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입맛이 당겼다. 남편 졸업식이라 시댁 식구들과 함께 식당에 갔는데 갈비탕이 너무 맛있어서 급히 먹었더니 남편이 게걸스럽다며 핀잔을 줬다. 얼마 후 큰 조카 결혼식에서도 뷔페음식이 왜 그렇게 맛있는지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먹다 또 한 번 핀잔을 들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상했다. 그 이후 듣게 된 임신 소식. 입맛이 무섭게 도는 것도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었을까?
기쁨과 동시에 겁이 났다. 엄마는 하느님 대신 돌보라고 보낸 사람이라 했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느님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니 무게감이 컸다.
본격적인 입덧이 시작되자 내 후각이 진돗개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세상의 모든 냄새들이 일제히 공격해 왔다. 때마다 날아오는 음식 냄새로 이웃집 식사 메뉴를 맞추기 시작했고, 집 안까지 날아오는 자동차 매연냄새는 당시 자동차회사에 다니던 남편에게 왜 빨리 전기차를 안 만드냐고 닦달하는 이유가 되었으며,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처럼 밀폐된 공간에선 사람들의 몸에 베인 마늘냄새가 났다. 그 외 샴푸린스냄새, 치약냄새, 주방세제 냄새도 괴로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초로 머리를 헹구고, 소금으로 양치질을 했으며, 주방세제 대신 밀가루로 설거지를 했다.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는 잠시도 뗄 수 없었다. 그러고도 집에 있으면 자꾸만 온갖 냄새가 날아오는 듯 느껴져 낮에는 아파트 뒷동산에 올라가 있었다.
그 와 중에 남편은 내가 미울 때마다 냉장고 문 열겠다며 협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