는 뉴스. 여의도 전체가 진작 퇴근했고 전무님도 퇴근해 사무실에 나 홀로 덩그러니. 마루베니 사무실에 전화하니 일본인은 저녁에야 들어온다고. 6시까지 컨펌 못 하면 눈먼 물량 놓치고. 직접 소공동 마루베니 사무실로 가야 하는 상황. 창 밖을 내려다보니 다리 상판 아래까지 물이 차 다리를 통째로 휩쓸 기세로 무시무시한 한강. 택시가 다리를 건너기 꺼리니 기사 설득해 텅 빈 다리를 건넜고 명동 사무실에 도착해 기다렸습니다. 6시 직전에 일본인 만나 물량, 가격, 딜리버리 등 거래 조건 컨펌. 그러고 나서 이틀 후 부시가 이라크를 공습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될까 불안, 원유 탱크 불태우고. 사상 유례없는 가격 폭등 시작. 전무님은 말씀 안 하셨지만 2만 톤만 잡은 걸 후회하는 눈치. 3만 톤 곱하기 가격 차이 50불=1억 5천만 원을 더 절감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2만 톤이나마 잡아 2만 톤 곱하기 가격 차이 50불=1억 원을 한 건에 벌어서 행운이었습니다. 석유화학공장은 장치산업이라 공장 가동 중단 시 손실이 매우 큽니다. 원료는 전량 미국, 중동에서 배로 수입하고 원료 저장 탱크 용량이 한정되어 스펙에 맞게, 안정적으로, 경쟁적인 가격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이라크 전쟁 비상사태에는 중동에서 공급이 하시라도 끊길 수 있어 가격보다도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최우선입니다.       


수상 : 독보적 능력을 인정받아 사장상 수상. 포상휴가 일본 및 대만, 1인 단독 대리 특진     

장남이라 독거 어머니 모시려고 고향 강원도 원주 자원.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부 원주 영업소장. 대리점 관리 업무 6(92~973)     



수입, 구매와 반대인 영업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화장품 대리점 관리 업무를 했습니다. 대리점 적임자 선정, 담보 물건 평가와 담보 설정 서류 확인 업무, 개설 후 대리점 및 판촉 직원 지원과 관리 업무, 매출 증진을 위한 영업 업무, 마케팅 업무, 채권 관리 업무를 했습니다. 한편 2차 거래선인 전문점을 직접 방문 상담하고 해마다 또는 신상품 출시 시 전문점주를 호텔에 초청하여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2차 거래선인 농협 연쇄점과 거래하는 위탁대리점의 경우 재고가 회사 자산이라 재고 및 채권 관리를 하였습니다.    


에피소드. 전무후무 마케팅. 대리점 첫 방문. 사장이 회사에 대한 불만으로 냉랭했습니다. 돈이 안 된다, 푸시해서 못 해 먹겠다고. 푸시가 뭐냐 물으니 회사가 매출하려고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로 밀어내 창고에 가득 차있다는 것. 그럼 대리점이 매출 두 배하 게 만들어 주고 푸시 안 하면 되냐고 물었습니다. 그럼 좋지만 화장품 처음이니까 몰라서 하는 소리라며 비웃음. 맞다 모르니까 두 배 매출하자는 거다고 대답. 그 후 3개월. 현장에 답이 있기에 뿌리까지 현상 파악. 전무후무한 마케팅 기획. 원리는 두 가지. 고객이 원하는 것을 회사가 정하지 않고 고객 스스로 정한다, 마케팅은 조삼모사이라 재원은 같아도 방법에 따라 효과는 딴판. 영업소 관할 구역 내 전체 500여 화장품 전문점을 대상으로 실행. 전 대리점, 모든 직원을 사전 교육,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단기간에 엘지 화장품 대리점 매출 2배 급증, 전체 대리점 재고 급감시켰습니다. 이익도 자동 증가. 쌓였던 재고가 쑥 빠져나가니 스스로 영업소에 주문을 넣었습니다. 회사 영업의 악습인 푸시가 완전히 사라진 겁니다. 대리점 사장 얼굴이 활짝 폈고 제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엘지는 전국 화장품 전문점 내 시장점유율 만년 2위였는 바, 원주영업소만 유일하게 마케팅 하나로 단숨에 판세를 뒤집어 1위인 태평양 아모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업을 처음 시작한 지 반년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수상 : 사업부장상 수상. 포상휴가 일본 여행     

LG그룹 구본무 회장 산하 소수의 미래 경영자로 선정되었고 본사로 마케팅팀으로 발령.

50세 전에 사장 불가능 판단. 원주에서 어머니 모셔야 하고 작더라도 내 사업을 즐기고 싶어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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