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짝사랑할 사람이 생겼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제 배워야 할 때인가 보다.
볼수록 좋고 정이 든다. 애기 얼굴에서 나를 본다.
나의 분신,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할까”
아마 우리들이 처음 받은 사랑도 당신의 짝사랑이었겠지요.
이 마지막 짝사랑이 시작된 지도 벌써 서른 해가 넘어갔고
오늘 우리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집에서 사랑이란 단어는 참 어색합니다.
집에선 사용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
이 단어가 듣기에 어색한 만큼, 말로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낯선 일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 사랑은
사랑을 말하는 것보단
말하지 않는 것이었고
준 것에 생색내는 것보단,
주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하는 것이었고
바라보기에 즐거운 것보단,
늘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어색한 단어를 사용하고 듣는 것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하지만, 이 단어의 형태가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 것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없는 짝사랑 속에서
우리들은 자라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나간 시간 속에서
주지 못했던 것들과
앞으로 올 시간 속에서
주지 못할 것들에 대해
슬퍼하거나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삶 속에서의 마주했던 결핍들은
당신들의 짝사랑 속에서
없음과 부족함에 대한 불평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있음과 작은 호의에도 감사할 수 있는
태도라는 유산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더는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즐겁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