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에서 나는 다시 시작합니다.
"수고했어."
무엇을 수고 했다는 건지, 당신은 어떤 마음인지 나는 모른채
그렇게 끝이라는 것을 맞이했습니다.
사랑 참 별거 없더군요.
미안합니다.
내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을.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그러니 그냥 그렇게 흘러가도 되겠지요.
2005년 4월 2일 나는 낮달은 기울어도 아무도 알지 못해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날은 지나치게 날씨가 좋았습니다. 참으로 맑았고 논산 벚꽃길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24살 가슴속에 설레임으로 가득해야하는데, 나는 왠지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는 하얀달이 희미하게 떠 있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낮달은 기울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내가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없듯이, 당신이 나를 알 수 없듯이..
그러다가 문득 출근 버스를 놓치고 동동거리며 시계를 보게 되고
현실적인 걱정들이 몰려올 무렵 나는 낮달의 존재를 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후에 이 글과 나는 다시 만납니다.
사랑 참.. 변하지 않더군요.
나이 어린 사랑이나 나이 많은 사랑이나
그렇더라고요.
자 이제 나는 끝에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네 두렵습니다. 그러나 결국 나는 그렇게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겠지요.
사람.... 참 변하지 않더군요.
스물네살이든 마흔 두살이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