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련 Sep 09. 2024

몰입

영화관을 찾는 이유 1

그 어느 때보다도 자주 영화관을 찾고 있다. 갑자기 업무적으로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좋은 사운드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는 영화 한 편 볼 집중력을 돈으로 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 외 다른 것들에 관심을 쏟기 어려운 환경으로 스스로를 몰아넣는 셈이다. 잠시 정지할 수도, 갑자기 배속을 할 수도, 휴대폰을 꺼내어 시답잖은 것들을 둘러볼 수도 없는, 오직 스크린만이 빛나고 있는 그 어두운 곳으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집중해서 보는 능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터무니없이 긴 영화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보통의 100-120분 러닝타임 영화들도 중반쯤 지나면 좀이 쑤신다. 분명 재미있는데 잠깐 정지하고 싶고, 분명 긴장감 넘치는 장면인데 잠이 솔솔 쏟아진다. 


내가 시간 날 때 딱 원하는 만큼만 볼 수 있는 쪽으로 콘텐츠 시청 방식이 변화하고 있고 나 역시 적극적으로 빈 시간들을 그런 식으로 채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동시에 영화 한 편은 거뜬히 보는 사람이고 싶다.


늘 내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 더 오래 일하게 되는 한이 있어도 9-6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고 그렇게 이 업을 택했다. 요즘은 마침 바쁘지 않아서 진정으로 자유한 상태인데,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니 오히려 집중력이 산산조각 나 흩어진 것 같다. 반쯤은 붕 뜬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다. 마감이 아니면, 방송이 아니면 아무것도 자의로 하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대본을 한 편 보더라도 한 이야기에 깊게 빠져드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하는 경험이 주는 쾌감을 안다. 다 끝난 후 그제야 참았다는 듯 긴 숨을 내쉬는 건 짜릿하다. 그 기분을 찾아서, 깊이를 찾아서, 요즘은 신개념 속박처럼 나를 일단 극장 안에 가둬버린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집중력 훈련까지 할 수 있다니 꽤나 멋진 일이라 생각하며.

작가의 이전글 두려운 건 미지의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