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고려하는 리더들에게: 체계적 준비의 중요성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의 90%가 실패한다. 이 "90% 실패율"은 여러 연구기관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로, 창업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성공한 대기업 임원 출신들의 창업 성공률은 과연 다를까?
최근 한 기업의 대표이사를 만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미 탄탄한 매출 규모의 조직을 이끌고 있으면서도, 내가 지난해 출간한 《1% 가능성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읽고 새로운 도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태도가 놀라웠다. 대부분의 성공한 임원들이 현재에 안주할 때, 그는 여전히 미래를 향한 갈증을 품고 있었다.
그가 털어놓은 고민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조직 내에서 더 과감한 혁신을 시도하고 싶지만 기존 시스템의 벽이 높다는 것. 그렇다고 모든 것을 걸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혁신가의 딜레마》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듯, 성공한 조직일수록 기존 틀에 최적화된 사고에 갇히기 쉽다. 이는 조직의 숙명이지 개인의 한계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구조적 제약을 명확히 인식하면서도 돌파구를 모색하는 그의 자세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조직 내에서의 도전과 완전히 독립적인 창업은 본질적으로 다른 게임이다.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실리콘밸리의 한 연구를 보면 흥미로운 통계가 나온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출신 임원들 중 실제로 창업에 뛰어드는 비율은 3%가 채 안 된다. 나머지는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거나 기존 회사에서 더 큰 역할을 맡는다. 이것이 잘못된 선택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각자의 강점과 상황에 맞는 현명한 선택일 뿐이다.
먼저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첫 창업자의 성공률은 18%에 그친다.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는 20%,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도 30% 정도의 성공률을 보인다.
물론 희망적인 사례도 있다. 아마존의 베조스는 D.E. Shaw에서 부사장으로 승승장구하던 30세에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라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월스트리트를 떠났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아마존이다. 하지만 전체 스타트업 중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이 되는 비율은 단 1%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톰 아이젠만 교수가 수백 명의 창업자와 투자자를 만나 얻은 결론은 더욱 현실적이다. 스타트업의 3분의 2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면:
34%는 제품-시장 적합성 부족으로 실패
22%는 비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실패
18%는 팀 내부 갈등으로 실패
16%는 현금흐름 문제로 실패
이런 통계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창업은 낭만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언젠가"가 아닌 "지금부터"의 중요성이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40대 중반 이후 창업에 도전하는 임원들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의 안정적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준비들:
사이드 프로젝트 운영: 주말이나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작은 규모로 사업을 경험해보는 것
엔젤 투자나 멘토링: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시장의 흐름을 읽는 감각 키우기
개인 브랜딩: 업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글쓰기나 강연 활동
재무 포트폴리오 다변화: 월급에만 의존하지 않는 재무 구조를 만들어 선택의 자유 확보하기
막연한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실행이 답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은 전체의 0.05%에 불과하고, 투자를 받은 회사조차 75%는 원금도 회수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직책의 후광이 사라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이를 현명하게 대비할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기업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영향력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직함이 아닌 개인의 전문성과 진정성 있는 신뢰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그 분이 품고 있는 고민과 변화의 의지는 그 자체로 강력한 자산이다. 현재의 안정적인 위치에서도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본질이 아닐까.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는 막연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꾸준히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지금부터 하나씩 의미 있는 점들을 만들어간다면, 훗날 그 점들이 연결되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하는 용기다. 현재의 성공을 지키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준비하는 것 - 이것이야말로 현명한 리더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