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아무개 Sep 04. 2022

[부업으로 청소합니다] 3. 쓰레기통에 이건 좀 그래요

특히나 여름엔 피해 주시면 감사..!

청소일을 처음 시작할 땐 이 넓은 공간의 먼지를 언제 닦아내나 싶은 마음에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작은 밀걸레 하나로 수십 번을 왔다 갔다 해야 마무리되는 일. 더위가 서서히 시작될 즘 시작했기에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적응의 동물이라 부르는 게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더군요. 물론 여전히 힘들고 땀을 흘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나름 요령이 생겨서 처음만큼 막막해 하지는 않습니다.

 

청소의 순서는 이렇습니다. 모두가 퇴근하면 창고를 방문에 1층에서 필요한 청소도구와 쓰레기봉투를 꺼냅니다. 그리고 거의 출근하지 않는 4층 대표이사실을 빼고 3층부터 1층까지 사무실과 같이 딸린 화장실을 청소합니다. 이후 창고로 이동해 먼지와 쓰레기를 닦아내고 정리합니다. 이렇게 1시간 반 정도 청소를 하고 집으로 두 번째 퇴근을 합니다.


작은 회사를 주로 다녀서인지 직원이 매주 한 번 사무실 청소를 한 기억이 더 많은 저로서는 사무실 청소를 당하는(?) 게 지금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여전히 쓰레기통은 제가 비워야 할 것 같고 책상 밑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지 않은가 싶어 살펴보게 됩니다. 뭐,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으니까.


덜먹은 아이스크림이 녹아

끈적하게 자리잡은 너는 참 넘 하는구나


사무실 청소는 먼저 각 책상 옆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을 비우는데 유난히 쓰레기가 많은, 그것도 매일 쓰레기통을 꽉 채우는 자리가 있습니다. 뭘 저리 많이 비우나 하며 궁금해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떻게 매일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 있는지는 신기합니다. 그죠?


쓰레기통을 비우면 대부분 마른, 그러니까 음료나 기타 물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더군요. 음료수가 남은 용기를 버리기도 하고 젖은 휴지들도 꽤 많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건 정말 너무하다 싶은 쓰레기가 있는데, 빠삐코 같은 쭈쭈마를 먹고 그대로 버려서, 아이스크림의 녹은 잔해물이 쓰레기통 바닥에 흥건히 깔려있는 경우입니다. 끈적한 아이스크림이 쓰레기통을 타고 흘러내릴 땐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다른 쓰레기에 다 묻어서 곤란한 상황도 있고 이를 모르고 쓰레기를 모으는 봉투를 향해 뒤집어 탈탈 털었다가 바닥으로 흐르고 튄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의 짧은 절망감이란... 분명 집이라면 한 번쯤 씻어 버렸을 텐데, 바로 옆에 수돗물이 나오는 탕비실이 있는데 라며 구시렁 대곤 하지만, 돈 받고 하는 일이니 흘러내린 아이스크림은 닦아내고 지저분해진 쓰레기통은 물로 깨끗이 닦아 자리로 가져가 놓습니다. 여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고 함께요.


청소일이라는 게 참 좋은 게, 쓰레기로 살짝 열을 받았다가 다시 여기저기 움직이며 청소를 하면 금세 불평불만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흐르는 땀방울과 함께 복잡한 생각도 흘러내리나 봅니다.


앞서 두 번째 퇴근이라 말했는데요. 지친 몸으로 건물에서 나와 하늘을 바라볼 때 맑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는 그 짧은 시간은 꽤 행복합니다.뿌듯함과 감동 그리고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시간. 매일 동일한 위치에 유난히 반짝이는 빛이 진짜 별인지 아니면 인공위성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그 빛을 보며 두 번째 퇴근을 하는 순간이 참 좋을 따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업으로 청소합니다] 2. 덕분에 1만보 걷는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