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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사랑 biglovetv Jun 29. 2024

필사는 우주선

필사 일기 2024.4.28. 금. 갬

책 :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 수업

작가 : 최옥정

페이지 : 125p

내용

왜 필사를 하라는 것일까? 내 글이 잘 안 써질 때 어디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필사를 해보기를 권한다. 전혀 다른 장르에서 몇 십 년을 살아온 살과 굳은 습관을 버리는 과정 동안 몸을 만들기 위해 필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도전해보고 나서 아니다 싶으면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때 권하고 싶은 게 독서기록장을 남기는 일이다. 길게 쓸 필요 없다. 책 제목과 작가 이름, 가능하다면 짧은 소감 정도를 적어서 기록해두면 나중에 펼쳐보았을 때 의외의 소득이 있다.

19분,반흘림체,가로줄 노트,중성펜,7명의 필우

https://youtube.com/live/-wF5ypp1Yk8?feature=share

 필사 방송은 작은 우주다.


 매일 밤, 작은방에 웅크려 앉아 넓은 세상을 향해 노크한다. 노트북 전원을 켜고 책을 펼치는 간소한 의식이 치러진다. 주광색 스탠드와 고성능 마이크는 발사대를 세세히 밝히고 교신을 위한 주파수를 증폭한다. 형형색색의 펜들은 미지의 여행에 선택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가로줄 노트는 마치 은하철도 999처럼 길게 이어져 다른 세계로의 여행임을 암시한다.


 시간에 맞춰 거치대에 고정된 휴대폰의 라이브 방송 어플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헛기침으로 발사가 임박했음을 모든 감각 기관에 알림을 준다. 짧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어느새 나는 내 방을 쏜살같이 벗어나 대기권 밖에 이른다.


 세상은 고요하다. 책 넘기는 소리, 펜 굴러가는 소리, 책을 안내하는 내 음성밖에 들리지 않는다. 모든 시선은 책 속 텍스트에 집중되고 호흡은 이내 안정된다. 필우들의 수줍은 인사는 곧 여행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곧 궤도에 접어든다.


 일정 궤도에 오른 필사는 꽤 안정적이다. 직접 선택한 책 속 문장을 파헤치고, 목소리로 그를 전파하고, 손가락은 배경음악에 맞추어 글씨를 생산한다. 책 속의 문장을 연료로 태우며, 비음 섞인 투박한 사투리로, 클로즈업된 글씨로 필우들과 함께 비행한다. 같은 장소에 있지 않지만 마치 지구 주위를 일정한 속도로 맴도는 위성처럼 필우들과 나란히 의지하며 책으로, 글씨로, 마음으로 시간과 임의의 공간을 함께 여행한다.


 비록 작은방, 작은 목소리, 작은 글씨에서 시작한 필사이지만 매일 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작은 우주가 된다. 그 속에서 필우를 만나고, 작가의 상상력과 조우하고, 생동감 있는 글씨가 펼쳐진다.

매일 어제와는 다른, 새롭고 색다른 우주가 펼쳐진다.


필사는 우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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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비상하자.


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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