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한자검정시험을 접수했습니다.여름방학 계획 중 하나였습니다.아이들은 8급, 저는 4급.
아이들과 한자검정시험을 함께 보는 것은 제 로망 중 하나였습니다. 우리말에서 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자 공부는 쉽게 말해 우리말 공부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한자를 좋아했던 저는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함께 한자검정시험을 보며 시험 급수를 한 단계씩 높여 보고 싶었습니다. 마치 한자 도장 깨기 같은 느낌으로.
아이들 초3 여름 방학을 맞아 한자 도장깨기 프로젝트의 대장정을 시작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으려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최근에회사가 너무 바빠 한자 공부를 할시간이 없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3주 정도. 외워야 하는 한자는 수백 자인데 남은 3주도 바쁜 상이 바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한자 공부를 안 하는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전에 학교에서 8급 한자 시험을 본 적이 있다며아이들은 무사태평이었습니다.
아이글과 첫 도전인데 좋은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과 응시료 6만 원(개인당 2만 원)이 아까운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에게 조심히 말했습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아빠는 회사가 바빠서 준비를 거의 못했어.아빠는 이번에 시험 안 보고 다음에 다시 접수할까 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야?"
둥이 2호 입에서 생각도 못한 말이 튀어나옵니다.
아빠,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거잖아요.
"시험을 보는 것도 경험이에요.시험보다 보면 나중에 합격하겠죠.이번에 그냥 시험 보는 건 어때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경험은 실패 경험도 있고 성공 경험도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성공하는 경험만 보여주고 경험시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와 상관없이 아이들과 한자검정시험장에 가서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끙끙거리며시험지를 푸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추억인데 말입니다.
둥이 2호의 말에 실패 경험을 대하는아빠의 태도도아이들에겐 중요한 본보기가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도전해보는 거야' 하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둥이 1호가 쐐기를 박는 말을 합니다.
"아빠, 시험 같이 봐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잖아요
...
'그 ..그래, 설마가 시험 잡을 수도 있겠네. 근데 요즘 너희들 무슨 속담 학원 다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