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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후 Aug 16. 2024

"우리의 뇌도 소화 불량이 올 수 있다고?"

우리의 정보 처리 능력과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지과부하'

어릴 적 우리는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TV 앞에 모여 좋아하는 만화를 시청했다. 선택의 폭은 좁았지만,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에는 400개에 가까운 TV 채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인터넷은 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하루 인터넷 트래픽은 약 2,500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하루 35억 개의 게시물이, 인스타그램에는 1억 개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유튜브에는 매일 720만 시간 분량의 새로운 동영상이 올라온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보량 속에서 우리는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 마치 과식을 했을 때 몸이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한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우리의 정보 처리 능력과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인지과부하'라고 부른다.


인지과부하란 개인이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정보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1988년 존 스웰러가 제안한 인지부하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인지과부하 상태에서는 작업 기억의 용량이 한계에 도달해 새로운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2009년 스탠퍼드 대학의 네이슨 소로 교수 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정보 과부하 상태에서 사람들은 관련 없는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 연구는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인지 능력을 비교했는데, 놀랍게도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그룹이 집중력, 기억력, 작업 전환 능력 등에서 더 낮은 성과를 보였다.


컬럼비아 대학의 셰나 아이엔가 교수와 마크 레퍼 교수가 수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들의 '선택의 역설' 실험에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만족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실험에서 24가지 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6가지만 진열했을 때 더 많은 고객이 구매를 결정했다. 이는 정보 과잉 시대를 사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정보의 질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MIT 소속 연구자들이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허위 뉴스가 진실한 뉴스보다 70% 더 많이 리트윗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가 진짜로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정보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것이다. 하루에 접하는 정보의 양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을 선별해야 한다. 검증된 전문가나 기관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셋째,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접하는 모든 정보를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의문을 갖고 검증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집중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모든 알림을 끄고 깊이 있는 사고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현대인의 새로운 도전과제가 되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현명하게 다루는 지혜이다. 마치 건강한 식습관이 우리 몸의 소화 불량을 예방하듯, 현명한 정보 소비 습관은 우리 뇌의 '소화 불량'을 막아줄 것이다.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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