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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생각남 Jan 02. 2024

사기는 언제나 소리 없이 찾아온다

아주 약한 고리만 찾아서

“고객님, 당황하셨어요?”     


한 때 개그 프로에서 잘 나가던 유행어다. 어눌한 조선족 말투에 키득거리며 사람들은 생각한다. 보이스 피싱은 도대체 누가 당하는 거냐고. 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당하기 마련이다. 사기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가장 사기 치기 쉬운 사람. 사기에 취약한 약자. 그리고 그런 타깃을 골라 끊임없이 유혹하고 또 유혹한다.      


우리 아버지도 사기꾼들이 좋아하는 ‘고객님’ 중 한 명이다. 아버지는 귀가 얇고 거절을 잘 못하시는 성격이다. 젊은 시절 친구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그 빚을 떠안은 적이 있었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한 번은 아버지가 누군가와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통장을 가져다가 계좌번호를 불러주더란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 이상한 전화인 것 같다며 아버지를 뜯어말리셨고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온 전화라며 끝까지 계좌번호를 불러주려 하신 적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어머니와 옥신각신 끝에 아버지는 전화를 끊으셨다. 다 넘어온 ‘고객님’이 고객님 아내의 방해로 전화를 끊어 보이스 피싱 사기꾼들이 당황한(?) 사건이었다.      


요주의 인물인 아버지께서 삼 남매를 당황하게 드는 일을 벌이셨다. 아니, 온 가족이 당황해할 사기에 걸려들었다. 땡빚 4천만 원을 내서 사기꾼들에게 바쳐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상황은 이랬다. 아버지께서 시골집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설 설치 계약을 하셨다. 설치비는 4천만 원이었고, 여윳돈이 없는 아버지는 농협에서 대출을 받아서 10년 상환으로 갚아갈 계획이셨다.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하는 월 수입이 대출금 4천만 원의 월 상환액을 초과하니 무조건 이득이라는 사기꾼의 꾐에 빠져서.

     

듣고 보니 계약 과정도 계약서도 날림이었다. 명백한 사기였는데 사기를 입증하는 것이 문제였다. 한 달을 사기업체와 씨름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삼 남매 온 가족이 지옥 같은 한 달을 보냈다. 스트레스로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코로나에 걸리셨고,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셨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론적으로 일은 완만하게(?) 처리됐다. 뒤늦게 알게 됐다. 시골에 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태양광 시설 설치 사기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을. 고향집 인근 동네에서도 비슷한 사기를 당한 노인분들이 계셨다.     


사기 수법은 동일했다. 시골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날림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날림으로 태양광 시설 설치 공사를 한 다음 공사비를 뜯어내는 방식이었다. 노인분들은 연금처럼 월 30~40만 원 정도의 수입을 만들기 위해 태양광 발전 설비 계약을 했다가 몇 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잃었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몇 푼이라도 벌어보려고 했다가 도리어 얼마 안 되는 재산을 탕진하거나 노년의 남은 여생을 평생 빚더미 속에서 살게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처음 사기를 당했을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무엇을 어디에 확인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답답하고 갑갑했다. 인터넷을 뒤졌고 아는 지인과 지인의 지인을 총 동원해서 대응 방법을 묻고 또 물었다. 다행히 그 지혜들을 모아 사기꾼들이 파 놓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우리 가족이 겪은 태양광 발전 설치 관련 사기에 관한 스토리다. 사기꾼이 어떤 방식으로 사기를 쳤고, 우리 가족은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을 해서 사기를 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난 극복의 기록이다.       


love is all around(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의 ost다. 그런데 태양광 사기를 겪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기꾼 is all around(사기꾼은 어디에나 있다)


특히, 시골에 홀로 계신 나이 드신 부모님들은 사기꾼들에게 ‘매력적인 고객님’들이다. 태양광 발전 설치 공사 사기는 하나의 형식일 뿐이다. 사기꾼들은 형식만 바꿔 어떤 형태로든 다시 사기를 친다. 그리고 사기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사기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기를 당한 사람은 지푸라기라고 잡고 싶은 심정으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가족의 태양광 사기의 경험이 유사한 사기 피해자분들께 ‘지푸라기’ 같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내 생애 가장 치열하고 뜨거웠던 2023년 7월의 여름을 기록하려 한다.

      

사기는 절대 당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어찌어찌하여 잘못된 꾐에 빠져 돈을 잃게 되더라도 마음과 건강까지 잃는 불상사는 부디 없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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