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화성을 꿈꾸는 순간: 호기심이 만든 899kg의 도전
2004년 여름, 미국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JPL)의 창가로 캘리포니아의 따가운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회의실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논의하던 과학자들의 표정에서도 같은 무게가 느껴졌다. 기존의 탐사 방식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프로젝트 팀의 막내 엔지니어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화성에서 진정으로 찾고 싶은 건 무엇일까요? 단순히 겉모습일까요, 아니면... 화성이 간직한 이야기일까요?"
회의실에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수석 연구원이 천천히 안경을 고쳐 쓰며 생각에 잠겼다.
"화성의 이야기라... 흥미로운 관점이군요. 좀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먼 곳에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성의 진짜 모습을 직접 탐험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순간을 기점으로 JPL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구실과 복도에서, 심지어 주차장에서도 과학자들의 활기찬 토론이 이어졌다.
"화성의 흙을 우리 손으로 직접 분석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저 신비로운 바위들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화성의 일출부터 일몰까지,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다면..."
이런 상상들은 점차 현실이 되어갔다. 자동차만 한 크기의 탐사선이 설계되었고, 정교한 실험실 장비들이 개발되었으며, 선명한 화성의 풍경을 담을 카메라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꿈들이, 하나둘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 순간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알 수 없는 무언가와 마주쳤을 때 가슴 한켠이 간질거리는 느낌. 신경과학자들은 이 순간 우리 뇌의 격막(septum)과 중뇌(midbrain)가 특별한 상호작용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치 목이 마를 때 물을 찾는 것처럼,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이 지적 갈증을 해소하려 한다.
2004년, 제트추진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이런 강렬한 호기심의 순간을 맞이했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을까?" 이 단순한 질문은 수천 개의 새로운 질문들을 낳았고, 과학자들의 뇌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심리학자 조지 로웬스타인(George Loewenstein)은 이런 현상을 '인지적 갈증(cognitive thirst)'이라고 불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사이의 간극을 발견할 때, 뇌는 마치 목마른 사람이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강렬하게 반응한다.
이때 우리 뇌에서는 특별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도파민이 답을 찾았을 때뿐만 아니라, 탐구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분비된다는 사실이다. 밤을 새워가며 퍼즐을 풀거나 책을 읽을 때, 우리가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뇌과학자들은 최근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우리가 무언가에 강한 호기심을 느낄 때,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면서 동시에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뇌 영역의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마치 도서관에서 흥미진진한 책을 읽는 순간, 주변의 소음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는 실제 연구실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한 과학자가 현미경 속 특이한 현상을 발견하는 순간, 그의 뇌는 자동적으로 주변의 방해 요소들을 차단하기 시작한다. 마치 전문 카메라가 피사체에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듯, 그의 의식은 자연스럽게 그 현상에 집중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순간적인 호기심을 지속적인 탐구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신경과학 연구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한다.
첫째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 불리는 적절한 난이도다. 우리의 뇌는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문제에 가장 강하게 반응한다. 마치 등산로를 오를 때처럼, 약간의 어려움이 오히려 우리의 탐구 의지를 자극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율성(autonomy)이다.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의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외부의 압력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탐구는 이 두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적인 균형을 만들어낸다. 이는 마치 자발적으로 시작한 취미가 더 오래 지속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셋째는 '소소한 발견의 법칙'이다. 큰 발견 하나보다, 작은 발견들이 계속해서 이어질 때 우리의 뇌는 더 지속적인 탐구 동기를 유지한다. 이는 마치 드라마의 다음 편이 궁금해 밤을 새우는 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 인간의 뇌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라는 특별한 신경세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세포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을 관찰할 때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특히 호기심의 전염에서 이 거울 뉴런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한 실험실의 일상적인 장면을 생각해 보자. "와, 이거 정말 흥미롭네요!"라는 한 연구원의 외침에 동료들이 모여드는 순간, 거울 뉴런은 이미 활발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한 사람의 호기심이 다른 이들의 뇌를 자극하고, 이는 마치 도미노처럼 번져나간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호기심의 발달 과정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연구진은 호기심이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인식론적 호기심(epistemic curiosity)'이라 불리는, 깊이 있는 이해를 추구하는 욕구는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
토드 캐시던(Todd Kashdan) 조지메이슨 대학 교수의 호기심 발달 연구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의 저서 "Curious?"에서 설명하듯, 호기심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깊고 집중된 형태로 발전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습관을 분석한 최근 연구는 이런 호기심의 발달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은 매일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현상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불확실성을 탐구의 기회로 삼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의도적 호기심 습관'이 결국 혁신적인 발견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4년 여름, 제트추진연구소의 회의실에서 시작된 한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 그 이상이었다. "화성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을까요?" 한 젊은 엔지니어의 이 물음은 단순한 기술적 논의를 넘어선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인간의 근원적 호기심이 만든 질문이었기에, 그날의 회의실은 평소와는 다른 깊은 공명으로 가득 찼다.
우리의 뇌는 이런 순간을 특별히 사랑한다. 새로운 질문 앞에서 전전두엽이 깨어나고, 도파민이 분비되며, 거울 뉴런들이 춤추기 시작한다. 한 사람의 순수한 호기심은 그렇게 다른 이들의 뇌를 깨우고, 그들의 호기심은 또다시 새로운 물결이 되어 퍼져나간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던진 조약돌이 끝없는 파문을 만들어내듯이.
지금도 화성의 붉은 땅을 누비고 있는 큐리오시티(Curiosity). 자동차만 한 크기에 899kg의 무게를 가진 이 탐사 로봇은, 그날의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인류의 호기심이 만든 걸작이다. 1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것은 더 이상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아닌, 인류의 호기심을 대신해 화성을 탐험하는 우리의 눈이 되고, 귀가 되고, 손끝이 되어왔다.
우리 모두에게는 답을 기다리는 질문들이 있다. 어쩌면 우주의 신비일 수도, 일상 속 작은 궁금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질문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늘 그래왔듯이, 그 답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당신의 다음 질문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 앞에서 당신의 전전두엽은 이미 호기심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