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by 오늘을 살다

결혼 후 새로 만나는 호칭들은 정말 낯설고 입에 참 잘 안 붙었다.

'어머님', '아버님'은 그나마 비교적 쉬운데 '형님', '아주버님'이란 호칭은 입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나이 많은 오촌 질부(질부:조카며느리)들은 딸 같은 나에게 '아지매'라 부르셨지만 나는 그들을 '질부~'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너무 버릇없어 보여서. 아예 호칭을 부르지 않고 필요한 말만 했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시조카는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숙모, 우리 서로 말 놓자."라고 먼저 말해주었다. 나는 한 해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으므로 내 친구들이랑 같은 나이라는 생각에 친구 같아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은 일제강점기 때 결혼을 하신 분이었다. 어머님 눈에 불편하실 꺼라 전혀 생각을 못했다. 누구든 자신이 몸담고 있던 그 시대의 전통과 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런 내 행동이 어머님 눈에는 법도에 어긋나 보이셨는지 나를 부르시고는 조카들의 이름을 부르지 말라 하셨다.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어머니?" 장손인 조카에게는 '조카'라 부르고, 결혼한 조카딸들에게는 이름 대신 '**엄마'라고 부르라 하셨다. "네, 알겠습니다."하고 대답은 했지만 어머님 앞에서만 그렇게 부르고 뒤에선 계속 이름을 불렀다.


친정 남동생이 결혼하고 내게도 올케가 생기자 나는 '올케'라는 호칭 대신 '혜경'이라는 이쁜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올케보다 혜경이가 더 친근하지 않나? 혜경이도 나를 '형님'말고 '언니'라고 부르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거기까진 앞질러 가지 못하고 생각만 한다.


이번 명절을 보낸 후 바꾸어 부르고 싶은 호칭이 있다. 시조카 며느리 '질부'. 같은 며느리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그동안 또래가 없어 적적했던 나에게 새로 들어온 질부는 친구 같이 느껴졌다. 다음번에 질부를 만나면 '질부~'라고 부르지 말고 '미란아~!'하고 이름을 부르고 싶다. 형님과 아주버님이 싫어하시려나.

요즘 시대에 '질부'라니.. 시대가 변했는데.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잘못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호칭들이 수두룩 하다. '도련님, 아가씨, 아주버님, 아주머니, 장인어른, 장모님, 시댁, 처가, 처남, 처형, 처남댁....'


한번 자리 잡으면 쉽게 고치기 힘든 호칭, 그 속에 이해관계가 숨어있고, 상대방을 어떻게 바라고 있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듣는 이, 부르는 이 영향을 받고 있다. 낡고 잘못된 문화는 시대에 맞게 차츰 고쳐져 가기를.


다음에 만나면 형님께 먼저 슬쩍 물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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