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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초 Feb 05. 2021

방황해도 괜찮을까

Part 4-5



빠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갔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서 돌아가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여행을 하면서 흔히 일어나는데 나는 그런 여행 중 방황을 즐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함일 것이다.  예를 들면 만 21살도 안된 여자 아이가 샌프란시스코가 여행하고 싶어서 덜컥 Lonely Planet (당시엔 여행자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여행책자) 쓰여있는 호스텔에 무작정 찾아간다던지,  어쩐 일인지  문이 닫혀서 혼자서 엄청나게 큰 캐리어를 끌고 나를 받아줄 호스텔을 찾아다니며 몇 시간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태국 방콕에 길거리에서 인상 엄청 험악한 아저씨한테 레게머리를 해보겠다고 길거리에 3시간 앉아서 머리를 맡긴다던지, 자전거도 완전 초 보였으면서 유럽 친구들 따라서 일본 제일 남부에 위치한 오키나와라는 섬을 도는 로드 자전거 여행을 7일 동안 해낸다던지 이런 유의 새로운 경험이다.


누군가 잘 짜 놓은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여행은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다. 대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로 북유럽을 가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영어 동아리 사람들과 앉아서 같이 지원해 보자고 하고 차별화 전략으로 영어로 신청서를 썼는데 덜컥 합격했다. 그래서 한 20명이서 북유럽을 다 같이 준비하고 떠났다. 기억의 잔상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지만 내가 어느 도시를 이동했고 그 나라 음식 이름이 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참 아쉽다. 내가 기억하는 북유럽은 엄청난 피요르드와 새벽에 청명했던 베르겐 거리, 그냥 막 찍어도 이쁜 덴마크 항구, 몸에 나뭇잎을 내리치면서 했던 핀란드식 사우나 이 정도였으니까.


한 두 번의 단체 여행 경험을 통해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틀에 맞춰진 여행에 큰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 것을 알았다. 그 이후로 모든 여행을 혼자서 다녔다. 혼자 동선을 짜고 혹은 그 도시에 머무르고 싶으면 머무르고 내 방식대로 여행할 수 있으니까. 경험이 값지다는 생각으로 겁 없이 남들이 해보지 않을 경험들을 많이 했다. 남편과 연애 시절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를 다니는  경비행기에 혼자 비행기를 전세 낸 듯 앉아서 국경을 넘었다거나 뭐 이런 경험들이다.


이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일단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보면 근육이 붙어서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주저가 없게 된다. 나의 경우는 나라를 이동하면서 사는 일이 그렇다.  20살이 되어 처음으로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갔던 대학생 소녀는 일본 교환학생 1년을 거쳐 세계 곳곳의 친구들을 만나서 페이스북으로 소통을 시작하고 셀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하고 봉사하고 공부하고 직업을 가지면서 아프리카 대륙, 유럽 대륙, 동남아시아를 찍고 지금은 북미인 캐나다에서 두 개 일을 병해 하면서 책을 쓰고 있다. 여행으로 유학으로 직장으로 다녀간 나라만 해도 세어보니 30개국이 넘는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것이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평생 언젠가 지혜가 쌓이고 스스로 만족할만한 인격을 갖춘 후에야 책을 써야지라는 결심이 평생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지금 내 인생의 첫 책을 스스로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쓰고 있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방황 일지 여행일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실패의 경험도 성공의 경험도 모두 경험을 나에게 안겨준다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호스텔 찾기 방황 중에 나는 친절한 미국 사람들을 아주 많이 만났다. 캠프 카운슬러로 뽑혀서 미네소타에 들르기 전에 호기롭게 샌프란시스코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여행책자 속에 호스텔을 찾아갔다. 2달 넘게 미국에 있을 거라 들고 간 캐리어는 매우 컸고 싸구려 캐리어라 그것을 끌고 울퉁 불퉁한 샌프란시스코의 시내를 걷기에는 불편함이 많이 있었다. 순진해 보이고 모든 것이 신기한 20살 소녀가 불쌍해 보였을까 나는 호스텔을 찾는 도중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신호가 바뀌어서 건너가야 하는데, 인도 턱에 걸려서 가방 끌기를 임어하는 나를 보고 가방을 번쩍 들어서 길 넌 거까지 옮겨주던 젠틀한 아저씨, 분명 호스텔은 주소가 맞는데 문이 굳게 닫히고 간판도 안 보여서 당황한 나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가 호스텔이 맞냐고 물어보는 나에게 친절하게 같이 몇십 분을 찾아서 헤매 주던 사람. 간신히 아무 호스텔에 들어갔는데 4인실이라 모르는 사람과 같이 방을 쓸 때 나에게 친절을 베풀었던 룸메이트.. 내가 책자 속 호스텔을 못 찾아서 경험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대가 없는 친절과 호의였다. 그래서 나에게 샌프란시스코는 가슴 따뜻한 추억이 가득한 도시이다.


신기하게도 나는 혼자 여행을 할 때  강도를 당하거나, 물건을 도둑 맞거나 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더욱 혼자 여행하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길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을 보고 나도 누군가가 도움을 청할 때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 방황은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동시에 나까지도 좋은 사람이 되게 한다.


빠르게 부자 되는 법, 빠르게 영어를 마스터하는 법 등 빨리 무엇이 되는 법이 유행하는 요즘, 인생을 조금 살아 본 사람들이 입 모아 말하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내가 급하게 어떤 것을 이루고 싶다고 이룰 수 있다면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다 부자가 되고 다 영어를 잘해야 하지 않는가.? 세상에 비법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얼마나 그것을 원하고 바라고 이루기 위한 것을 매일 조금씩 노력한다면 당연히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믿는다.


내가 방황하는 재미를 통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더기에 더해 사람들의 친절을 경험하면서 나의 세상은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것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비법을 찾지 말고 일단 방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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