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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민 May 11. 2023

나에게 의무를 지운다.

인간의 본능은 가히 돌발적이며 거세서 내 힘으로 다스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몇몇 책이나 미디어로 접한 성인군자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고 ‘어렵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나는 인간이 본능을 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본다. 여기서 ‘본성’과 ‘본능’의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 본능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고, 본성은 개개인의 타고난 성향이라 환경에 의해 변하기도 한다. (인간의 성격은 40~50% 유전이고 나머지는 환경의 영향이다)

 어릴 때 ‘본능에 충실해’라는 리마리오의 유행어를 따라하며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갑자기 섬뜩해지는 건 내가 나이가 든 걸까, 세상의 쓴맛을 본 걸까? 꽤 위험한 말이다.

본능에 약한 나는 본능에 충실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본능에 약한 대신 약속 하나는 잘 지킨다. 갑자기 웬 약속이지? 하겠지만, 본능을 다스리기엔 약속만한 것이 없다. 트레이너 선생님과의 약속으로 난 여전히 운동을 쉬지 않고 있고, 8년간 방송을 하면서 지각으로 인한 사고는 없었다.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입양센터와 했던 약속, 매년 연례행사처럼 작성하는 버킷리스트 등.. 나는 의외로(?) ‘신의’를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사는 사람이다.

 책임과 의무는 가벼운 것을 무겁게 만든다. 나를 짓누르지 않을 정도의 책임은 나를 성장시킨다. 악마같은 본능의 속삭임에 정신이 몽롱해질 때 나를 잡아주는 것은 내가 지켜야할 책임이었다.


(매우 매우 솔직하게 내가 큰 사고없이 나름 건실한 삶을 유지하는 것도 아나운서에게 주어진 의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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