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모토 히데타케의「비로소, 진정한 나를 살다」에서 얻은 통찰
오롯이 나를 돌보며 온전하게 나답게 살자고, 단 몇 일이라도 그렇게 살아보자고. 그렇게 2개월째이다. 처음 마음먹고 실천한 것은 '죄책감 느끼지 않고 쉬기'였다. 경주마도 아니면서 결승선을 향해 무작정 달리며 사는 것에 '멈춤'을 선언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스쳐갔다.
20~30대였다면 멈춰있는 것이 불안해 다시 고삐를 잡았을 텐데, 40대의 멈춤은 달랐다. 나를 혹사시키면서까지 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옳은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대견해 하며 '멈춤'을 즐기고 있던 중.
갑자기 내 손에 책 한권이 들려졌다. 에노모토 히데타케의「비로소, 진정한 나를 살다」. 누군가, 내 멈춤을 영양가 있게 만들고 싶었나 보다. 내 삶의 프레임을 크게 흔드는 책을 만난 것이다. '일시 정지' 해제 후 예전과는 다르게, '나다움을 적극 실천'하는 인생을 위해 주어진 선물이었다. 생존을 위해 악착같이 기를 쓰며 사는 인생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인생관을 말할 때 흔히들 등산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오르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그 이후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인생을 등산에 비유할 때 정상에 오르고 나면 그다음은 이제 내려오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인생을 '강의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은 처음에는 얆은 물줄기로 시작해서 다른 작은 시내들을 만나 점점 굵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큰 바다로 이어진다. 인생이야말로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해서 점점 굵은 흐름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비로소, 진정한 나를 살다」, 211-212쪽 -
"인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이 일정 주기로 반복되며 순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계절이 한 번 순환할 떄마다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것들이 통합되어서 인생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렇게 순환하면서 업그레이드된다고 하는 의미에서는 '나선형의 인생'이라는 표현이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이 나선형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이 지금 어느 계절에 왔는지를 자각하고, 계절이 바뀌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비로소, 진정한 나를 살다」, 220-221쪽 -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강의 흐름이고, 계절이라고. 작은 물줄기들이 만나 큰 물줄기를 이루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처럼 인생은 길을 따라 흐르고 성장한다고. 또 계절처럼 돌고 돌아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고, 이런 과정이 연속적으로 반복하며 과정에서 성장한다고.
한 번 내려가면 다시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어려운 등산같은 삶을 계속 갈망한다면, 지금 내가 멈춰있는 상태가 얼마나 두렵게 느껴질까? 정상은 아직 저 만큼 먼데, 앞으로도 영원히 정상에 오를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회의감을 안고 사는 쓴 맛의 인생,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설사 내가 지금 40대의 가을을 지나 겨울을 살고 있을지라도 50대의 봄을 기다리며 뭔가를 준비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희망적인가! 게다가 50대는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금'을 더 가치있게 만들자는 다짐과 의지로도 연결된다.
어쩌면 이 책을 40대 중반에 만났기 때문에 강의 흐름, 계절 인생관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지도 모른다. 만약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자기다움에 충실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을까? 아니면, 현실을 모르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귀 기울이지 않고 경주마처럼 달려, 달려 하며 살았을까?
바라기는, 많은 사람들이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나다움'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중년이 된 이들 역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100세 인생이기에 '나다움'을 찾고 '나답게 사는 것'이 나이 들어도 시작해야 할만큼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인생을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