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 Summit 2024에서 펼쳐진 Greg Brockman과의 대담은 AI 기술의 진화 속도와 깊이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이준표 SBVA 대표의 진행은 인상적이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으로 에빅사와 엔써즈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연쇄 창업가다운 시각으로, 단순한 기술 담론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OpenAI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과 몇 년 전 ChatGPT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AI 기술이 이토록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5년 OpenAI의 시작은 주목할 만하다. "AGI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자"는 단순한 비전으로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는, 현재 많은 AI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OpenAI가 초기에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과 시장의 압박 속에서 현실적인 수익 모델을 찾아가며 초기의 비전을 잃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OpenAI는 오히려 그 과감한 행보를 통해 AI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OpenAI
OpenAI의 DOTA 2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DOTA 2는 복잡한 전략 게임으로, 당시에는 AI가 정복하기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OpenAI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자"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성공을 거둔 것은 새로운 알고리즘이 아닌, 기존의 강화학습 기술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였다. Greg의 설명처럼, 그들은 매일 컴퓨팅 파워를 2배씩 늘려가며 모델을 발전시켰고, 결국 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들을 이기는 데 성공했다. 이는 혁신이 반드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끝까지 시험해 보는 것에서 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혁신의 순간: ChatGPT의 탄생이 주는 교훈
ChatGPT의 탄생 스토리는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교훈을 준다. GPT-3.5를 기반으로 한 ChatGPT를 "구식"이라 여기고, GPT-4를 기다리려 했던 OpenAI의 이야기는 너무나 익숙하다. 우리도 지금 개발 중인 제품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출시를 미루고 있지 않은가?
Greg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부족하다"라고 생각하는 제품이 사용자들에게는 충분히 혁신적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실제로 우리 회사도 베타 버전을 출시했을 때,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사용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제품을 평가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OpenAI CEO Greg Brockman, ⓒSK AI Summit 2024
또한,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시간이 왜곡된 것처럼" 빠르다는 Greg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기능들이 이제는 기본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가며 발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를 향한 도전: AI의 다음 단계
Greg가 언급한 새로운 추론 모델(O1)은 AI 업계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기존의 AI 모델들이 빠른 응답 속도와 정확성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깊은 사고와 추론이 가능한 AI, 한 달이나 일 년 단위의 장기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한 AI라는 비전은 산업 전반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의 현재 한계를 정확히 짚어낸 Greg의 통찰이다. GPT-4는 똑똑한 사람의 즉각적인 판단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지만, 깊이 있는 사고나 장시간의 추론이 필요한 문제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OpenAI는 새로운 추론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즉각적인 응답과 처리를 넘어, 이제 AI는 더 깊은 차원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 퓰리처상을 받을 만한 글을 쓰거나, 질병 치료법을 찾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수준의 AI가 다음 목표다. 이는 AI 기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지평을 보여준다.
OpenAI CEO Greg Brockman, ⓒSK AI Summit 2024
5GW 데이터센터 건설에 8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항상 컴퓨팅 파워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닌,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였던 것이다.
SK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은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게 새로운 희망이 된다. 정부와 대기업의 협력으로 만들어질 인프라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의 AI 위원회 설립과 같은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90년대 말 '사이버 코리아 21' 정책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당시 정부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그 결과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보유하게 되었다. 전 국민의 99%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IT 강국으로 도약한 것처럼, AI 시대에도 한국이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기회의 땅: AI가 바꿀 미래 사회
Greg가 제시한 "universal hyper-income" 개념은 우리 스타트업의 미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기존의 'universal basic income(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개념이었다면, 'hyper-income'은 한 걸음 더 나아가 AI 시대에 모든 사람이 상상 이상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과감한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걱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온다는 낙관적 비전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이미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I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1인 창업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대규모 개발팀과 디자인팀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서비스들을 이제는 한 명의 창업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구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OpenAI
Greg가 강조했듯이,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창업 생태계는 더욱 역동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효율화나 비용 절감을 넘어서는 변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열정을 추구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효율화를 넘어, 진정으로 인류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을 발전시켜야 할 때다.
특히 의료 분야의 AI 활용 사례는 이런 변화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Greg가 공유한 자신의 아내의 희귀질환 진단 사례는 인상적이었다. AI는 전문가도 놓치기 쉬운 복잡한 연관성을 찾아내고 통합적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AI는 단순한 작업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결론: SK AI Summit에서 미리 본 한국 AI의 미래
이준표 대표와 Greg Brockman의 대담은 단순한 기술 논의를 넘어 한국 AI 생태계의 미래를 조망하는 귀중한 기회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ChatGPT의 성공이 보여주듯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과감한 시도가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둘째, OpenAI의 새로운 추론 모델이 예고하듯 AI는 이제 단순 작업 자동화를 넘어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이 가능한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셋째, SK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기가와트급 AI 인프라 투자는 이러한 진화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기회의 문 앞에 서 있다. Greg가 강조했듯이 "모든 비즈니스는 언어 비즈니스"가 될 것이며, 더 나아가 모든 인류가 상상 이상의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universal hyper-income' 시대가 올 수 있다. SK AI Summit 2024는 단순한 컨퍼런스를 넘어, AI가 가져올 근본적인 변화를 목격하는 자리였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었듯이, 이제 AI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우리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