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판다 푸바오. 만 2세이고 구석구석 '아기'의 모습이 역력한데 요즘 몸무게가 84kg. 엄마 이름은 아이바오, 아빠 이름은 러바오. 모두 에버랜드의 판다 월드에서 거주 중.
아마도, 올봄이었던 것 같다. 어쩌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푸바오 동영상을 보게 됐다. 그리고 그날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는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푸바오, 퇴근 후 쉴 때도 푸바오, 잠들기 전 뒤척이면서도 푸바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된 것인지 모르겠다만, 나는 지금 푸바오 앓이 중이다.
한 번은 코칭 주제로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를 내놨다. 유튜브 시청하는 시간이 늘면서 글쓰기나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 습관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그 주제로 코칭 대화를 나누었다. 주로 어떤 동영상을 보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푸바오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Q: 푸바오 영상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상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그 느낌은 어떤 욕구와 연결되나요?
A: 푸바오를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걱정에서 잠시 멀어져서 좋아요. 동물인데 사람과 마치 사람인 마냥 교감하는 것이 신기해요. 동물에게는, 딱 동물 수준의 반응을 기대하잖아요. 기대치가 높지 않죠. 그래서 기대치에 미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웃을 수 있고, 반대로 높은 수준으로 반응할 때는 격하게 좋아하게 되죠. 판다끼리는 갈등할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푸바오의 어떤 모습도 다 인정하고 수용해요. 당황스러운 상황도 관대하게 대하죠.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녹아요. 하루 종일 거칠었던 마음의 표면이 부드럽게 다듬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괜찮아, 너의 모든 것을 인정해'가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돼요. 푸바오가 받는 인정과 수용, 제가 대리 만족하는 것 같아요.
그저 생긴 대로 사는 푸바오, 그리고 그런 푸바오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이들,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보살펴 주는 사육사님들. 푸바오가 일상을 살고, 누리는 것들을 보며 나 역시 만족을 느낀다. 그래, 너라도 그렇게 받자. 눈치 보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답게 사는 푸바오. 너란 녀석은 증말 사랑스럽구나! 너가 주는 치유와 기쁨을 맘껏 즐기련다. 유튜브 영상과 함께 푸바오 앓이는 계속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