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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Feb 20. 2024

"마지막으로 독서모임장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넘치는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낫다.

"마지막으로 독서모임장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어느덧 4개월 동안 함께한 독서모임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각자가 독서모임을 통해 얻은 것과 느낀 것을 나누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발언의 기회가 주어졌다.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순간적으로 감정에 북받쳐 울지 않도록 감정을 추스르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4개월 동안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관련 독서모임에 참여하시는라 고생 많으셨어요. 매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수요일 저녁 시간을 내어 4시간 가까이 성실히 독서토론에 참여해 주셨어요. 이 시간이 여러분에게 의미 있고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참여하는 모든 분들의 생각은 각자 걸어온 지난날들이 투영되어 고유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이 독서모임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솔직하게 각자의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이를 위해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균등한 발언의 기회를 얻는지 확인하고 대답하는 목소리의 톤에서 조금의 불편함은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래서 독서모임이 끝날 갈 즈음 녹초가 되곤 했다.


"사실 저는 독서모임장을 하면서 많은 부담을 느꼈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제 얼굴이 들어간 모집공고를 보고 35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결제해 주셨어요. 그에 상응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값어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무감이 지난 4개월간 저로 하여금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준비하도록 한 것 같아요."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독서모임을 하면서 부담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다. 하지만 보상을 받는 순간 더 이상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적어도 독서모임 참여를 위해 오는 길은 설레고 기대가 되었으면 했다. 그날만큼은 책을 읽으며 부딪힌 모든 경험과 관점을 거침없이 쏟아 내고 타인의 경험 역시 선입견 없이 받아 내는 자리이길 원했다. 그러면 독서와 함께, 자기 성찰을 하며 통찰의 깊이를 더하고 타인의 시각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궁극적으로 35만 원이 결코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했다.


단순히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난 그런 성향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학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원장님이 내게 했던 말이 있다.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최소 세 시간 준비해야 해요."


그때는 그 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시간을 더 들이면 급여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논리의 갖게 된 배경은 당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목적은 학비를 벌기 위한 목적이었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을 보고 학원에 등록한 것이 아닌 등록 후 강사로 내가 배정되었다는 점도 부담을 크게 줄였다.


그런데 18년이 지난 지금 당시 원장님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을 하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간다. 준비를 충분히 하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고민해 본 적 없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리 자연스럽고 뻔뻔하게 대응해도 상대방은 내 대답의 깊이와 진지함을 쉽게 알아챈다. 다만 배려라는 명목 아래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준비했던 발제문 중 일부,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물론 내가 한 분야에 2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이고, 업계에서 존경과 인정을 받는 사람이라면, 부담감 없이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에 답하고 대화를 이어갔을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이 사례가 답이 될 것 같아요. 1998년 IMF의 여파가 전국을 휩슬 때였어요. 그때 저는.."


"그 말씀을 들으니 몇 년 전 한 기업에서 근무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당시.."


안타깝게도 나는 모든 질문과 물음표에 경험과 통찰력으로 답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아직 배우고 탐구하는 과정에 있는 호기심 많은 청년일 뿐이다. 어쩌면 그런 자기 객관화가 나로 하여금 더욱더 철저히 대비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른다. 


운이 좋게도 이렇게 부족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따뜻한 분들을 만나 끝까지 처음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함께 해준 분들을 오래 기억하고자 아래 간략하게 메모했다.


독서모임,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글로벌 흥행 중인 '나혼자만레벨업' 콘텐츠 IP 담당자이자 독서모임의 중심을 잡아준 용빈 님, 독서모임에 가장 먼저 등록을 하고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외국계 취업멘토 수민 님, 기고하는 매체의 담당자인데 집 반대 방향 독서모임에 기꺼이 참여해 준 에디터 수현 님, 평소 수줍은 듯 말하지만 바이크를 수집하고 즐기는 디자이너 선아님, 첫날 자신만의 강렬한 스토리로 모임의 분위기를 더욱더 뜨겁게 만들어 준 민석 님, 용산 사무실을 방문해 주시고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여준 택수 님, 첫날 마음이 가장 많이 쓰였는데 나중에는 너무 밝은 에너지를 발산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한 혜령 님, 군 말년 휴가와 전역일에 독서모임에 나와준 열정청년 성용 님, 모든 모임에 빠짐없이 나와준 그래놀라 브랜드 '당킷'의 당주 수진 님, 여성 웰니스 '티읕'으로 바쁜 와중에도 참여해 준 성수의 패피 태준 님.


그렇게 약속된 4번의 독서모임이 끝나고 나서, 후련함과 아쉬움 동시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정기적인 모임이 끝나면서, 이렇게 좋은 분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되다. 심적인 부담은 컸지만 4달 동안 멤버들과 끝까지 독서모임을 완주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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