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틀고 떠나온 집을 생각한다.
"너무 담담하세요."
재잘재잘 상담실에서 내 이야기를 들으시던 의사선생님은
모든 것을 꿰뚫는듯한 눈으로 그렇게 이야기 하신다.
밝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나를 아는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 했다.
내가 밝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글은 한없이 우울하다고.
생각해보니... 나는 습관적으로 사람들을 보며 웃는다.
내 속마음을 비추는것이 피곤해서.. 그리고 그 사람이 언짢아 할까봐서...
그런 상황도 아닌데 나는 마치 내 일에는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웃고 있다.
"어는 순간에는 화도 나고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다.
불현듯 가슴이 쥐어짜듯 아프고 꺼이꺼이 울고 있을때가 있다.
무슨 감정인지는 알수가 없는... 40년을 살아온 내 인생에서 이것을 정의할 카테고리가 딱히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앞으로 내가 가져가야할 내 삶은 내가 한번도 상상해본적이 없는 삶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에서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정의하고 싶은 사랑은... 내가 기억하고 싶은 사랑은... 앞으로의 사랑은...
나는 도망치듯 사랑에 빠졌다.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고, 나를 가여워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까.
나는 지독한 애정결핍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사랑을 잃고 있는 이 시점에야 알게 되었다.
나는 단 한번도 나를 사랑한적이 없는 사람이구나.
나를 사랑하지 못한 어리석은 나는, 이제서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다.
솔직하지 못한 것은 내가 용기가 없어서야.
용기가 없다고 해서 다그칠 필요는 없어.
나는 나에게 묻고 나를 위로한다.
"괜찮아. 최선을 다했어. 너의 잘못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