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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그린 Feb 15. 2021

쿨서비스는 강력한 마케팅이 된다

은근히 강요된 친절함은 거부합니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마음이 상하는 일을 당하곤 하는데요. 맘 상하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지만 대부분이 상대방으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제 힘으로 막을 순 없는 거 같더라구요

대신에 시선을 돌려 나에게 벌어진 감사한 일을 기록한다면, 비록 속상한 일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손톱만큼 크기로 작아져서 그로 인한 신경쓰임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쓰게 되었습니다. 땡유레터(땡'유'라고 한 것은 화났거나 우울한 상태였는데 '당신'으로 인해 새삼 감사함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어 다행이었다 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제1화 이야기. < 쿨서비스도 마케팅이 된다>


집에서 걸어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베이커리에 간 오후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패딩을 입고 나온게 약간 후회가 될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는데 하룻밤 사이에 그새 맘이 바뀐 변덕스러운 날씨에 의도치 않게 칼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었다.



서울의 어느 핫한 거리에 있는 베이커리였다면 아예 작정을 하고 그곳 주변까지 구경할 요량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갔을텐데, 걸어서 1시간정도 되는, 옆동네라고 하기에는 좀 얘매하고 그렇다고 완전 모르는 동네라고 하기에는 심적으로 친숙한 동네라 빨리 갔다와야지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빵집은 아파트 밀집지역에 자리잡은 주택가 골목에 있었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 을 중시하는 나는 적당히 좁고, 적당히 지저분한 길을 걸으면서 여긴 다신 오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야겠다 미리 생각해두었던 커피휘낭시에는 2개밖에 남아있지 않아 어쩔수없이 클래식 맛도 하나 골라 총 3개를 샀다. 가게는 생각보다 작았다. 대충 계산하고 빨리 뜨려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사장님께서 이 맛도 괜찮은데 한번 먹어보시라고 드릴께요~ 말하며 빵을 하나 훅 더 넣어주는 게 아닌가요!


나 이렇게 친절해 라는 것을 부러 느끼라고 하는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리 무관심했던 것도 아닌, 빵을 주는 그 순간부터 계산할때까지 쭈욱 보여준 사장님의 담백함 그 사이에 훅 들어온 말 한마디.


사실 여기 오기 직전까지 ‘내가 너한테 이렇게나 친절하게 대해줬자나 그러니까 리뷰에 좋은말만 써줄꺼지?’ 라고 말하며 친절을 받은 만큼 고객에게 브랜드를 위해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마케팅에 지쳐 있었는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젊은 사장님의 훅 들어온 쿨 서비스에 처음 간 조그만 빵집에 마음이 훅 하고 가버렸다.(사장님의 호의는 서비스 줬으니까 다음에 또 와주세요 보다는 추운날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해요가 더 느껴지는 호의였다. 고객들은 이런거 기가막히게 느낀다구!)





그날 저녁먹은 빵은 맛도 괜찮기도 해서 결국 내일 또 방문하기로 하고(거리가 꽤 멀긴 하지만) 픽업할 빵을 무려 10개나 예약해버렸다. 사장님의 쿨서비스는 200% 성공적이었던 셈(사장님 혹시 마케팅 고단수?)



나도 지나친 영업이 느껴지면 거부감이 들면서, 사람들도 나처럼 이런 걸 싫어한다는 것을 가끔씩 잊어버린다. 마케팅 컨텐츠를 만들때면 제품의 특징을 한없이 읽고 또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정작 가장 중요한 고객을 빼먹게 된다. 어떻게 보면 내가 고객보다 이 서비스에 대해 더 알지하는, 생산자의 오만함이기도 하다.


먼길이었지만 오늘 그곳을 방문했던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 잊기도 쉬운 그것. 동네 빵집 사장님에게 처음 방문한 고객의 마음마저 움직인 쿨서비스 마케팅을 배운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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