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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하 Jul 20. 2021

'너 자신을 알라'-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를 원한다면

글을 쓰고 싶다면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만 봤다. 

시간이 가면 해결이 된다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앞만 보고 흘러갔다. 나만 뒤를 돌아본다. 모든 것이 제자리인 듯했고 기대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도 넘기지만 우물에 갇힌 마음은 그대로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보고 듣고 했지만 내가 직접 하지 않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VS


흘러가는 시간에 기대었다.


마음을 비우고, 나를 바라보며 어깨에 힘을 뺐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 내었다.

내 영혼이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듣기 시작했다.

모른 체했던 어둠을 빛이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을, ' 왜 하필 내가...' 했던 모든 일을 깊게 마주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주하기 싫은 곳까지 기꺼이 들어갔다. 무작정 썼다. 쓰고 또 쓰다 보니 굳어 있던 몸에 호흡이 스며들었다. 어깨가 들썩거린다. 쓰다 보니 아침이 되었다. 땅에 발을 딛는데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또각또각 발에 힘을 주고 걸었다.

또 쓴다. 바람에도 나풀거리던 삶이 날마다 단단해졌다.


그리고 아무 힘도 없던 내게 살아갈 힘이 나고 있었다. 삶의 의미와 행복이 내게도 존재했다. 왜 사는가는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모든 것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글은 나를 찾도록 길잡이가 되었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것에 눈길을 주고 숨겨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 일도 없던 삶에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문득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나는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기억될까? 나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질문을 다시 한번 바꿔서 해봅니다.

"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나는 내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우리는 마음속에 바라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좀 더 마음이 평안해지길 소망하였고, 스스로 내가 어떠한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아내길 바랐던 적도 있습니다. 그저 생각만 해서는 평안함도 오지 않았고, 내 모습이 어떤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바라기만 해서는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어요.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해야 했는데, 그 첫 번째가 나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나에 대해서 생각하고, 무엇 때문에 고통스럽고, 무엇 때문에 행복하며, 무엇 때문에 이 삶을 살고 있는지 하나씩 저는 써 내려갔습니다.

그날 본 것, 느낀 것, 쓰고 싶은 것을, 써야 할 것을 찾아가며 닥치는 대로 썼던 날들이 수두룩합니다.

쓰다 보니 저는 조금씩 달라졌고요. 쓰다 보니 삶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저만의 행복을 만들었어요.


누군가 내게 글이 무엇을 해주었냐고 질문할 때마다 이렇게 답합니다. 


글이란, 나를 발견하도록 해줍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나와 보내기 때문입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 세월이 갔는지 우린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저 바빴고, 곳곳에서 찍은 사진만 내게 흔적을 보여주는데, 설명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할 사진입니다.

저도 30대의 세월이 어찌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엄청 바빴고,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많고, 살기 위한 노력만 가득했던 날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니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글이 남았습니다. 글이라도 쓰지 않았다면 더 헛헛한 세월이 되지 않았을까 하며 안도합니다.  글을 쓰면서 지금 이대로 존재하는 나를 수용하게 되었고요. 수용과 극복을 교차시키며 삶을 마주하였습니다.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발견하는 통로가 되어 쌓인 글은 또 다른 나. '글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고요. 혹독하게 붙어 있는 삶의 꼬리표를 떼고자 스스로 가두어둔 삶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십 년 넘게 숨겨둔 글이 그렇게 책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작 책 두 세권 쓰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하지만요. 개인은 모두 특별하고 고유한 존재이지만, 길거리에만 나서도 나란 존재는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일개의 개인이 되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느껴지는 순간 저는 더욱,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다보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고 기대에 부응하느라 진짜 나는 점점 가라앉게 됩니다. 저는 삶이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다고 느꼈을 때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수년이 지나서야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고 자각했죠. 시간은 꽤 걸렸지만 이제 나의 선택에 아쉬워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습니다. 만족합니다. 

저는 글을 쓸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무엇이 나를 기쁘게 하는지, 무엇이 나의 길을 방해하는지, 무엇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등 직설적으로 물어보고 내가 묻고 쓰는 글에 대해 검열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가면을 벗고 나의 진실을 위해 시간을 씁니다. 그것이 글이에요. 

'글 쓰는 나'에 시선을 두고 이런 말을 전해봅니다. 



'우린 행복할 권리가 있고, 좀 더 성숙하고 나를 변화시킬 의무도 있습니다.'


당신의 글이 켜켜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비가 오면 하늘이 맑아지죠. 인생이 그렇더라고요. 모든 것이 순환합니다. 글을 쓰다보면 순환을 겪어요. 계절이 오고 가는 것처럼. 

오늘의 작은 결정 혹은 쓰임이 나의 삶을 좀 더 견고하고 잘 알도록 해줍니다. 당신의 글이 켜켜이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좀 먼 얘기지만 세월이 지나 당신의 가족이 그 글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에 맡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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