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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Dec 12. 2020

98학번 팀장, 98년생 인턴을 만났다

책이 아닌 현장에서의 조직 리더십에 관한  

"이런 말 하면 나 꼰대인 거니?"

"응, 아마 그럴 걸!"


몇 달 전, 대학을 갓 졸업하고 막내때 사회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각자의 자리에서 팀장이 된 동기들이 모였다. 창피하고 말 것도 없는 사이이기에 누군가는 말했고, 누군가는 거침없이 답했다.


너나 할 것없이 대부분의 회사는 현재 이런 모둠이더라.

1960년대생 베이비부머 세대 임원

1970년대생 X세대 팀장

19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와 1996년~2015년생 Gen-Z세대 팀원


상황이 이러하니 거대 맨홀은 아니지만 미세한 틈이 1시간에 1도씩 벌어지고 있다. 같은 말을 들어도 세대마다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같은 현상을 봐도 이해하는 폭이 다른 현상. 뭐, 흔히 조직에서 자주 문제 삼는 불통 문화.


거기다 몇 해 전부터 각 기업은 애자일 방식을 도입하고 있으며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로 고군분투 중이다. 작년에 시행된 52시간 근무제에 이어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리모트 근무 방식까지 변화가 너무 빨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 누군가가 그랬다. 오늘날 기업체의 현 팀장들은 인생에서 가장 활력 있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세대를 살고 있다고.  


모임은 자연스레 성토 대회의 장으로 바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리고 안타깝게도 예전에 우리들이 보고 배운 선배들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어느 조직이나 새로운 형태의 팀장 리더십이 필요했다. 각자 고군분투하며 실행한 것들 중 어떤 건 통해서 다행이었고, 어떤 건 통하지 않아 가슴 쓰라렸던 기억을 하나씩 꺼냈다. 어른인 척 의연한 척했지만, 사실 모두 혼란스럽고 절실했다. 
  
책에 적힌 이론이 아닌 산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들이라 따로 메모해두고 싶었다. 마치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의 생존 일기처럼, "나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를 보내며 애써 찾은 방법들을 남기고 싶은 마음 같은. 훗날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내게 유용할 것이고, 내가 아니라면 나 다음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니까.   


1. 팀장 아래 작은 리더 있어? 
기업에서 팀장은 팀원이 많은 조직이라 할 지라도 할 일이 너무 많다. 윗분들의 지시사항과 그에 따른 적재적소 피드백, 타 부서의 협조건들을 먼저 처리하다 보면 정작 내 일은 뒷전으로 밀릴 때가 있다. 그렇기에 업무상 파트당은 물론 일시적인 프로젝트당 리더를 세워서 팀장을 대신해 살뜰하게 챙겨줄 부리더를 키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나이나 직급을 떠나 전체가 돌아가면서 한 번씩은 부리더를 맡아보게 하는 것이 좋다. 개인의 역량도 커지지만, 팀장의 고충을 이해하는 데도 좋은 방법이니까.   


2. 세련되고 생산적인 회의 방식이 뭔지 알아?
회의는 되도록 짧게 30분을 넘지 않게 했다. 톡이나 메신저로 화상 인터랙션 할 수 있는 회의는 최대한 대체했다. 이 안이 좋은지, 저 안이 좋은지 결정할 때도 톡이나 메신저 익명 투표 툴을 활용했다. 팀장은 명확한 회의 안건을 설정하고, 가능한 적게 말했다. 대신 중간중간 질문, 경청, 기록을 맡고 팀장 권한 하에 작은 리더를 세워 회의를 주도하게 했다. 팀장이 말을 아끼자 팀원들은 더 많은 의견을 냈다. 혼자 진행하며 혼자 고갈된 아이디어까지 짜내느라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더라.


3. 팀장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 한 명이라도 있었어? 
팀장에게 팀원이 가장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건 사실 "네, 팀장님"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는 거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팀장과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팀원이 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뒤가 아닌 앞에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팀 분위기가 좋아진다. 팀장인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하고, 내 의견과 팀원의 의견이 다를 때 "좀 더 설명해줄래?" 되묻는 자세도 필요하다. 과거의 경험이 다가 아닌 시대가 됐다. 팀원의 새로운 시각에서 잠시 놓쳤던 것, 어쩌면 아주 중요한 방향점을 발견할 수 있다. 


X세대라는 단어가 처음 거론됐을 때 그랬다. "X세대는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성파이며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했던 세대로 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었던 세대라고.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들이며, 구속하는 걸 싫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그렇게 한때 우리도 블랙홀 취급당했던 몸이다. 한땐 우리도 MZ세대만큼이나 발광체 그 자체인 별들이었다.    


모임 말미에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위로하는(?) 대화들이 오갔다. 영원한 건 없다고. 꼰대 팀장을 욕하는 팀원도 곧 팀장이 된다고. 그 자리에 앉아봐야 가장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법이라고. 그렇기에 너무 억울해할 것도, 너무 고민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자고 누군가 말했다. 시간이 가면 정말 다 풀릴 수수께끼 같은 것일까. 세월이 흐르면 우리도 베이비부머 세대를 이해하고, 지금의 MZ세대도 우리 X세대를 이해할 날이 올까. 정말 그런 세대통합의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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