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몸을 지배한 어린 날
비속어를 잘 쓰지 않는다. 임금체불을 한 대표가 '왜 신고했냐'며 가스라이팅을 시전 하지 않는 이상.
어릴 때부터 비속어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검은색 무지개 같이. 나란히 두면 어색한, 그런 존재였다. 어떤 계기로 비속어 사용이 나쁜 것이 아닌 어색한 것이 되었을까.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이었을 것이다. 5학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다퉜다. '여학생 손절의 법칙'이라도 될까. 우린 나 포함 3명의 무리였다. 3이라는 수부터 불안하지 않은가. 언젠가부터 나를 제외한 두 친구 사이에 더 큰 유대감이 생기고, 나는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새로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와의 팔짱을 빼고 손을 잡고 다니는 두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서운하다고, 왜 너네만 아는 이야기를 하냐고, 셋이 팔짱을 왜 끼지 않냐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발생했다.
방과 후. 셋은 우연히 청소 당번이 겹쳤고, 우린 교실이 아닌 당시 반이 담당하고 있던 청소 구역인 대강당 앞으로 갔다. 어색하게 청소를 하다가 나는 소리쳤다.
"Ssssi-bal!!!!"
부끄럽다. 차마 한글로 못 적을 정도로 말이다.
사실 이 상황을 조금은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어색해진 친구들과 같이 있게 되면 말을 해야겠다. 평소와는 다르게. 강하게. 당시 생각한 강한 어투는 비속어를 섞어 쓰는 것이었나 보다. 욕을 하면 친구들이 나한테 사과하겠지? 외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13년 평생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욕을 내뱉었다.
호기심과 상상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했다. 두 친구의 눈은 동그래졌고, 나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저 뒤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당황하더니, 자리를 피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고작 비속어 두 음절에 내 억울하고 속상한 감정이 담기지 않은 것이다. 당연하다. 친구들에게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속상한 내 마음을 전달한 뒤 다시 친해지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멀어진 친구들에게 낯선 모습을 보여 역효과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친구들과 아주 멀어졌다. 셋이서 팔짱을 끼고 운동장을 누비던 그 시간들이 처참히 무너졌다. 인생 첫 비속어를 그렇게 사용했어야 했을까. 그 이후로 욕을 입에 담지 않는다.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비속어 하나에 담지 않는다. 그리고 비속어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것이 어색해졌다. 효과가 없는 걸 어릴 적에 깨달아서 그런가. 물론, 아주 가끔 필요할 때가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