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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Feb 29. 2024

무사고 경력 20년이 나의 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다."

나는 운전면허증을 가지고 있다. 거의 매일 운전을 하다 보니 활용도가 가장 높은 자격증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이제 갓 스물을 넘겼거나 생애 첫 차를 장만하였다면 운전면허증은 자랑스러운 증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용적인 자격증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기에 희소성은 낮다. 그래서 굳이 지갑에서 꺼내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없다.


그런데 종종 주위에서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는 분들을 보곤 한다.  광경을 보며 궁금해졌다. 무사고 경력은 과연 자랑할만한 개인의 성과일까? 개인의 운전 기술이 탁월해서 사고를 피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도로 가운데에 차를 정차하고 주위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처리를 해주길 기다리는 것을 즐 사람은 없다.


나 역시 일방적으로 후방에서 다른 차량이 받은 것을 제외하곤 내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는 지난 20년 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거기엔 나의 능력만이 아닌 필사적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방어운전을 펼친 다른 운전자들의 노력 또한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제때 브레이크를 밟고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몇 차례의 사고를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공동의 노력을 나 혼자의 공으로 돌릴 수 있을까?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케팅팀은 재무팀과 협의해야 예산을 사용할 수 있고, 재무팀은 다른 팀들과 협력해야 재무상태를 관리할 수 있다. 영업팀도 비슷하다. 고객사를 설득하려면 마케팅팀과 물류팀의 도움이 필요하다. 조직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동하고 지원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심지어 혼자서 모든 걸 다할 것 같은 프리랜서나 일인 사업자도 세무사나 법무사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영화 '라디오스타’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최곤(박중훈 분)은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와 함께 천문대에서 별을 감상한다. 그때 박민수가 최곤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다."


이 말은 최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최곤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혼자 빛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박민수와 같은 친구나 팬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나 다른 별들의 빛을 반사한다. 서로의 빛을 되돌려줄 때 더 밝고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것이 별이다. 이는 삶에도 적용된다. 삶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서 나의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그건 나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나와 협업하는 동료들의 공헌도 무시할 수 없다. 모두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때 성과를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일이 쉽게 잘 풀린다고 생각한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주변의 동료들이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 것이다. 



무사고 경력이 길다면 그건 분명 축하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사고를 달성하기 위해 주위의 운전자들이 나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자. 같은 배를 탔다는 것은 단순히 목적지가 같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 하나 노를 반대로 젓는다면 배는 방향을 잃고 좌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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