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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 살다 Jan 01. 2023

태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태몽은 임신 전에 꾸는 꿈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이가 태어나면 '너의 태몽은 말이야...'라고 들려주고 싶었으나 대신 꾸었다는 사람조차 없었다. 태몽 없는 아이가 태어나는 건가 조급해질 무렵 갑자기 태몽 비슷한 꿈을 여럿 꾸었다. 어슴푸레해서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중 제일 또렷했던 꿈 하나.


교실 책상 위에 올려진 내 가방 안에서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작고 하얀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다.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향해 다시 야옹~하고 울었다. 자세히 보니 아기 호랑이였다. 그것도 그냥 호랑이가 아닌 백호. 너무 이뻤다. 갖고 싶은 마음에 누가 볼세라 서둘러 가방 문을 닫고 품에 안았다. 인터넷에서 태몽에 동물이 나오면 다 자란 동물은 아들, 새끼는 딸이라 했다. 나는 첫 딸을 낳았다.


작은 아이 때도 임신 후에야 태몽 비슷한 여러 개의 꿈을 꾸었다. 그중 기억나는 하나는... 남편과 함께 찾아간 조용한 시골마을의 규모가 꽤 큰 전통찻집. 찻집 뒷마당에 하늘로 치솟듯 높이 자란 감나무에 이른 봄인데도 불구하고 때 아닌 주황색 대봉감이 먹음직스럽게 하나가 달려있었다. 색이 선명하고 무척 크고 탐스러워 남편에게 따달라 부탁했다. 태몽이 과일일 때 씨가 하나면 아들, 여러 개면 딸이라 했다. 신기하게 둘째도 딸이었다.


큰 아이는 호랑인데 작은 아이는 대봉감이라니. 나는 탐스런 대봉감보단 호랑이 꿈이 좋았다. 동물 중 호랑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힘도 세고 무늬도 멋지고 카리스마 있지 않나. 아이들이 태어나서 말귀를 알아들었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태몽은 엄마가 동시에 꾸었어. 하얀 아기 호랑이 두 마리가 엄마 가방에 있더라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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