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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Oct 27. 2020

(보충 학습 6) 은퇴 장년에게 필요한 세 가지

생각놀이 - 삶이란


-- 은퇴한 59세 장년인 내게 필요의 우선순위는 건강, 돈, 킬 타임 순이다. --




자영업 전선에서 은퇴한 59세 장년인 내게 필요의 우선순위는 건강, 돈, 킬 타임 순이다. 젊어서는 직업, 돈이었고 건강은 당연한 것이라 순위 개념조차 없었다. 40대 중년은 돈, 돈 많이 버는 직업, 돈 벌기 위한 건강이어서 순위랄 것도 없이 오직 돈돈돈이었다. 이제 자의 반 타의 반 은퇴하고 나니 필요와 순위가 바뀐 것이다.

40대에 한껏 돈 욕심내다가 거액의 빚을 져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위기를 돌파하고 나니 시나브로 장년이 되어 있었다. 내가 가진 걸 여섯 단어로 축약해 되뇌며 돈 욕구를 눌렀다. 건. 아. 집. 상. 차. 직. 즉 건강, 아내와 아이 둘, 집, 상가 건물, 차, 직업. 상가 건물이래야 2층짜리 조그만 거지만. 차는, 싼 맛에 맨날 중고 똥차들만 몰다가, 잘 나갈 때 생애 최초로 산 새 차였지만 지금은 주행거리 20만 키로가 넘어 경차 반밖에 안 되는 시세지만. 그렇게 자족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 노년의 입구에 선 장년으로서 내게 필요한 세 가지는 건. 돈. 킬이다.    


돈. 벌자고 목숨 걸 때는 지났다. 부족하나 얼마간 고정 수입이 있다. 조금만 벌면 되는데 뭐가 적당할까? 


킬 타임. 1년 365일 무얼 하며 보내나? 맨날 종일 친구 만나거나 등산하기도 그렇다. 취미 삼아 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수는 없을까? 

셋 다 충족하는 게 있을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 뒤지니 있다. 편의점 알바다.

건강

계산할 때 서서 하고, 상품 입고될 때 박스 들어 옮기고, 진열할 때 걷는다. 일이 없을 때는 의자에 앉아 쉰다. 서고 들고 걷고 쉬니 훌륭한 생활 운동이다. 오전 한가한 시간 중력 운동으로 스쿼트, 푸시업에 어깨, 목, 허리, 발목 돌리기, 스트레칭까지 근력 운동, 관절, 근육 풀어주기를 차례. 집에서 친업 턱걸이로 보강하고 체중 관리하니 대중 사우나 가면 벗은 몸매가 젊은이보다 낫다. 대머리는 빼고 목 아래로. 적당히 피곤하니 밤에 잠도 잘 온다.  



주 4일, 일 9시간 근무. 시급 8,590원 × 9시간 ×월 17일 = 한 달 131만 원. 쏠쏠하다.

주휴수당은 편의점 현실이 어려워서 포기. 주면 좋지만.

킬 타임

사람들 삶에 호기심이 많다. 손님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일상과 애환을 하나둘 알아 가며 공감하니 친구 같고 시간이 잘 간다.

건강에 좋고 돈 벌고 시간 잘 가니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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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인가. 혼자 근무. 사장, 상급자 없이 혼자 일하니 눈치 볼 일 없다. 동료도, 부하도 없다. 요즘은 아랫사람에게도 스트레스받는 시대. 나만 잘하면 그만. 혼자라니! 큰 회사, 번듯한 직장 가봐야 코치까지 다 보고도 최저시급 똑같다.  


그뿐인가. 경력 활용. 20년 소매업으로 온갖 상품 다 팔아봤다. 화장품, 귀금속, 의류, 패션 소품에 하다 못해 양말까지. 상품 수로 몇 천 가지. 여성용이라면 취급 안 해본 게 없을 거. 단, 편의점 품목만 빼고. 이거야 맨날 먹고 쓰는 거. 뻔하다. 대개 사장이 나보다 젊으니 사업 조언도 해주고.


그뿐인가. 알바는 알바. 대충 하기 마련. 농땡이 치는 경우도 흔하다. 오죽하면 청소만 잘해도 사장은 만족하고, 청소래야 마대로 바닥 닦기, 시식대 훔치기 정도. 이거야 거저먹기.


그뿐인가. 알바 즉 프리랜서. 당기면 하고 쉬고 싶으면 관두고. 어디 가나 보이는 게 편의점. 일자리는 사방팔방 널렸다.


그뿐인가. 생필품. 천 원, 이천 원짜리. 싸다. 비싼 거 팔면 손님 대접해야. 때로 갑질. 편의점은 인사만 잘하면 그만. 들어올 때 안녕하세요, 나갈 때 안녕히 가세요 두 번. 나이 들면 말할 기회마저 없어지는데 머. 이 두 마디론 부족하다. 계산할 때 인사 더 해야지.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또 뵙네요, 또 오세요. 등등등.


무엇보다도 회춘. 청춘과 어린이 고객이 다수니 덩달아 젊어진다. 대화 나누면 치매 예방에도 굿. 나도 그렇지만 나이 든 손님 좀 피곤하다. 말씀 많으셔서. 헌데 말 많은 건 나 따를 자 없으니까 ~ㅎㅎ. 노인이 젊은이와 어울리면 젊어지지만, 노인끼리 지내면 더 늙는 법.   


창피하지 않냐고요?


먼 창피? 내 돈 내가 버는데 가 창피? 누가 머라 하나요? 그럼 맨날 집에 처박혀 그림같이 지내면 안 창피? 내 인생은 나의 것!  


하루아침에 이런 멋진 일자리를 찾은 건 아니다. 편의점 알바를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으니..... 이건 본 책의 연장선으로 책 '행복을 파는 편의점'에서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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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


행복을 파는 편의점


챕터 1. 책머리 - 은퇴 장년에게 필요한 세 가지

챕터 2. 행복을 파는 편의점

챕터 3. professional 편의점 알바

챕터 4. 편의점 알바 합격하기

챕터 5. 책 꼬리 작가 소개 - 가매기 사용 설명서




2020.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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