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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핥hart Oct 15. 2017

08. 우리 차는 사람 안쳐요.

My baby doesn't bite you,


"위험하다고!"


진짜 위험했던 건 내 고막이었던 것 같지만 그것보단 아내를 진정시키는게 우선이었다.


이정도는 괜찮아~
놀랐단말이야!


아내와 나는 30km의 저속 주행중이었고 학생과 거리는 약 5미터 정도 사실 전방주시와 좌우 확인만 게으르지 않는다면 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그 장면이 운전자로서 개안한 지 몇 분 되지 않는 아내의 눈에는 전과 달리 무척 위협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초보운전자에겐 놀랄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나는 아내가 쓸데없이 겁을 먹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가 말하는 위험은 보행자가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만은 아니었다.


"아니 둘 다! 위험하다고!"


남녀노소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는 도로 위에 1톤에 육박하는 정열이가 검은색 고무링을 버선처럼 신고 달리 것 자체가 아내에겐 공포였던 것이다. 보행자로, 혹은 보조운전자(=숙면)일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고작 핸들 하나 잡았다는 사실만으로 아내에겐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부분의 보행자(장롱면허자도 포함)에게 '운전자'나 '도로 위의 자동차'는 사회사업(SNS)을 방해하는 잠재적 킬링 머신 일뿐, 사실 도로 위에 몇 대의 차가 얼만큼의 속도로 이동하는지 따위는 관심이 없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왔으니 지금 달려오는 저 차는 멈추거나 나를 피해갈 거라고 믿는 것이다. 물론 운전자도 자신이 멈추거나 피해갈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사고의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우리 차는 사람 안 쳐요.


대부분의 견주가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처럼 차주도 자신의 차가 사람을 칠 거라고 믿지 않는다. 공원에서 맞은편에 파란색 목줄에 묶인 강아지가 다가온다고 해서 저 개가 나를 덮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또한 대개의 보행자는 파란 신호등이 들어왔을 때 차가 나를 덮칠 거라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무는 개는 분명히 있고, 사람을 치는 차는 개보다 훨씬 많다.


달리려는 본성이 통제력을 잃었을 때 사고가 나는 것. 그런 점에서 애견과 차는 닮은 구석이 있다.

통제를 잃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들이 허둥지둥 당황하는 것은 견주가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과 근복적으로 다르지 않다. 나는 그렇지 않을 거란 방심이 사고를 불러일으킨다. 겉보기엔 크게 위협스럽지 않은 정열이도 그 범주안에 있다. 경차라고 하지만 1톤짜리 쇳덩어리는 사람에게 절대로 가벼울 수 없는 무게니까.  아내는 첫 주행에서 정열이가 언제든 사람을 해 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걸 인지 했던 것이다.


"나...운전 그만둘까?"



여보 걷는거 싫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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