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르몽드 Jul 20. 2023

11. 기대라는게, 참 무섭네

고유하게 바라보기

내 맘대로 생기지 않았다고 구름을 탓하지 않는다.

난 연애를 참 못했다.


못했다는 것이, 7년 동안 솔로 신분에 처해있었다는 말임과 동시에 연애에 소질이 없었다. 과거 연인들에게는 "우린 안 맞아"라며 성격차이를 이유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잘못으로 인해 좋은 사람마저 내팽겨쳤다는 것을.


상대에게 기대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상대와 대화가 잘 통하는가, 나의 도덕적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가, 타인에게 친절한가 등의 소위 '조건'에 부합하면 연애를 시작했다. 당당하게 말하지만 외적인 기준은 없었다. 그러다 연애가 무르익어가면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하나둘 생겼다. 욕과 담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힘들어 할 때 잘 챙겨줬으면 좋겠어,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상대에게 말하지 않았다. 나의 기준을 상대에게 요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곤 상대가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별을 선언했다. 이 같은 일을 반복하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7년을 혼자 지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이 잔인한 행동임을 깨달았다. 나의 시선과 잣대로 상대를 평가하고 그렇지 않은 상대에게 나의 기준을 요구하는 행동. 그리고 상대를 바꾸려는 은밀한 시도. 더 치명적인 것은,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어떤 행동과 가치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꿨으면 좋겠다는 내색을 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알코올 냄새를 풍기며 공부방 문을 열고 나에게 자주 한 말씀이 있다.


"연필을 잡을 때는 손가락에 힘을 풀고... (잔소리라서 중략)"


그에겐 '사랑'이 담긴 말이자 "다 내 딸이 잘됐으면~"해서 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속적으로 나의 공부 습관 등을 바꾸려 했고, 나에겐 반항심이 깊어만 갔다. 결국 그는 나를 바꾸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와 아버지 사이에는 어색함만이 남았다.


그런데 웃기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투영하려 했다. 가까운 동생부터 가깝고도 먼 연인에게까지. 식상하지만 중요한 말.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단점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상황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단점은 장점으로, 장점은 단점이 될 수 있다. 


사람을 고유하게 받아들이기. 최근 가장 노력하는 일이다.


명심해.

너 오은영 선생님 아니야,

매거진의 이전글 10. 이번만 실례할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