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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Jun 14. 2021

개그맨 김현철이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은 이유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사람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평소 진지했던 사람이 갑자기 유머러스한 모습일 보일 때 또는 웃긴 줄만 알았던 사람이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일 때가 그렇다. 며칠 전 팟캐스트를 듣는데 개그맨 김현철의 의외의 모습에 그를 다시 보게 됐다.     


그는 클래식을 소개하는 ‘지휘자’로 출연했다. 더듬더듬 어눌한 말투로 개그 하는 사람, 개그맨 김현철에 대한 그간 인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클래식 지휘자라니? 들어보니 사정은 이랬다. 개그맨 김현철은 학창 시절부터 클래식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개그 소재로도 클래식을 활용해봤지만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로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맡게 됐고 약 7~8년 전부터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지휘자가 아닌 ‘지휘 퍼포머’라 칭했다. 지휘를 전공하고 정식(?) 코스를 밟아 지휘자가 된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겸양적인 표현이었다. 이미 약 10년 전부터 s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김현철의 어설픈 클래식’이라는 코너에 출연해서 클래식을 소개하고 있었다는 김현철. 놀라운 사실은 지휘자면서 그가 악보를 볼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40여 개의 클래식 곡을 외워서 지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팟캐스트를 듣고 그의 유튜브 채널을 검색해 봤다. 그는 ‘김현철(현마에) 유쾌한 클래식’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었다. 몇 개의 영상을 보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순간 개그맨 김현철은 없었다. 악기 하나하나의 악보를 외워 온몸으로 악기들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신들린 한 명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본캐인 개그맨의 직업정신을 살려 무거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장에 ‘웃음’을 만들어내는 지휘자 퍼포머가 있었다. 공연장에는 ‘현마에의, 현마에의 의한, 현마에를 위한’ 특별한 클래식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현마에 지휘 퍼포머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그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을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특별한 지휘자다. 대중들은 ‘김현철의 유쾌한 클래식’ 공연장을 찾으며 ‘클래식’보다는 ‘유쾌한’ 퍼포먼스를 더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클래식 업계(?)에서 처음에는 그를 배척했지만 지금은 그를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공로를 인정해서다. 또한, 클래식을 일시적인 퍼포먼스 소재로 소비하지 않고, 악보를 볼 줄 모름에도 불구하고 악기 하나하나의 악보를 외워 열정적으로 공연에 임하는 그의 진정성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현마에 지휘자를 보며 ‘성공하는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본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대중과 가까이 있다. ‘그들만의 어려운 음악’이라 할 수 있는 클래식을 ‘우리들의 재미있는 음악’을 바꾸어놓은 현마에. 자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이 대중의 수준에서 대중의 언어로 클래식을 전달했기 때문에 대중은 그의 클래식에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현마에가 가르쳐주는 성공하는 브랜드의 비밀은 가지가 더 있다. 브랜드는 동종업계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스토리, 자신만의 ‘특별함’을 쌓아갈 때 사람들은 그 브랜드에 열광하게 된다. 브레이브걸스 같은 역주행 콘텐츠들이 보여 주듯이. 현마에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삶으로써 그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문득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이 떠오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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