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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핥hart Oct 15. 2017

07. 맵 더 순례길

map the holyland


R.S.D(real slow driver) 터널 에서

R.S.D. 공원 까지


RSD터널은 우리 동네 등산길의 초입에 있는 200미터짜리 짧은 터널이었다.(지명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나로 인해 누군가의 성지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초입이라곤 하지만 산을 끼고 있는 곳이라 마을버스와 출퇴근하는 아파트 차량을 제외하면 트래픽이 거의 없었고 경사로가 있어 오르막과 내리막 그 사이에 방지턱이 샌드위치 속 계란 샐러드처럼 빽빽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비보호 우회전과 좌회전, U턴, 주차 연습까지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바로 집 근처에 있었다.


마흔네 개의 크고 작은 산을 끼고 있는 서울의 특성을 고려하면 동네마다 한 군데 정도 이상의 '성지'가 존재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우리가 코앞의 성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회사의 내 집화 : workpalce becoming home.
내 집의 없음화 : My home will never being mine.



내 동네 보다, 회사 근방에서 (강제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덕에 동네와 알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데다 2년마다 쫓아오는 보증금이란 약탈자로부터 도망 다니는 덕분에 정을 붙일 만큼 '동네'와 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 동네의 '성지'를 발견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별개로 부모세대들이 동네를 꽤 뚫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많이 마실을 다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은 부모세대와 우리 세대를 구분 짓는 특성이기도 한데, 다른 예로 이웃이란 말은 부모세대에 이웃사촌으로, 다시 우리 세대에겐 그저 옆집사람으로 환원되었다. 아무튼 내가 RSD터널 구간을 떠올릴 수 있었던 건 내가 출근을 하지 않는 '프리랜서'라는 점 +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동네에서 보내기 때문(=동네 백수)이었다.


마악 내가 아내와 함께 터널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였다.

내리막길을 느린 속도로 내려오는데 교복을 입은 학생이 골목길에서 튀어나왔고 동시에 아내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위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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