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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an 23. 2024

<대실패 2> 대기업 사장의 꿈ㅡ삼성 탈주

15화. 실패로 본 성공 비법ㅡ대기업 편


엄마, 아부지 돈 버느라 고생하신다. 커서 어른 되면 돈 많이 벌어서 돈 많이 드려야지. 어릴적부터 줄곳 생각했다


성대 야간대학 무역학과. 내가 돈 벌어서 다녀야지. 돈 버는 과 가야지. 그래서 진학했다. 아니었다


고대 영문학과 진학. 1년 마치고 군 입대. 제대하기 전 진로 고민. 인기 넷. 1.정치는 보복. 싫어. 2.판검사? 평생 범죄자 상대. 싫어. 3.기자? 정치인 취재. 내가 하고 말지. 4.PD. 이쁜 연예인 좋아. 헌데 드라마 제작? 그런 거나 만드는 거 싫어. 3년 준비하면 못 할 건 없다. 허나 내 갈 길 아니다. 남은 건 대기업뿐. 인기 있었다. 대기업 사장 해야겠다. 내가 주역. 하는 만큼 보상 받는다. 50세에 사장 돼서 회사 10배, 100배 키우는 만큼 능력이다. 내 능력의 한계를 알고 싶다. 나라 경제 발전 일조하고 일자리 만들면 보람이다. 돈은 알아서 따라올 거다. 2학년 복학. 졸업까지 대기업 사장될 준비. 고도 성장기라 취업 잘 될 때다. 영문과는 경영대학 다음으로 선호 학과. 대기업 간다고 이리 철저히 준비한 이 없다. 전공 학점은 취업 기본 3.0 이상만 딴다. 소설, 시 같은 문학 라 실용과는 거리가 멀기에. 영회화 수업은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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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영학 부전공

2.영어 회화. 수준급. 앞으로 국제화 시대 필수. 학기 중 종로 어학원 다녀 스피킹. 길거리서 외국인 보면 익스큐즈 미 무작정 말 걸고. 방학마다 내내 히어링. 카세트 테이프 녹음기 세 개 망가지니 귀가 뚫리고 혀가 구른다. AFKN 주한미군 영어 뉴스 방송 청취

3.일어, 중국어 기초

4.무역학 1년 성대서 배웠고

5.회계학 중급까지 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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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코스모스 졸업 전후


쌍용그룹. 기업 평이 좋았다. 인사팀 찾아가니 가을엔 ROTC 군장교만 뽑는다고. 그런 거 따지지 말고 나 뽑아라. 준비된 인재다. 된다고


선경그룹. 기업 선호도 상당히 괜찮았다. SK 전신. 롯데호텔 맞은편 어딘가. 이거도 인연이 아니다


존슨앤존슨 한국 지사. 문과대학 사무실 게시판에 채용 공고. 국제빌딩 찾아간다. 고대 선배가 안내. 대졸 직원 8명이 전부. 의료기기 세일즈. 병원 상대고 스트레스 없다고. 영어 회화 테스트 하더니 무조건 믿고 들어오란다. 좋다고. 차도 준단다. 기름 값 대주고. 관리직 하고 싶다니까 영업직만 뽑는다고. 안 갔다. 내가 미국 제품 팔 일 있나. 수출 아닌 수입. 직원 몇 안 되고


대기업 대여섯인가 입사 지원서. 다 합격. 마지막 연수가 삼성물산. 여기마저 연수 안 들어가면 내년 봄 취업 시즌까지 기다려야. 다 합격하니까 손해보는 느낌. 입소 전날 밤 꼬박 샌다. 용인 삼성연수원. 첫날 밤 또 꼬박 샌다. 이틀 잠 못 자니까 머리가 아프다. 결론. 일 시작하기도전에 이리 고민이면 이 회사 오래 못 다닌다. 새벽에 짐 싼다. 옆 침대서 잠 깨 놀라며 어디 가냐고. 집에 간다고. 아닌 거 같다고. 입구에 수위가 자리 비운 틈을 타 그림자처럼 건물을 빠져나온다. 호암미술관이 신입사원 연수원이었다. 용인자연농원 내 언덕 너머에 자리잡았다. 여명 무렵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온다. 우르르릉. 산이 쩌렁쩌렁 울린다. 사자후. 그때 알았다. 수호지 무송이 경양강 고개에서 맨주먹으로 호랑이 때려잡았다는 게 거짓이란 걸. 심장과 오금이 쪼그라든다.  아래 우리에서 우는 소리가 이럴진대 바로 앞 정면에서 입 떡 벌리고 짖으면 질려서 옴쭉달싹 못 한다. 본능이고 반응이지 용기 이런 거 아니다. 사자든 호랑이든 그냥 이기는 거지 맨손 맞장뜨기 이런 거 말도 안 된다. 주위를 돌아보니 나무 작대기가 전부.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눈이라도 찌를까 없는 거보다 낫겠다 싶어 슬그머니 주워든다. 사자 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바로 옆에서 금방이라도 튀나올 거 같다. 저 아래인 거 알지만 혹시 나처럼 탈출해서 마주치면?


