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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 Apr 26. 2023

투명한 휴식

이지우 <투명한 휴식>

외향형 인간은 평일 내내 사무실에 갇혀 지냈으니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내향형 인간은 평일 내내 집 밖에서 일했으니 주말이면 집안에서 휴식해야 한다. 두 개의 문장을 단박에 이해하면 외향형. 뭔 소리야,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내향형이라 하더라.


    나는 자다. 평일 내내 사무실에서 대답 없는 모니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으니 주말이면 문자 그대로 바람을 쐬러 나가야 한다. 눈부신 햇살,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 이름을 부르면 "엄마!" 하며 후다닥 뛰어와서 내 품에 꼭 안기는 아이들까지. 살아있구나 싶은 순간을 수집하며 주말을 보낸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봄바람이 배신을 했다. 낮에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던 것이다. 어김없이 아이들은 콧물을 흘렸고, 두 돌배기 둘째는 기관지염에 걸렸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잦은 기침으로 밤잠을 설쳤다. 세상이 잠든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등을 토닥이며 재웠다.


    그림자가 길어진 일요일 오후, 여전히 콧물은 나지만 컨디션을 회복한 아이들은 소파에서 인형 놀이를 하며 깔깔대고 있었다. 나는 이지우 작가의 <투명한 휴식>을 감상하며 라벤더가 피어날 6월을 기다렸다. 여름의 문턱 6월을. 젖은 솜처럼 무거운 내 몸은 사실 파란 쿠션이든, 이름 모를 초록 식물이든,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투명하게 내려앉은 햇살이라도 되어 그림 속 정물이 되고 싶었다.


    <투명한 휴식>의 파란 쿠션, 하얀 철제 의자, 라벤더, 화기 그리고 벽에 드리워진 햇살까지 환한 빛을 품고 있다. 바라볼수록 하나하나가 밝아 보인다. 꼭 내 옆에서 웃고 있던 아이들 얼굴처럼 말이다. 외출을 하지는 못했지만 실내에서 생생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그림과 함께 있어 괜찮은 주말이었다.


    다시 보니 내향형과 외향형 인간을 가르는 문장은 '이번 주말에 뭐 할 거야?'라는 질문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아니면 내 안에 너무 많은 내가 살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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