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토리(2024)>를 보고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아쉬운 점 투성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빅토리>가 재밌었다. 나도 모르게 중간중간 벅차올라 눈물이 났고, 극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 모든 기준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취향이란 이토록 불가항력적이다. 씩씩한 소녀들이 아무렇게나 뛰어다니며 다들 무시하던 일을 보란 듯이 해내는 이야기에 나는 한없이 약하다.
왓챠 별점 3.5점(내 기준 추천 가능한 영화. 거장들의 명작 다수가 이 점수대에 포진)을 주며 약간 분했다. 객관적으로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먼저 제각기 다른 눈썹 모양을 하고 있었다고!
그 정돈되지 않은 맨 얼굴에서 진짜인 표정들이 새어 나올 때 이건 좀 사기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머리를 마구 휘날리며 걷고 익살맞은 표정으로 와하하 크게 웃고 정자에 둘러앉아 밥 나눠 먹고 다니는 동안 내 안의 객관성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캐릭터가 어쩌고 서사가 어쩌고 개연성이 어쩌고 다 떠나서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내뿜는 소녀들을 보고 있으면 아무튼 기분이 좋았으니까.
게다가 그들이 그렇게 돌아다니며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응원이다. 춤을 사랑해서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고야 만 바다 마을 소녀들이 무대 경험을 쌓기 위해 주위의 응원이 필요한 곳을 억지로 찾아다닌다. 재래시장도 가고, 노동자 집회 현장도 간다. 어른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생계와 투쟁의 현장에서 그들은 제법 확신에 찬 표정으로, 지금의 이 응원의 몸짓에 그 어떤 의심도 없다는 듯 팔다리를 쭉쭉 뻗는다.
응원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순수하게 누군가를 응원하는 마음을 가져본 게 언제였나 돌아보게 된다. 잘 기억이 안 난다. 애써 좋은 점을 찾고, 어떻게든 밝은 기운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 게 정말로 언제였지?
'내'를, 그리고 '느그'를 응원한다 말하는 극 중 필선의 말이 내게도 힘이 된 건,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지 오래되었다는 걸, 그러나 그 마음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를 보다가 불현듯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