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생각남 Jun 13. 2021

강의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질. 킬. 일

강남구청 첫 마인드맵 강의 후기

강의시간 7분 전. 쿵쾅쿵쾅. 심장 박동 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가만히 들어보니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 속에는 긴장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긴장 쿵, 설렘 쾅, 긴장 쿵, 설렘 쾅. 요란한 심장 박동 속에 가느다란 설렘도 들어있었다.

      

얼마 전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강남구청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zoom을 활용해서 강남구청 평생교육 담당자들에게 2시간 동안 마인드맵 강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인드맵 강의라니.


2년 전 마인드맵을 처음 만났다. 한 장 한 장 그린 마인드맵이 300장을 넘었다. 중간중간 마인드맵에 대해 느낀 점과 활용법을 정리해서 인터넷에 남겼다. 브런치에 그리고 퍼블리에. 그 글들을 보고 강의 제안을 해온 것이었다.

    

강의를 진행하는 2시간 내내 쿵쾅거리는 심장이 진정 되지 않았다. 첫 고객이었던 만큼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쏟아내서 전달하려고 애를 썼다. 2년 동안의 경험을 전달하기에 2시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후련함과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징비록.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유성룡이 전쟁이 끝난 뒤, 뒷날을 경계하는 뜻에서 임진왜란을 기록한 책이다. 준비부터 강의까지 내 안의 ‘전쟁’ 같았던 마인드맵 첫 강의. 훗날 더 나은 출력을 위해 첫 강의에서 느꼈던 단상들을 몇 가지 기록하고자 한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좋았던 점은 우선 스스로 공부가 됐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 공부를 통해 시험문제와 관계없이 준비 과정 자체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것처럼. 마인드맵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먼저 zoom의 기능에 대해 구석구석 배우게 됐다. 컴퓨터 화면 그리고 아이패드 화면을 zoom에 연결해서 공유하는 법을 알게 됐다. 주석 기능을 활용해 zoom 화면에 필기하는 것도 배웠다. 어려운 기능들이 아니었는 데 사용할 생각을 못해봤다. 아니,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 디지털 마인드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그동안 xmind 맵이라는 디지털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당장 필요한 기초적인 기능만 활용했었다. 수강자들에게 xmind를 알려주기 위해 이것저것 사용하다 보니 내가 당장 쓸 수 있는 유용한 기능도 많았다.


강의 준비를 하며 그동안 그렸던 마인드맵들을 다시 펼쳐봤다. 수강자들에게 도움이 될 마인드맵은 무엇이 있을지 찾아봤다. 아무렇게나 만들어 놓은 폴더들을 인사발령으로 인수인계를 할 때 정리하는 것처럼 그간의 마인드맵들이 수강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것 같았다.

 

강의를 마치며 아쉬운 점도 많았다. 우선 온라인이라는 구조적인 벽을 느껴졌다. 수강자들이 잘 듣고 있는지, 이해는 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대답이나 피드백이 없으니 내 말소리가 전달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벽에 대고 혼자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가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종이에 뭔가 적는 듯한 동작을 통해 소리가 전달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강의였던지라 시간 관리도 쉽지 않았다. 준비한 내용은 많은데 주어진 시간은 짧았다. 실습도 하면서 소통하는 쌍방향 강의를 목표로 했지만 시간에 쫓겨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강의를 마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강의 시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세 가지 ‘질. 킬. 일’이 있는 것 같다.     


첫째, 본'질'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강의의 본질은 ‘고객 공감’이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고객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중요하다. 고객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고객 상황을 알아야 한다. 또한 고객이 가진 문제점이나 결핍, 욕망이나 욕구에 대한 파악도 중요하다. 와튼 스쿨 협상학 교수 모리 타헤리 포어의 일화는 고객을 먼저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한 번은 그녀가 10대 소년에게 피임도구를 사용하지 않았을 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에 대해 설득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으면 얼마나 살 수 있느냐’고 소년이 물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약물 치료를 받지 않으면 5년에서 10년 뒤 에이즈가 발병한다’고 대답하니 소년은 “우리 동내에서는 당장 내일 총을 맞을 수도 있는데 오래 사네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당장 내일이 보장 안 된 소년에게 5년 뒤의 안전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둘째, 스'킬'이 필요하다.     


고객과의 소통 스킬. 강의의 목적은 내용 전달이다. 아무리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라도 잘 전달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온라인 강의가 일반화된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고객과의 온라인 소통 스킬이 더욱 요구된다. 일방적인 내용 전달보다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고객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의 내용에 대한 실습도 좋고, 중간중간 퀴즈를 통한 답변을 유도하는 것도 좋다. 이때, 성실하게 피드백한 고객에 대해 커피 쿠폰 같은 작은 이벤트 상품을 지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잘 살피는 것도 소통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지, 갸우뚱하는지, 강의를 듣고 있는지, 강의를 켜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등 작은 동작을 통해 수강자의 상태를 잘 살펴야한다. 중간중간 사소한 유머을 시도하거나 인기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강의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법일 수 있다. 이때, 맥락 없는 콘텐츠보다 강의와 관련된 콘텐츠라면 금상첨화다.


셋째, 디테'일'도 챙겨야 한다.  


이때 디테일이란 고객들이 강의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불편함이 없는지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강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리허설을 하는 것이다. 음향이나 영상이 잘 작동하는지를 사전에 체크해야 한다. 시나리오를 통해 강의자료를 한 장씩 설명해보면서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강의 시 발생하는 작은 오류는 강의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강의 시 다음 단계 진행을 위한 준비로 발생하는 잠시의 정적은 수강자들에게는 두 배, 세 배의 지루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

     

앞서 말한 질. 킬. 일은 모두 고객을 향해 있다. 본질은 고객 공감, 스킬은 고객과의 소통 노하우, 디테일은 고객과의 소통에서의 불편 최소화. 지킬 것은 지키자. 특히, 강의 시에 질. 킬. 일은 꼭 지키자.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 빼고 어린이집 엄마들을 만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