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질문
"당신의 이력은 계획한 것입니까, 주어진 것입니까?"
"하고 싶은 것만 선택하며 왔습니다만, '개인, 리더, 조직'을 키워드로 한 한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숨기려 해도 '계획된 대로'라기보다 '주어진 대로'가 딱 보이나, 어떻게든 내 신념이나 비전과 이력을 엮고 싶었다. 만약, 면접관이 동일한 질문을 당신에게도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경력 초반에는 나에게 최선인 일이 어떤 것인지 몰랐다. 경력에 진지하게 관심 가진 적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삶이 꾸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세상 물정 1도 몰랐다. 지나치게 순진했다. 경력 목표가 딱히 없을 때는 열릴 때까지 원하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 옆 어딘가의 쪽문이라도 열리면 그만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길, 마음이 끌리고 열정이 끓어오르는 길을 걸었다.
경력 목표를 세운 건 30대 초반에 들어서다. 그 이후로는 한 길을 간다고 말은 하지만, 경력 기술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회사에서는 '시키는 일'을 했다. 이 또한 주어진 것이었다. 회사가 클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개인이 갖는 업무 주도성은 범위가 협소하다. 주도성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내가 원하는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평가 등을 고려할 때 동료와 업무에서의 선을 잘 지켜야 한다. 특히, 내가 굴러들어간 조직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선택하고 계획한 것은 '분야'이다. 기존에 전임자가 한 일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 즉 신생 조직이거나 신규 업무를 맡을 경우에는 분야뿐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서 내가 이력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그나마 크다. 담당자가 한 사람인 경우 또는 조직장이 전권을 줄 경우, 또는 조직장인 경우를 전제할 경우이다. 내 사업체가 아닌 한 조직에서 내가 이력을 계획하고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흔하지 않다.
이 땅의 피고용인들 중 계획한 대로 이력을 갖춘 이가 많지 않을 텐데...아닌가....혹시 나 말고 모두 계획대로 만들어진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쩝. 주어진 대로의 이력이, 내가 뭔가 부족하거나 밀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계획인가, 주어진 것인가?"의 질문에 답하면서 내 얼굴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경력 포트폴리오를 잘 풀어낸 스토리텔링. 내가 몰입했던 시간들의 가치, 내 이력이 만든 현재의 나, 그 이력을 밑거름으로 내 속에 잠재된 가능성이 '계획된 이력'으로 나를 이끌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