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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Apr 07. 2022

놓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건강도 저축하는 거야, 노년을 위해서”     


어머니의 안부 전화는 건강 이야기로 시작해서

건강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넉넉지 못한 살림에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잘 먹이지 못하셨다며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건강보조식품을 주셨습니다.     


배즙, 양파즙, 호박즙, 장어즙...


짤 수 있는 건 다 짜서 먹이셨습니다.     


어른이 돼서도 어머니의 즙 사랑은 계속되었습니다.      

즙을 짜서 만든 팩을 택배로 보내시곤 했습니다.


그 정성을 다 헤아리지 못한 철없는 아들은

팩들을 김치 냉장고에 고이 보관했습니다.

잘 먹지 않고 보관만. 바쁘다는 핑계로.     


“약에도 3합이 중요한 거야.
 첫째 재료, 둘째 만드는 사람의 정성,

마지막으로 먹는 사람의 정성!”     


어머니는 ‘건강보조식품 3 합론’을 주장하셨습니다.


특히, 먹는 사람의 정성이 있어야 효과가 있는 거라며

잘 챙겨 먹으라는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코로나 확진으로 일주일 간 방에 갇혀

김치냉장고에 고이 보관만 했던

어머니표 즙 팩을 꺼내먹으며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동안 건강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     


머릿속으로는 항상 ‘삶의 1순위’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건강을 돌보기 위해 했던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바쁘다고 핑계를 대며

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즙 팩을

냉장고에 처박아 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건강은 언제나 잃고 나서 후회를 하게 됩니다.     


심한 안구 건조증이 오고서야

과도한 야근을 하며 눈을 혹사시킨 것을 후회했습니다.     


허리에 고질적인 통증이 생기고 나서야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 습관을 반성했습니다.      


잠시 눈을 쉬어주는 것,

자리에서 한 번씩 일어나 허리를 풀어주는 것,

어찌 보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놓치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것은

건강뿐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하게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이

곁을 떠나고 나서야 소중한 것이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코로나로 일상을 잃어버리고 나서

그 소중함을 안 것처럼.


청춘은 어떨까요?

꼭 이십 대 청춘이 아니더라도

이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기도합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골든 타임의 시작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의 고약한 특징 중 하나.     

코로나는 중요한 것을 빼앗아감으로써

그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건강도, 관계도, 일상도...     


확진이 돼서 며칠 고생했지만 다행히 건강을 돌려받았습니다.      


‘건강도 저축하는 것’이라는 어머니 말씀을 새기며

이제는 부지런히 건강을 저축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다시는 코로나 같은 것에 빼앗기지 않도록.

아무리 빼앗고 빼앗아가도

넉넉하게 남아 부족함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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