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노화보다 무서운 마음의 노화
마음이 늙는 것이 노화라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꺾어진 90세를 넘겼을지언정, 20대에게 볼 수 있는 열정이 마음을 칭칭 감았던 때, 넘치는 에너지를 어찌할 수 없던 때가 바로 엊그저께까지의 제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마음의 노화, 그런 말은 제 사전에는 일절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초롱초롱하고 총기가 가득했던 눈빛이, 어느 누가 봐도 정신이 살아있고 열기가 가득했었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순간 훅! 하고 떨어졌어요. 내 순도 높던 열정과, 반짝이던 눈빛.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내게 속했던 모든 것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내가 통제할 수 없던 것을 너무 당연시했었다는 것을요. 내 의지와 무관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속상한 것보다,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뜨거워지지 않는 것이 더 속상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몸 에너지가 떨어진다 해도 마음 에너지가 몸에 기운을 불어넣거든요. 무언가에 온전하게 몰입해 무아지경이 되면, 몸은 지쳐 쓰러질지라도, 몸의 한계가 한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몰입은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정신이 맑아지고 평소보다 더 깊은 성찰로 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지요. 노화는 몸이 늙는 것인데, 그저 세포에 주름이 생기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세포가 생동감을 잃은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마음의 노화는 에너지가 분산되어 몰입이 안 되는 상태, 마음이 정신 차리고 깨어있지 못하는 상태가 아닐까 합니다.
언제부터 마음이 늙었다 생각하고,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니 몇 개의 단어가 떠오릅니다. 순응, 단념, 포기, 외면과 회피, 무사안일, 피해의식, 집착. 이들 모두가 현실에 대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과 수동적인 태도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이 모습은 그간 제가 살아온 삶과 너무 결이 다른데요... 어쩌다 이들이 제 안에 들어왔을까요? 문득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남겼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머리 위로 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우리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 내 사전에 없던 단어들이 내 사전 안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저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피부가 칙칙해지고 머리 뿌리에 힘이 없어 머리카락이 착 밑으로 가라앉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마음에서 열정과 생동감이 떨어져 나가 고목처럼 칙칙하고 딱딱하게 되는 것이 진짜 큰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감히 내 마음에 명령을 내립니다. '이제 그만! 너의 젊음을 회복하자!' 구체적인 방법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에 있던, 무엇이던, 찾아야겠습니다. 몸의 노화를 막기 위해 애쓰는 것만큼이나 마음의 노화도 막을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