겨우내 탱탱 논다. 새해 취업 시즌. 대신증권 등 증권사 여럿 지원. 돈 훨씬 많이 주니까. 경영학, 경제학 석사 이상. 나? 경영학 부전공. 지원하는 곳마다 낙방. 서류전형도 통과 못 한다. 다시 대기업 지원. 어랏, 작년 가을엔 다 붙더니 올해는 다 탈락. 공통점. 서류전형은 다 합격. 면접 가면 질문 똑같다. 당신은 생긴 거도 멀쩡하고 학점도 괜찮은데 왜 지금까지 입사 안 한 거요. 그간 뭐 한 거요. 그냥 쉬었어요. 삼성 첫날밤 야반 도주를 말 할 순 없지 않나. 문제아로 보였던 거. 게다가 대입도 삼수생 아닌가. 그렇게 열 달 지나니 마음이 급해진다. 이러다 취업 못 하는 거 아냐? 공채 시즌 끝나고 신문 하단에 개별 기업 모집 계속 지원. 그중 하나. 오리콤. 두산계열 광고회사. 여긴 면접 후 광고 카피 하나 만들어 보란다. 탈락. 허허허. 까짓 광고 회사도 안 되네


산꼭대기 자취방. 후배 둘이 얻은 거에 꼽사리. 셋이 누우면 옆구리가 붙어 방이 꽉 찬다. 빈둥 벌써 열 달째. 일이 무진장 하고 싶다. 뽑아만 주면 미친듯이 일할텐데. 준비된 사장인데. 회사 열 배, 백 배 키워줄 텐데. 바보들 아닌가. 마음 한 켠에선 불안은 점점 커지고. 10번째쯤인가 지원. 신문 하단 럭키소재. LG그룹 계열사. 역시 서류전형 합격. 면접. 또 떨어뜨릴 걸 안다. 한두 번 당하나. 면접장. 높은 사람들 넷인가. 질문 똑같다. 속으로 또 탈락이군. 다른 건 한 분이 캐묻는다. 질문이 많으면 탈락. 경험으로 안다. 끝날 때쯤 넷 다 들으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에라, 어차피 떨어질 거. 처음으로 대차게 진실을 토한다


"저 안 뽑으면 큰 손해 보는 겁니다."


얼마 후 우편물. 엥, 합격 통지서. 출근하란다. 우라아아아. 드디어 합격이다. 얼마만인가. 삼성 연수원 탈출한지 거의 일 년만이다. 마지막 한마디 때문일까?  떨어뜨렸는데 이 회사만 나를 뽑네?


웬만한 회사 다 훑었으니 다른 회사에 더 이상 미련 없다. 두 번째 회사 생활이 시작된다. 첫 번째는 삼성 연수원 하룻밤. 이번은 Lucky Advanced Materials Co, Ltd. 여의도 63빌딩 11층. 한강 뷰. 국내 최고층 빌딩. 이만하면 사회 첫발로 괜찮군. 27세. 1988년




신입사원. 귀여운 시균이ㅎㅎ




♤ 지금으로 치면 스펙. 당시는 필요 없었다. 대학, 학과, 학점 기본이면 대기업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열에 두엇 대학 가던 시절


(자랑 아니다. 그럴 나이 지났다. 본 연재 제목 실패로 본 성공 비법. 서울대의대 편에 이어서 현재 대기업편. 교훈, 반면교사 있다면 가져가시오)



ㅡ to be continued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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