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자 친구, 혹은 연인계의 최상위 개체인 아내가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왜냐하면 내 일은 아니지만 남 일도 아니고 더욱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얌전히) 곁에 있는 것 정도뿐이니까. 그렇다고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은 아니다. 기회는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잠시 후 아내는 다시 물었다.
"나.. 정말 운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아내가 다시 한번 정열이의 핸들을 잡기로 결심한 지 채 10초가 지났을까, 그것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정확히는 우리가 겁도 없이 그것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가끔 운전자들이 점프대로 착각하고 묘기 운전을 벌이는 '함정'정도로 여겨지는 그것.
연비 감소와 브레이크 패드 소모, 발목 관절 소모, 서스펜션에 과부하 등등 리스트업에 부족함이 없는, 다분히 차와 운전자에게 마이너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도 기어가게 만드는 그것.
막간을 이용해서 설명을 하자면 과속방지턱은 단순히 '감속'의 목적으로만 설치되지는 않는다.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국토교통부 예규)은 일정 도로 구간에서 통행 차량의 과속 주행을 방지하고, 일정 지역에 통과 차량의 진입을 억제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속도의 제어라는 기본 기능 외에 통과 교통량 감소, 보행자 공간 확보 및 도로 경관 개선, 노상 주차 억제와 같은 부수적인 기능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동네 '성지'가 성지인 이유는 바로 짧은 구간에 꽤 많이 자리 잡은 이 '과속방지턱'들의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