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처음부터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남는 게 시간이라도 많은 시간을 시작부터 쏟아붓기를 권하지 않는다. 소주잔에 한 바가지 물을 한꺼번에 부어보자. 잔의 반도 채워지지 않는다.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느린 속도로 부어야 한다. 양보다는 속도가 중요하고, 무엇이든 알맞은 순서와 방법이 있는 법이다.
탐색과 조율의 시간을 가져보자.
아무리 훌륭한 책을 고르더라도, 영혼을 깨우는 문장들이 가득 차 있더라도 내가 즐겁게 쓰지 못하면 필사의 의미는 퇴색된다. 먼저 즐겁게 쓰는 법을 찾고 자신에게 맞추어 보자.
최첨단 기술 덕분에 글씨 쓰는 일이 급격히 줄었다. 글씨를 쓰는 근육은 물러지고 힘은 제대로 쓰지 못한다. 펜 잡기조차 곤란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에 무턱대고 필사를 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통증 없이 쓸 수 있는 글자 수를 찾아야 한다. 집중력 있게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를 익혀야 한다. 그래야 필사가 즐겁다. 즐기지 못하면 오래 할 수 없다. 고통을 피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편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안내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대사랑의 라이브 필사 방송은 괜찮은 가이드이다.
구독과 알림 설정을 했다면, 매일 밤 라이브 필사가 시작되면 쉽게 참석할 수 있다. 10분~15분 정도 분량만 쓰기에 버겁지 않다. 느린 속도로 진행하기에 뒤처질 염려가 없다. 책 내용을 공유하기에 번거롭지 않다. 얼굴 모르는 필우들과 함께하기에 부담이 없다. 가지런한 글씨를 볼 수 있기에 도움이 된다. 화려하지 않은 평안한 몇 분을 보낼 수 있다. 즐거운 필사가 모토이기에 쉽게 수긍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